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기대감에 CB 투자자들 대거 들였지만
경기침체·공매도 리스크에 주가 부진…투자자들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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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포스트코로나’ 기대감으로 투자자들의 기대를 받았던 주가들이 좀처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기침체 공포로 전반적인 주식 시장이 타격을 받고 있는 데다 일부 기업들은 ‘공매도’의 타깃이 되어가고 있다.
이에 관련 기업에 투자를 했던 곳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비교적 안전한 구조의 전환사채(CB)에 투자한 곳들은 부랴부랴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 주가를 웃도는 상태다. 일부 투자자들은 단기간에 투자금 회수(엑시트) 할 기회를 놓쳤다고 보고 장기 보유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달 롯데관광개발은 주가 하락에 따라 7-1회 사모 CB의 전환가액을 기존 1만5550원에서 1만3250원으로 조정했다. 조정 전 전환가능 주식수는 134만4051주에서 157만7358주로 증가했다. 롯데관광개발 주가가 현재 1만원대 초반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등 시가 하락이 이어진 데 따른 조정으로 풀이된다.
티웨이항공은 지난 5월 CB 전환가액을 기존 1711원에서 1573원으로 낮춰 잡았다. 지난 2020년 산업은행을 상대로 CB를 발행한 이후 총 네 번의 전환가액 조정을 거쳤다.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유상증자를 진행한 데 따른 조정으로 최초 전환가액인 3735원에서 1573원으로 전환가액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리픽싱은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다소 줄여준다는 점에서 투자자로서는 다행스런 일이지만, 아직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롯데관광개발은 리픽싱을 한 이후에도 여전히 주가가 전환가액에 못 미치고 있는 상태다. 리픽싱은 통상 최저한도가 30% 정도로 정해져 있는데 만약 주가가 회복하지 못한다면 손실 구간을 면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현재 롯데관광개발 주가는 1만원 초반대로 작년 말과 비교해 최대 46% 가까이 떨어졌다. 시가 하락을 그대로 반영한다면 전환가액은 1만1465원까지 떨어져야 하지만 최저 조정한도가 정해진 탓에 최종 조정가액은 1만3250원으로 결정된 상태다.
티웨이항공은 현재 주가가 2000원대로 조정된 전환가액을 웃돌고 있다. 다만 현재 재무적 상황을 감안할 때 주가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티웨이항공 주가는 작년 9월 최고가 4117원을 기록한 뒤 지난 달 50% 넘게 하락해 반 토막이 났다. 이에 작년 티웨이항공에 투자한 사모펀드(PEF) JKL파트너스의 투자 단가 역시 현재 티웨이항공 주가에 못 미치는 상태다.
작년 초 엔데믹(코로나의 풍토병화) 시대를 맞아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수요와 관련한 기업에 투자했던 곳들이 난처한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롯데관광개발이 지난해 초 약 1000억원의 사모 CB를 발행할 당시 미래에셋벤처투자와 큐리어스파트너스가 만든 기업재무안정펀드, SK증권, 키움증권 등이 참여했다. 지난해 말 사모펀드(PEF)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역시 약 700억원 규모의 롯데관광개발 CB를 매입했다.
롯데관광개발은 2020년 말 개장한 제주 드림타워 공사비 및 향후 해외여행 확대 수요를 겨냥한 마케팅 비용 확충을 목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당시 투자자들은 백신 접종에 따른 코로나19의 엔데믹화에 기대감을 품은 바 있다.
하지만 포스트코로나 효과가 미미한 사이 경기침체 공포가 주식시장을 덮치면서 해외여행 관련 주가는 좀처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롯데관광개발은 지난 달 공매도 잔액 비중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고금액 비중이 7%를 웃돌고 있다.
티웨이항공 등 저비용 항공사(LCC) 역시 고유가·고물가 시대를 맞으며 주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은 지난 달 한 때 주가가 20% 이상 빠지며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현재 주가가 조정된 전환가액보다도 떨어질 경우 사실상 손실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라며 “롯데관광개발은 올해 초 주가가 상승세였을 때 투자금을 회수했다면 좋았을 텐데, 향후 수년 뒤에도 주가가 지지부진 하다면 풋옵션을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