가파른 금리 인상이 전세계 부동산 시장 직격타
해외 부실 가능성 커지며 국내 리츠도 투심 위축 우려
한 달간 리츠 신저가 쏟아지며 공모 매력도 떨어져
-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본격 가격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오르면서 투자자의 기대수익률은 높아지는 반면 자금조달은 어려워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 리츠 자금 조달도 녹록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국내에서도 리츠를 상장시키기에 적합한 시점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다수 제기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 업황이 꺾일 조짐이 보이면서 기관투자자들의 경계심리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상장 리츠의 주가 하락으로 공모 매력도도 떨어졌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그린 스트리트 어드바이저스에 따르면 6월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 지수(CPPI)는 지난달 대비 3.7% 하락했다. 지난 3월 4.9%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짧은 사이에 분위기가 급반전된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강력한 긴축 정책을 펼치면서 시장에서 조달 비용이 높아진 탓이다.
이에 지난 2~3년간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활발한 자금 조달을 이어오던 미국 리츠 시장도 차게 식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분기 미국 리츠의 총 자금 조달 규모는 우선주·보통주 발행과 차입을 포함해 135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기록했던 275억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부동산 가치 상승에 기반한 임대료 수익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고 되레 이자비용이 늘면서 배당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리츠는 부동산 임대 계약서에 물가 상승에 따른 임대료 인상 조항을 포함시켜 이자 비용 상승에 대한 부담을 상쇄할 수 있지만, 현재 울트라 스텝(100bp 인상)까지 점쳐지면서 비용이 수익 증가분을 상쇄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이 악화하면서 상장 리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면서 요구수익률도 높아졌는데, 투자 경계심리가 커졌다는 해석이다.
최근 리츠 주가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한 달간 국내 증시에 상장된 20개 리츠 중 16개 리츠가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22일 종가 기준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모두투어리츠, NH올원리츠 등을 포함해 대다수의 리츠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이에 공모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평가다. 리츠 투자자는 배당금과 주가 상승에서 비롯된 차익을 통해 수익을 실현한다. 배당금이 나오더라도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기업공개(IPO) 때 리츠 공모주를 살 유인은 떨어진다.
무엇보다 그간 해외 우량 자산을 편입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예비 상장 리츠들이 업황 악화에 직격타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 자산의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를 더욱 꺼리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와 금융감독원에서도 보수적 심사 기조가 강화된 것으로 알려진다.
한 예로 상장을 앞두고 있는 KB스타갤럭시리츠는 벨기에 오피스 빌딩을 기초자산으로 삼으면서 기관투자자 모집에 난항을 겪었다. 이에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흥행을 위해 KB자산운용은 공모가 할인에 나섰다고 알려진다. 주당 인수가를 2% 할인한 4900원으로 제시한 것이다.
연내 상장을 준비중인 마크리츠운용도 인마크글로벌프라임리츠의 자산 구성에서 당초 계획했던 해외 물류센터를 제외했다. 여전히 해외 오피스를 담고 있긴 하지만 특히 해외 물류센터에 대해 급속도로 악화된 시장의 투심을 고려한 판단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대신자산운용, 베스타스자산운용 등이 해외자산을 편입한 리츠를 선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기관투자자들의 투심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기관투자자들은 해외 자산을 담은 리츠에 정말 관심이 없다. 주로 현지에 위탁운용을 맡기다보니 부실 징후를 즉각 감지하기도 어려워 기관들의 내부투심위 통과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