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주관사에 내부통제 관리 요구…로펌 자문 권유도
주관적인 평가 기준·상장 초기비용 상승은 우려로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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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침체기에 빠진 기업공개(IPO)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발행사들은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의 강화된 심사 기조에 또다른 고민이 생겼다. 최근 거래소가 '내부통제' 부분을 유심히 살피는 분위기가 포착되고 있다. 거래소는 주관사로 하여금 상장 전 작업시 내부통제 관련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하고도 있다.
올초부터 오스템임플란트 등 상장사들의 내부통제 이슈가 불거진 것이 그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다만 내부통제 강화는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까닭에 상장 절차 자체에 대한 부담 확대는 우려다. 거래소의 내부통제 관련 평가 기준에 대한 적정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달 대어(大魚) 중 한 곳이던 현대오일뱅크가 상장 철회를 택한 이래 여전히 회자되는 것은 '거래소 심사 승인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당시 거래소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17%를 보유, 2대 주주에 올라있는 아람코의 주주 권한이 커 경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업계는 이를 내부통제 심사 강화의 파편으로 보는 분위기다. 대표이사 및 최대주주의 권한이 막강할 경우, 개인을 위한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거래소가 해당 문제를 문제 삼았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현대오일뱅크 뿐만 아니라 최근 상장예비심사(이하 예심)를 신청하는 기업들도 내부통제와 관련된 요구사항들을 거래소로부터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전보다 요구사항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상 3년 간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요구하던 것과는 달리, 10년치 사용내역을 거래소가 요구한 것이 업계에 회자되기도 했다.
그간 거래소는 기업 내 내부통제 시스템이 구축 및 가동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수준으로 관련 심사를 해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올초 오스템임플란트 등 상장사에서 자금집행 등에 관련된 내부통제 이슈가 발생하면서 거래소가 관리에 팔을 걷어붙였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그간 구주매출 비중이 높은 딜(Deal)에 대한 거래소의 부정적 기류의 연장선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관사를 맡은 증권사들의 부담은 가중되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주관사 차원에서 내부통제 관련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조치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 일환으로 로펌 자문 등 조치 방안에 대한 제안도 이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현재로선 주관사의 재량 아래 내부통제 정비가 진행되는 중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부통제 관련 문제가 불거졌던 전례나 최근 거래소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심사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부통제 관련해 중요하게 살피는 것이 이해된다"라며 "다만 상장 준비 작업을 돕는 증권사에 관련 문제가 없도록 조치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다소 '책임회피'에 대한 오해를 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증권시장 입성을 노리던 발행사들은 상장 초기 비용 증가를 우려하게 됐다. 통상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선 초기 인프라 구축과 유지에 비용을 들여야만 한다. 공모 자금으로 한 단계 도약하려는 기업을 대상으로 내부통제에 대한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상장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거래소의 평가기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상장 절차에 돌입한 기업들의 경우 기본적인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까닭에 형식상 문제를 찾아내기가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결국 거래소의 평가기준이 다소 주관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한 기업은 내부통제 시스템 적용 기간이 1년 이하인 점을 지적받기도 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횡령이 워낙 많기도 하고 거래소 입장에서 회사자금을 정당한 곳에 쓰지 않았다고 보여지는 기업들에게 내부통제 관련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고 본다"라면서도 "다만 상장 예심을 신청한 비상장사를 대상으로 꽤 많은 것을 요구한다는 인상이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