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패시브 작심 비판 "마르크스주의보다 나빠"
패시브 성장엔 이유 있는데...받아들이지 않던 강 회장
막상 내놓은 액티브 ETF는 지수도 벤치마크도 못 이겨
가족회사 자기매매 이슈까지..."겸손한 구루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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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사진=에셋플러스자산운용)
"꿈이 없고 가치가 없는 기업에 돈이 몰리면 우리 사회가 자본시장에 맡겨준 기능을 외면하는 겁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패시브펀드 또는 패시브 상장지수펀드(ETF)일 것입니다. 이들 펀드는 단순히 지수 등락만을 무책임하게 추종합니다. 그래서 저는 패시브펀드에 대해 마르크스주의보다 더 나쁜 길이라고 혹독한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2021년 7월 고객 서신 중)
국내 패시브펀드 시장 규모는 2010년 6조원에서 2022년 현재 75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패시브펀드라는 상품이 시장에 나온지 20년만에 시장 규모가 210배 커졌다. 반면 액티브펀드 시장은 말 그대로 몰락했다. 2015년 36조원에서 현재 17조원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패시브 시장 규모는 2018년 10월 25조원을 돌파하며 액티브 시장 규모를 넘어선 뒤로도 3년간 3배 더 성장했고, 액티브 시장은 그 뒤로도 30% 넘게 더 줄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년간 미국 패시브펀드 시장은 50배 성장했다. 2011년부터 2020년 사이에만 1조9000억달러(약 2500조원)의 자금이 액티브 펀드에서 패시브 펀드로 이동했다.
대규모 자금의 장기적인 이동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패시브 펀드의 대두에 대해 금융시장에서는 ▲액티브 펀드의 높은 보수에 대한 불만 ▲보수와 대비해 탁월하지 않은 수익률에 대한 불만 ▲분산 투자 효과 극대화에 따른 안정성 등을 꼽는다. 여기에 국내 시장에선 펀드 담당 운용역 교체가 잦거나 한 운용역이 10개가 넘는 펀드를 담당하는 등, 운용 구조에 대한 의구심도 한 몫 했다는 지적이다.
액티브 펀드가 그 존재 가치를 입증받으려면, 시장을 이기고 '초과 수익'을 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역사적으로 실패했다. S&P 다우존스에서 2001년부터 2018년까지 액티브 주식형 펀드와 벤치마크(지수)의 연간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19년 동안 전체 글로벌 액티브 주식형 펀드 중 벤치마크를 넘어서는 수익률을 낸 펀드의 비중이 50%를 넘은 횟수는 단 3번, 3년 뿐이었다. 장기 평균값은 39.3%였다. 글로벌 액티브 펀드 10개 중 6개는 19년 동안 평균적으로 시장을 이기지 못했다는 것이다.
강방천 회장은 이런 시장의 흐름을 '마르크스주의보다 더 나쁘다'고 매도했다. 운용업계에서 '나는 옳고 시장은 틀리다'는 생각은 '금기'로 통한다. 지난해 이 서신이 공개되자, 운용업계에서는 "강 회장 정도나 되니까 할 수 있는 말"이라는 평가와 "국내 가치투자 1세대이자 존경받는 투자 구루가 저런 말씀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평가가 엇갈렸다.
강 회장이 패시브 펀드를 작심하고 비판한 지 4개월 뒤인 지난해 11월, 에셋플러스운용은 '코리아플랫폼액티브'라는 액티브 ETF를 출시했다. '가치투자 대가'가 내놓은 새로운 액티브 ETF에 시장은 주목했다.
결과는 현 시점까진 신통치 않다. 이 ETF는 설정일 이후 수익률은 마이너스(-) 32%, 최근 6개월 수익률은 -19%를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코스피 수익률은 -10%였다. 이 ETF가 벤치마크 지수로 내세운 에프엔가이드플랫폼지수의 6개월 수익률은 -14%다. 시장도, 벤치마크도 이기지 못했다.
이 ETF는 종목 편입 과정에서 시장에 논란을 가져오기도 했다. 이지케어텍, 원티드랩 등 기존에 에셋플러스운용이 펀드로 매집해 대량보유 중이었던 중소형 종목을 비중있게 담아서다. 시가총액이 낮고 유동성이 작은 중소형 종목에 포트폴리오가 집중되면, 차후 펀드 환매시 환매가 하락을, 하락이 환매를 부르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강 회장은 최근 자기매매 논란에도 휩싸였다. 본인과 딸 등 가족이 대주주로 있는 공유오피스업체 '원더플러스'에 자금을 빌려준 뒤 이를 운용했다는 혐의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대해 조사를 진했고 제재안을 만들고 있다. 강 회장은 자기매매가 아니며 불법의 소지는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리고 논란을 남긴 채 은퇴를 선언했다.
제재의 수위는 정해지지 않았다. 운용업계에서도 '명시적인 불법'은 아닐 수 있다는 의견이 없지 않다. 다만 최근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자기매매 혐의로 주목을 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더욱 몸을 사렸어야 했다', '가족과 관계된 그 어떤 법인에도 회사의 자금을 이동시키면 안된다는 건 컴플라이언스(준법)의 기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종목을 직접 고르는 액티브 펀드 매니저라면, 그리고 그런 액티브를 옹호하던 사람이라면 더욱 자기매매나 가족회사 금전거래 등 전후사정에 신경을 썼어야 한다는 말이다.
"투자의 대가 워렌 버핏이 전 세계적인 존경을 받는 건 시장을 거스르지 않는 겸손함 때문이다. 버핏의 아들 하워드 버핏은 아버지 버핏이 개인 소유한 대지에 농장을 경영하는데, 세금을 제하고도 농장 임차료로 연 소득의 26%를 아버지에게 납부한다. 존경받던 국내 투자 구루들이 올해에만 두 명이나 논란에 휘말렸다. 운용업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또 한 걸음 멀어졌다. 그저 아쉽다." (한 중견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