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내 인력 대이동 조짐…폐업 회사들 속출할 수도
‘억대 연봉’ 개발자 몸값도 조정 전망…스타트업 긴축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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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가 다가오며 인력 대이동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투자 유치 불발에 지분 매각 및 인원 감축에 들어간 스타트업들이 많아진 데 따른 현상이다. 스타트업 투자 호황기에 몸값이 치솟던 개발자 연봉도 하반기부터는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스타트업들이 자구책으로 지분 매각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왓챠는 경영권 매각을 염두에 두고 일부 원매자들과 협의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상반기 투자 유치가 불발된 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은 최대주주인 송창현 대표의 지분 약 36.19%를 포함한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 대부분을 현대자동차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을 진행 중이다. 매년 수천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추가 투자금을 단독으로 감당하기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편입돼 사업규모를 키우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스타트업간 인력 이동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통상 경영권 매각 후 PMI(인수 후 통합작업) 과정에서 인력 감축이 수반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현재와 같이 녹록지 않은 투자 환경 속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한 일부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꼭 경영권 매각 수순을 밟지 않더라도 선제적인 인원 감축 및 구조조정을 고려하는 곳도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다. 개인 오디오 방송 플랫폼 ‘스푼’을 운영하는 스푼라디오는 지난해 말부터 직원수가 약 30% 이상 감소했다.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 집토스 역시 인원 감축을 통해 긴축 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왓챠 역시 경영권 매각과는 별개로 희망 퇴직 신청을 받으며 사실상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개별 스타트업의 자금 여력에 따라 인력 확보 측면에서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올해 상반기까지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해둔 기업들은 필요한 인력을 영입할 기회를 맞겠지만, 그렇지 못한 회사들은 유능한 인재를 내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VC(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한 회사 대표들을 만나보면 폐업했거나 인원 대규모 감축하는 기업들이 있냐고 슬쩍 물어보기도 한다”라며 “인력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어떻게 해서든 좋은 인재를 데려 오려는 대표들의 의지가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VC업계 관계자는 “과거 핀란드 노키아가 폐업했을 때 오히려 핀란드 스타트업 업계가 부흥한 적이 있다”라며 “자금 여력이 그나마 괜찮은 기업들은 싼 값에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억대 연봉’으로 각광 받던 개발자들의 평균 연봉은 다소 조정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카카오나 네이버 등 국내 탑티어(Top-tier) IT 회사들이 수익성 부담에 이전처럼 고액 연봉의 개발자를 대거 채용하기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자연히 중상위급 스타트업 개발자들이 더 높은 몸값을 받으며 이직하는 사례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그동안 급격히 치솟았던 개발자 연봉 때문에 스타트업들의 비용 부담이 컸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르면 올해 말부터는 개발자 평균 연봉이 다소 내려올 것으로 보고 있는데,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안심이 되는 부분도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