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이후 투자한 신사업 성과 시현 시기도 앞당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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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3조원 규모의 자구안 이행을 마친 두산그룹 앞에 '계열사별 자체 재무개선 능력 입증' 과제가 놓여졌다. 그간 두산그룹이 '재무구조 안정화'를 최우선으로 두고 계열사 지원을 통해 위기를 넘겼다면, 이젠 그룹 계열사들이 자체 영업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직접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5일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크레딧 이슈 점검 웨비나를 통해 두산그룹이 다시금 재무구조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고 밝혔다. 그간 자구안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계열사별 지원이 다수 이뤄졌지만, 이제는 계열사별 자체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용평가업계는 ㈜두산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그간 자구안을 실행하며 지주사로서의 역할이 부각됐지만 이젠 자체사업 비중을 확대해 재무위험에 대비해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두산이 두산에너빌리티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을 두고도 업계에서는 "㈜두산은 다수의 사업 매각으로 수익 기반이 축소된 상황이라서 자체사업 보완 등을 위한 투자 부담이 내재돼 있다"라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로 ㈜두산은 2021년 지게차 사업부문인 산업차량BG(비즈니스그룹)을 두산밥캣에 매각하는 등 자체 사업 비중이 줄인 바 있다.
다만 최근 ㈜두산이 보유하고 있던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4.5%가량을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한 것도 자체적인 재무구조 개선 노력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구조조정을 거치며 공란이 생긴 사업 포트폴리오 정비 필요성도 커졌다. 현재 두산그룹 내 중공업과 건설기계 사업 비중이 크다. 이 외에도 전자부품, 연료전지, 반도체(후공정) 등 다른 사업부문도 영위하곤 있지만, 매출 비중 측면에서 보면 2021년 기준 중공업(34%), 건설기계(40%)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재무 안정성 확보를 위해 매각할 수밖에 없던 두산인프라코어(건설기계), 두산솔루스(2차전지) 등 핵심 계열사들의 빈자리를 메울 신사업 투자가 불가피한 배경이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반도체 테스트 기업인 테스나를 인수, 반도체산업에 진출하는 등 캐시카우(Cash Cow)로 키울 사업 부문을 물색 중이다. 다만 투자에 대한 성과 시현 시기는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신평 측은 "두산그룹은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신사업 투자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익 실현까지 시일이 소요되고 있어 그룹의 신용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사업환경 급변 속에서 재도약을 위한 그룹의 투자는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 시의적절한 투자부문 이익 실현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그룹 내 중요도가 높은 두산에너빌리티의 견고한 수익성도 관건이 됐다. 지금으로선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 두산밥캣의 높은 주문 잔고 덕에 수익성의 안정적 유지가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다만 두산밥캣의 배당 수익을 제외하면 두산에너빌리티의 별도기준 이익 규모는 감소 추세다. 2022년 상반기엔 전년대비 37.4% 감소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에너지 부문의 사업환경이 에너지믹스 전환 기조로 다소 불리해진 점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향후 재무개선에 따른 배당지급 확대도 우려 요소로 지적된다. 한신평은 현재로선 현금창출 능력이 가장 뛰어난 두산밥캣의 배당 지급이 확대됨에 따른 재무적 영향을 추후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자구안 이행 과정을 거치면서 계열사 지원 필요성에 따른 신용등급 줄하락을 경험한 기업이라서 신용평가사가 내놓은 의견을 쉬이 넘기긴 어려울 것"이라며 "신사업 성과 시현을 앞당기고 계열사별 자체 영업현금흐름 확대를 꾀하는 것이 구조조정 다음의 숙제가 됐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