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지 적고 흥행 부담은 큰 11번가...SK 계열사 상장 철회 여파
입력 2022.08.30 07:00
    취재노트
    원스토어·SK쉴더스 주관사 탈락, 경쟁사 주관사는 불참
    그간 SK그룹 딜 수임 사례 적었던 한국·삼성證 선정
    줄이은 상장 철회 만회하고 기업가치 확대해야…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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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스퀘어의 이커머스 자회사 11번가가 상장 주관사 선정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앞서 SK쉴더스와 원스토어의 상장 철회 여파로 11번가의 주관사 선택지가 많지 않았던 것 같다는 평가다. 해당 발행사들의 상장 전 작업을 맡았던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제외돼서다. 

      그에 반해 11번가의 상장 부담감은 상당한 모습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주문대로라면, 보다 구체화된 파이낸셜 스토리를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할 필요가 있는데, 재무적투자자(FI)들과의 수익보장 약속도 지켜야 한다. 게다가 줄이어 상장을 철회한 두 계열사의 비운도 만회해야 한다. 이 와중에 11번가의 순손실은 확대되는 모습이다.

      지난 24일 11번가는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를 대표주관사로, 삼성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상장 시기 등 구체적인 사안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관사 선정 결과에 함의하는 바가 많다는 평이다.

      그간 주로 'NH투자증권'이 SK그룹 계열사 딜을 수임했던 점을 감안, 입지 변화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NH투자증권은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다수의 SK그룹 계열사 상장 건을 도맡아왔다. 시장 변화 탓이라고는 하나, SK쉴더스와 원스토어를 증시에 입성시키지 못했다.

      게다가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SK그룹 딜 수임 전례가 많지 않았던 곳들이다. 주식시장이 호황에 접어든 2020년 이후,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지난해 상장한 SK리츠를 제외하면 대표주관사로 이름을 올린 적이 없었다. 한국투자증권은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 IET의 공동주관사로 참여한 것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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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를 두고 애당초 11번가가 주관사 선택지 폭이 다소 좁았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SK쉴더스와 원스토어의 상장 주관을 담당했던 증권사는 배제해야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 모건스탠리, CS증권 등이 이에 해당한다. 다만 여전히 대기업의 증시 입성이 쉽지 않은 분위기인 점을 감안하면, 11번가의 상장을 수임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일만은 아닐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황기를 틈타 상장하려던 이커머스 경쟁사들의 움직임도 11번가의 선택지를 제한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내년으로 상장을 연기한 SSG닷컴(이하 쓱닷컴)의 주관사 미래에셋증권은 제안서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금번 선정된 증권사들의 제안서 내용에 11번가 측은 꽤 흡족해 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리서치센터 연구원과의 협업을 통해 제안한 마케팅 포인트가 그러하다는 후문이다.

      선택지는 적은데 11번가의 상장 부담은 상대적으로 큰 모습이다. 

      최근 최 회장이 자체 수립한 '파이낸셜스토리'에 대해 "세부 실행계획을 마련하라"는 주문을 한 상태다. 이에 따라 11번가는 납득 가능한(?) 파이낸셜 스토리를 다시 짜야하는 과제와 함께 그간의 그룹 계열사 상장 실패를 만회해야하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11번가는 투자유치 당시 '2023년까지 상장'과 '상장시 최소수익률(IRR) 3.5% 보장'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상장 전까지 기업가치를 확대해 시장에 산정된 공모가를 설득해야만 하는 셈이다.

      다만 갈 길은 여전히 멀어보인다. 2020년에 이어 지난해도 영업손실을 기록한 11번가는 2022년 상반기에도 500억원대의 순손실을 기록, 적자 폭이 확대됐다. 마케팅 포인트로 꼽히는 '아마존과의 협업'에 대해서도 확장성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도 무시하기 어렵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빅딜(Big Deal)을 해본 증권사들을 선택지에서 배제하곤, 남은 후보군 중에 딜 레코드가 좋은 증권사를 고른 느낌"이라며 "11번가의 주관사 선정이 늦어지는 기간 동안 '흥행시키기 쉽지 않은 딜'이라는 평가가 짙었던 만큼 이번에 선정된 주관사들의 부담은 클 것이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