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원공제회·군인공제회도 하반기 예상
리업 또는 수시출자 기조 확대한 국민연금
PEF 출자계획 못 잡는 산업은행
앵커 출자자 부재 속 매칭 자금 구하기 난항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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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잠잠했던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사모펀드(PEF) 출자사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상반기엔 급격한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변수가 산적했고 한국에선 정권교체기가 맞물리며 주요 연기금, 공제회 등의 사모펀드 출자 사업은 사실상 멈춰 있었다. 대외적인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으나 사업의 연속성 등을 고려해 일부 여력이 되는 기관들을 중심으로 출자사업이 다시 시작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역시 운용사들의 펀드 결성 환경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은 이달 초 PEF 블라인드펀드 위탁운용사 선정을 위한 공고를 내고 제안서를 접수 받고 있다. 위탁 규모는 총 4000억원으로 총 4곳을 선정해 각각 1000억원씩 배정한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공제회 산하 기관인 노란우산공제회도 이달 공고를 내고 PEF 위탁운용사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대상은 운용사 총 8곳으로 최종 2600억원을 출자한다는 계획이다. 조만간 과학기술인공제회, 올 하반기엔 군인공제회 등의 출자사업이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기관투자가들의 출자사업은 상당히 위축돼 있었다. 국내에서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의 올 상반기 PEF 분야 출자사업은 예년보다 규모가 줄었다. 대외 변수가 산적한 상황에서 대체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재평가가 시작하면서 대체투자 분야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추후 우수한 성과를 낸 운용사를 대상으로 추가로 출자하는 리업(Re-up) 방식의 출자를 늘릴 계획으로 전해지는데 교직원공제회는 이미 올 상반기 출자 사업을 리업 방식으로 진행한 바 있다. 일부 기관투자가들은 정권의 교체 과정에서 이사장 또는 최고투자책임자(CIO)의 교체 시기가 맞물리며 출자사업의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거나 미루는 경우가 발생했다.
대외변수가 산적한 상황에서 기관들의 보수적인 기조는 일부 운용사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야기하기도 했다. 상반기엔 IMM프라이빗에쿼티,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 스틱인베스트먼트, 케이스톤파트너스, 스톤브릿지캐피탈 등 대형사 위주의 펀드레이징이 주를 이뤘다. 검증된 운용사에 자금을 몰아주는 기관투자가들의 기조가 점점 더 두드러지고 있단 평가를 받는다.
국내 한 출자기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부 공제회는 자산배분의 문제로 출자를 꺼려하고, 한 기관은 운용사들의 캐피탈콜까지 자제하란 방침을 세웠을 정도로 (기관투자가들이) 대체투자에 공격적으로 출자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자산운용 규모가 늘고 있거나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기관들 중심으로 출자사업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규모와 조건 등이 보수적으로 책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관투자가들의 출자사업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메인출자자, 즉 앵커출자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이 많지 않다는 점은 변수다. 국민연금의 출자사업은 점점 더 리업 또는 수시출자 기조에 가까워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올 하반기를 비롯해 향후 구체적인 PEF 출자 사업 계획은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교직원공제회 정도만이 운용사들의 앵커출자자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기관으로 꼽힌다.
한 외국계 PEF 운용사 임원급 관계자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부 출자사업 또한 매칭 성격이 강한 곳들이 많기 때문에 트랙레코드가 많지 않은 중소형 운용사들에게 기회가 주어질지는 미지수다”고 했다.
앵커출자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운용사들의 펀드레이징은 더욱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과 캐피탈, 저축은행과 같은 금융기관들은 자산건전성 관리가 최우선 과제가 됐다. 공제회 등은 수익자를 우선하는 정책에 출자 여력이 크게 줄어들었다.
대체투자 시장에 낀 버블은 서서히 걷혀갈 조짐을 보인다. 유니콘으로 등극하며 승승장구하던 기업들의 기업가치 상승 곡선은 둔화했고, 유니콘과 데카콘 기업에도 성장성보단 현금창출능력이란 잣대를 들이대는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에 기관투자가들이출자한 대체투자 자산들의 가치도 서서히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됨과 동시에 이미 지난해에 비해 올해 평가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자산들도 많기 때문에 기관들의 보수적인 출자 기조는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단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