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히 고꾸라진 시장 분위기에 자금모집 난항
한화손해보험 매각설에 잠재적 투자자들 뒤숭숭
매각설 잠잠해져도 여파는 아직…’대안 마땅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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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한화그룹에서 야심차게 추진중인 ‘한화리츠’ 설립이 좀처럼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침체된 자본시장 상황 속에 한화그룹과 잠재적 투자자 간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모양새다. 여기에 최근 한화손해보험(이하 한화손보) 매각설로 투자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조성되기도 했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최근 KB증권과 맺었던 리츠 주관 계약을 해지한 뒤 아직까지 새 주관사를 물색하고 있다. 당초 KB증권과 대표주관 계약을 맺고 리츠 설립을 추진해왔지만 리츠 구조 및 상장 시기 등 세부 요건을 두고 이견을 빚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그룹이 사실상 KB증권과 결별을 결정한 이후 약 한 달 가량이 지났지만 이후 진척사항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주관계약을 다시 맺더라도 향후 프리 IPO(상장 전 자금유치) 및 유상증자 과정에서 어려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작년 하반기 공모를 마친 SK그룹 리츠와 달리 1년 만에 시장 상황이 급변하며 한화리츠의 자금모집 자체가 쉽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전반적으로 연기금이나 공제회의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데다 금리상승 기조로 금융비용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미 올해 상반기부터 급격한 금리 변화 조짐이 있었지만 한화리츠가 상장 시점이나 금리 구조 등을 결정하는데 다소 시일이 지연되며 자금 모집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견이다.
한 리츠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SK리츠 등 대기업 계열 공모리츠에 연기금이 투자한 사례가 적지 않았지만 현재는 자금 모집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체적으로 연기금이나 공제회들이 투자하기를 두려워하는 분위기다. 한화리츠를 시장에서 소화하려면 최소 몇 천억원은 조달해야 할텐데 연기금이나 공제회의 도움 없이는 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화그룹이 리츠 설립과 관련해 다소 욕심을 내려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신한금융투자 사옥이 평당 3000만원에 팔리며 한화그룹 차원의 기대감이 다소 커졌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최근 금리 상승에도 리츠 수익률에 대한 기대 심리는 그대로거나 오히려 높아진 만큼 한화그룹이 예전 눈높이를 고수하기는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 등 대기업 리츠가 현재 같은 상황에 수익률을 맞추는 방법은 자산을 시가보다 파격적으로 싸게 내놓거나 입주한 그룹 계열사가 임대료를 대폭 인상해주거나 둘 중 하나”라며 “금리 상승으로 조달 비용은 증가하는데 기대 수익률은 그대로거나 높아지는 만큼 리츠 설립 주체가 손해를 감수하는 수 밖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상승 여파에 더해 최근 불거진 한화손보 매각설도 한 때 잠재적 투자자의 불안감을 키웠다는 의견이다. 지난 16일 신한금융그룹이 한화손보 인수를 위한 작업을 물밑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한 언론사의 보도가 나오면서다.
보도 직후 신한금융그룹과 한화손해보험 측은 이를 부인하며 ‘해프닝’으로 마무리 됐지만 한화그룹 리츠의 잠재적 투자자들이 다소 불안해했다는 전언이다.
한화리츠에 포함될 구성 자산은 ▲여의도 한화손해보험빌딩 ▲한화생명 평촌사옥 ▲한화생명 중동사옥 ▲한화생명 구리사옥 등이다. 이 가운데 여의도 한화손해보험빌딩은 한화리츠의 가장 우량한 자산으로 꼽힌다. 사실상 한화손해보험빌딩 외에는 외곽에 위치한 자산인 만큼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화손보 매각설이 화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여의도 한화손해보험빌딩은 한화손보가 소유하고 있고 현재 한화손해보험을 비롯한 계열사들이 쓰고 있는 알짜 자산”이라며 “만약 한화손보의 주인이 바뀌게 되면 한화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는 리츠와는 거리가 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현재 주관사를 재선정하고 있으며 이르면 9월 초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며 "자금모집 역시 문제 없이 진행 중으로 현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