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성장성 크게 둔화...플랫폼 수익 줄고 예대마진 의존
KB-카뱅 협업 시너지 적고 재무적 부담 커지며 매각 수순
전략적으로 지분 보유할 가치 줄어...인뱅 분석 끝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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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이 카카오뱅크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국민은행은 시세 차익이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성을 파악하기 위한 전략적인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국민은행은 인터넷은행에 더 이상 폭발적인 성장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은행은 지난 18일 장 종료 후 보유 중이던 카카오뱅크 지분 8% 중 3%(약 1480만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세일) 방식으로 국내외 기관투자가에 매각했다. 주당 매각 가격은 전일 종가 대비 8%나 할인율을 적용한 2만8700원이었다. 매각 총액은 약 4200억여원으로 추산된다.
국민은행은 2016년 카카오뱅크 출범 당시 300억원(600만주)을 투자하며 3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네 차례의 증자에 참여해 총 2300억여원을 투자했다. 주당 투자 단가는 6000원 수준으로, 이번 매각을 통해 5년 만에 3350억여원의 매각 차익을 거두게 됐다.
문제는 차익의 규모가 아니다. 국민은행 보유 카카오뱅크 지분의 보호예수(락업)은 지난 2월 해제됐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지난 3월 시중금리 상승 기대감에 5만원대 중반까지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다. 당시 지분을 매각했다면 매각 차익 규모는 지금의 두 배에 가까웠다. 단순히 시세 차익을 기대했다면 52주 신저가를 연일 경신하는 지금이 아니라, 보호예수가 해제되자마자 파는 게 훨씬 이득이었다.
국민은행이 이제 와, 상장 후 사상 최저치에 가까운 가격에, 8%의 높은 할인율까지 적용해 지분을 매각한 배경은 무엇일까. KB금융 안팎에선 '분석이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터넷은행이 처음 출범했을 때, 시장의 전망은 정확히 두 가지로 갈렸다. 은행의 굴레를 뛰어넘어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할 거란 낙관론과 가계대출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반쪽짜리 은행이 될 거란 비관론이 엇갈렸다.
낙관론을 타고 카카오뱅크가 상장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은행의 경영 상황은 비관론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당장 카카오뱅크만 해도 올해 들어 성장이 크게 둔화했다. 카카오뱅크의 2분기 평균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1540만명으로 지난해 말 1520만명과 비교하면 큰 변화가 없는 상태다. 대출은 전 분기 대비 3.3% 성장했는데, 같은 기간 시중은행인 신한은행의 원화대출금 성장률이 1.5%였음을 감안하면 인상적이지 않은 수치란 평가다.
수신은 33조원에서 성장이 정체되고 있고, '게임 체인저'로 기대받던 주택담보대출조차 2분기 취급액이 14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계대출과 증권계좌 등 플랫폼을 통해 벌어들이는 이익은 올 2분기 200억원대 초반까지 떨어지며 2년 반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비용은 늘어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올 2분기 영업이익경비율(CIR)은 42%로 시중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분기 4대 시중은행 CIR 평균값이 42.7%였다. 그 와중에 대손비용률과 부실채권비율은 유의미하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 0.2%이던 연체율은 1년 새 0.33%까지 높아졌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중신용대출 비중을 단기간 크게 늘리며 예견된 일이었다는 분석이다.
국민은행은 올 초부터 카카오뱅크 지분의 지속 보유 여부를 두고 고민을 거듭해왔다. 일단 보호예수 해제 당시에는 전략적인 목적으로 일단 두고 보자는 시선이 강했다. 그러나 카카오뱅크가 출범 5년 만에 성장성의 한계에 봉착했고, 그 결과가 2분기 실적에 고스란히 숫자로 찍힘에 따라 '이별 수순'을 밟기 시작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국민은행은 일단 공식적으로는 "내부 자본관리 효율화를 위해 지분 중 일부를 매각한 것이며, 이후에도 다양한 제휴 및 협력관계를 이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에서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시선은 드물다. 카카오뱅크는 국민은행보단 2대 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와 더 끈끈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국민은행과 명시적으로 시너지를 내는 사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룹으로 시야를 넓혀봐도 KB국민카드가 카카오뱅크의 체크카드 사업을 대행해주며 수수료를 받는 정도가 전부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전략적으로 지분을 보유할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줄였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결국 인터넷은행의 사업 구조는 저원가성 수신예금에 기반한 예대마진이고, 이를 가계대출에만 활용할 수 있는 반쪽짜리 은행이며, 국내 경제활동 인구의 3분의 2가 가입했고 이중 상당수가 실제 거래를 하고 있는데도 플랫폼 수익이 정체 상태인 게 파악된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적으로 국민은행이 카카오뱅크 지분을 지속 보유하는 게 부담이 됐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지분을 매도가능자산으로 분류해두고 있다. 이는 매 분기 결산 때 기타포괄손익으로 반영된다. 올 상반기 국민은행 총 기타포괄손익은 2000억여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원 대비 크게 줄었다. 이 기간 국민은행 보유 카카오뱅크 지분가치 감소분만 1조1000억원에 달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은행이 보유한 상장 주식엔 보유 규모 대비 300%의 위험가중치가 적용돼 보통주자본비율을 크게 깎아 먹는 데다, 평가이익 발생분의 45%만 보완자본으로 인정돼 총자본비율 제고 효과도 크지 않다"며 "카카오뱅크의 경우 워낙 주가의 부침이 심했기 때문에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