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선 은행들,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손실률 추정 지표 바꿔야 주장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이익 규모 줄이고 싶지 않은 은행들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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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손충당금 적립금이 충분한지를 두고 시중 은행들과 금융당국 간 미묘한 온도차가 관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급격한 금리인상 등으로 경기가 둔화될 것을 우려해 은행권이 더욱 건전성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보고 있는 반면, 4대 금융지주는 최근 실적발표회(IR)를 통해 손실 흡수능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하면서다.
부실 규모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충당금 적립으로 이익 규모를 줄이고 싶지 않은 은행과 건전성 관리·감독이 우선인 금융당국 간 입장차이로 신경전이 존재한다는 설명이 나온다.
4대 금융지주는 최근 실적발표회에서 은행의 손실 흡수능력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부실이 터질 것으로 예상되는 채권 규모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태경 신한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2일 "9월 말 취약 차주에 대한 대출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가 끝나더라도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면서 "코로나 이후 그룹의 금융지원 금액 중 차주 잠재 부실 규모는 2280억원, 신용위험노출액을 따로 구하면 528억원"이라고 말했다.
KB금융은 최근 시장의 우려가 큰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에 대해서도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임필규 최고리스크관리 책임자(CRO)는 ""그룹 전체 브릿지론 PF는 약114조원으로, 전수조사를 해 보니 문제 사업장은 약 403억원 정도다. 게다가 선순위채권이기 때문에 원금 회수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 금융당국은 시중 은행들이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 업무 보고에 참석해 향후 불확실성이 커서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당국 판단에 의해 쌓는 대손적립금 규정을 좀 더 보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예상되면서 대출자 상환 능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담보 여력이 부족해지면 부실여신이 급증할 수 있다"라며 "건정성 관리 지표 악화, 금융사 신용도 저하를 우려해 은행들에 충당금을 추가로 쌓으라고 독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온도차의 원인으로는 은행들의 낙관적 전망이 꼽힌다. 은행들이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손실률 추정에 적용되는 지표를 수정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키움증권은 리포트를 통해 "대출금리 상승세와 부동산 경매 가격 및 분양률 하락 현상 등을 반영해 위험조정계수를 수정했더라면 충당금이 큰 폭으로 늘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기 상황을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과거 발생한 평균적인 부도율과 손실률을 기반으로 고정이하여신비율을 산출하는 것이 향후 손실을 측정하는데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코로나19 착시현상으로 고정이하여신비율이 하락하게 되면 충당금 적립 수준을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이에 충당금 적립으로 이익 규모를 줄이고 싶지 않은 은행과 관리 감독이 중요한 금감원 간 입장차이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충당금은 결국 비용이다. 추가로 쌓게 되면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라며 "투자자들이 충당금 적립으로 배당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만큼 금융당국의 압박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