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회수엔 웨이브 낫지만…사업 시너지는 '리디'
"가격 제쳐두고 엑시트가 우선" 투자자들도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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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토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왓챠가 경영권 양도 및 지분(구주) 매각에 나섰지만 원매자를 찾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SKT의 웨이브(Wavve), 콘텐츠 플랫폼사 리디(RIDI) 등이 인수 검토에 나선 가운데 매각 변수를 두고 왓챠와 투자자들, 잠재 인수자들 등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25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왓챠는 최대주주인 박태훈 대표(15.8%)를 포함해 주주 다수가 보유 지분 매각을 위해 인수자들을 찾고 있다. VC(벤처캐피탈) 등 주주 대부분은 ‘최대한 빠른 자금 회수’를 목표로 지분 활용 방안을 고심 중이다.
자금수혈이 시급한 왓챠는 자회사인 블렌딩의 지분 매각을 위한 수요조사(태핑)에도 들어갔다고 알려진다. 블렌딩은 음원 제작 및 유통업체로, 왓챠가 2019년 인수해 지분 51%을 보유하고 있다.
매각 추진 초기 게임사, IT회사 등이 잠재 투자자로 거론됐지만 인수전 분위기는 다소 식은 분위기다. 최근 OTT 시장이 대기업 위주 사업자로 재편되고 있고, 글로벌 OTT들도 인원감축 등 사업 효율화에 나서는 상황이라 사업적 시너지가 크게 기대되지 않으면 선뜻 OTT 업체 투자에 나설 유인이 적다는 분석이다.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SKT의 웨이브, 콘텐츠 플랫폼 리디 등이 거론되는데 왓챠, 주주들 등 이해관계자들의 셈법이 복잡한 상황이다. 출자자(LP)들 입장에서는 웨이브가 왓챠를 인수한다면 ‘베스트’지만 가격 문제가 있어 쉽지 않고, 리디는 사업적 시너지가 기대되지만 투자금 회수가 늦어질 수 있으니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웨이브의 경우 SKT가 대주주로 있어 대기업의 자본력이 뒷받침된다는 점이 크다. 웨이브는 최근 경쟁사인 CJ의 티빙이 KT의 시즌을 인수합병하면서 토종 OTT중엔 가입자 1위로 올라선만큼 가입자 확보가 급한 상황이다. 콘텐츠웨이브의 모회사인 SK스퀘어가 올해 하반기 자회사 성장이 시급한 만큼 M&A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기도 하다. 대기업 OTT 사업체에 비해 비교적 ‘젊은 조직’인 왓챠를 원하는 점도 고려될 수 있다는 평이다.
리디의 경우 왓챠 인수를 통한 ‘사업적 시너지’를 여러 측면에서 기대할 수 있다. 리디가 웹툰과 웹소설 등 영상 제작이 가능한 원천 IP(지적재산권)를 갖고 있고, 고객군도 왓챠와 겹치지 않기 때문에 고객 다양화가 가능하다.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해야하는 왓챠 주주들이 가장 ‘원하는’ 원매자는 웨이브 등 대기업 투자자다. 왓챠의 경영권 매각 성사시 왓챠 FI(재무적투자자) 대부분은 태그얼롱 조항을 활용해 동반 지분매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리디 측이 포괄적 주식교환 구조로 인수를 검토하는 점을 고려하면, 리디의 왓챠 인수시 리디 지분을 받게되는 왓챠 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가 미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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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면에서 눈높이를 맞추기 쉽지 않다보니 웨이브와의 협상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결손금 규모가 늘어나는 등 왓챠의 재무구조가 악화하면서 기업가치도 과거 인정받은 수준보다 하락했다고 보고 있다.
왓챠가 지난해 10월 전환사채(CB) 발행으로 49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할 당시 평가된 기업가치는 3380억원 수준이었다.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냉정하게 본다면’ 왓챠의 현재 적정 기업가치가 1000억원 내외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사안에 정통한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업적 시너지는 리디가 크겠지만 왓챠 주주 입장에선리디의 지분을 받으면 ‘또 언제 엑시트하나’ 걱정이 있다. 웨이브와는 가격이 문제일 것”이라며 “어쨌든 주주들은 투자금을 빨리 엑시트해야하는 입장이라, 가격 제쳐두고 일단 ‘떠가줄’ 곳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리디의 인수 의지가 사실상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리디의 주주들 중에서도 애초에 왓챠 인수를 원하는 주주는 리디와 왓챠 두 곳 모두에 투자한 벤처캐피털(VC)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올초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에 올라선 리디의 현금 여력이 큰 규모의 M&A를 진행할 여유가 있는지도 관건이다.
최근 리디가 재무적 리스크를 정비하고 수익성 개선 작업에 나서고있는 점을 고려해도 다른 OTT 서비스를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최근 리디는 애니메이션 OTT인 라프텔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OTT 사업이 지속적인 대규모 자본 수혈이 필요하고 경쟁이 심화하면서 웹툰·웹소설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으로 해석된다. 라프텔은 2014년 출범 이후 2019년 리디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 리디는 앞서 올해 4월 IT 전문 미디어 아웃스탠딩을 삼프로TV에 매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