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투사 주무부처' 중기부, 지주사 CVC 제도 손질해놓고 소외
금감원·공정위만 찾는 대기업들에 '정보 부족' 아쉬워하는 시장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직접 규제 개선에 발벗고 나섰던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지주회사 CVC 관련해서 설명 더 잘해줄 수 있는데…" (한 투자업계 관계자)
일반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관련 제도가 개선된 이후 대기업들이 하나씩 설립에 나서곤 있지만, 대체로 '신기술금융회사'(이하 신기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창업투자회사(이하 창투사)는 펀드 소진 기한 등 규제가 있는 반면 신기사는 투자범위가 넓은 까닭에 기업들이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창투사 설립 관련 주무 부처인 중기부는 지주회사 CVC 제도 개선을 위해 발벗고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이 크지 않다. 되레 신기사 설립을 담당하는 금융위,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그리고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문을 두드리는 대기업이 많다. 업계선 보다 제도의 이해력이 높은 중기부가 소외되는 데 아쉬움을 토로한다.
지난해 말부터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 지주회사의 CVC 보유가 허용됐다. 제도상 행위제한 규제를 받긴 하지만, 동원그룹을 비롯해 GS그룹, 포스코그룹 등이 지주회사 CVC 설립을 했거나 전환을 준비 중이다. 곧 효성그룹도 지주회사 CVC 설립에 나설 전망이다.
다만 대부분 '신기사'를 택하는 분위기다. 통상 지주회사가 CVC를 설립할 경우, 창투사와 신기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물론 효성그룹의 경우, '창투사 설립'이라는 선택지도 같이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해지지만, 대기업 계열 지주회사들은 금융회사 형태의 신기사를 선호하는 상황이다.
이유로는 창투사에만 적용되는 규제들이 거론된다.
창투사는 자본요건(최소 자본금 20억원)의 허들이 신기사(100억원)에 비해 낮고 2주 내에 설립 인가가 나는 등 빠른 설립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벤처투자조합의 일정 비율 이상을 벤처기업에 투자해야 하는 규제 등을 적용받는다. 신기술사업자에 투자하는 신기사에 비해 투자 가능한 회사의 범위가 좁은 셈이다. 일각에선 자본규모가 큰 대기업이 자본요건이 낮은 창투사를 설립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창투사는 몇년 내 일정 비율을 투자해야 한다는 등 적용받는 규제가 은근 많다"라며 "대기업 중 창투사 형태로 CVC를 설립한 곳은 한 곳도 없는 주된 이유로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소외되는 곳은 창투사의 주무 부처인 '중기부'다. 창투사는 벤처투자법에 따라 중기부에서, 신기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에 등록을 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지주회사 CVC 관련 제도가 개선되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봐 온 업계 관계자들은, 중기부가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해 제도를 고안하고 현실화하고자 발벗고 나섰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한다. 그럼에도 불구, 규제상 불이익으로 대기업들이 신기사 설립을 위해 주무 부처인 금융위나 인가를 내줄 금감원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셈이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지주회사 CVC 설립에 다소 냉소적인 편이었던 금융위나 금감원이 제도 개선의 빛을 보고 있는 상황"라면서 "직접 규제 개선에 가담한 까닭에 제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중기부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벤처투자업계 내 중기부와 금융위의 샅바싸움은 과거부터 이어져오고 있다. 5년 전에도 금융위가 신기사 관련 규제를 완화해주면서 중기부가 관할하던 창투사들이 신기사로 전환하는 일련의 사태가 있기도 했다.
각 부처의 입장보다는 범정부적으로 힘을 모아 지주회사 CVC 제도를 안착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연준(Fed)이 주기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따른 불안한 거시적 환경 때문이다. 이미 투자여력 또한 줄어든 상태다. 이미 설립된 지주회사 CVC 중 한 곳은 조성한 펀드 자금으로 투자에 나서기보단 예금에 넣어놓았다는 전언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CVC를 세우고자 하는 일반 대기업들은 금융업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자문이 반드시 필요한 상태다"라며 "제도개선에 직접 가담했던 덕분에 이해도가 꽤 높은 중기부가 아닌, 공정위나 금감원을 대기업들이 찾아가는 것이 아쉽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