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적 투자자(FI)와 갈등에 ‘궁여지책’ 꺼냈단 평가
현실 가능성은 높지 않아…주주간 분쟁이 걸림돌 될듯
“일반적 차원에서 검토에 불과했을 것”이란 평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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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교보생명이 국내 상장 좌절 후 ‘미국 상장’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현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아직 주주 간 분쟁이 진행 중인만큼 국내보다 까다로운 미국 증시의 벽을 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시각이 많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까지 내부적으로 미국 상장 가능성을 검토했다. 회사 측은 “2~3년 전 국내 상장 방안을 고려할 당시 여러 가지 선택 사항 중의 하나로 미국 상장도 문의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교보생명 내부적으로 두 세달 전까지 해당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7월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승인이 거절되자 궁지에 몰린 교보생명이 다시 미국 상장 가능성을 가늠해본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아직까지 외국계 주관사를 재선정한다거나 미국 증시 상장을 공식화한 바는 없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말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IPO 작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지난 7월 거래소가 최종적으로 승인을 내주지 않은 데 따라 해당 시도가 좌절된 바 있다. 자세한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선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 2대 주주이자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 간 분쟁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교보생명의 미국 상장 시도를 두고 실질적인 현실화를 염두에 뒀을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미국 상장의 벽을 넘기가 만만치 않은 데다, 상장 이후에도 교보생명이 얻어갈 이익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미국 시장에서 교보생명의 주주간 분쟁 이슈가 더욱 부각될 가능성만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상당히 알려진 대기업에 속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대주주 분쟁과 관련해) 이미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라며 “미국은 국내보다도 지배구조 등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관련한 요소를 철저히 점검하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나 나스닥 상장 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감독 당국은 상장 예정기업의 경영진이나 최대주주와 관련한 지배구조를 까다롭게 규제한다. 상대적으로 기업의 향후 성장성이나 미래 기업가치 산정 측면에선 관대하지만 경영 투명성이나 내부 통제 등은 엄격하게 들여다보는 편이다.
교보생명이 국내 거래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 증시의 벽을 넘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점쳐지는 배경이다.
이 관계자는 “시기상 교보생명은 국내 상장이 불발되자 대안으로 미국 상장을 점쳐보는 것일 텐데, 이미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잠재 주관사들 역시 어피니티나 신 회장 간의 분쟁 사실을 모를 리 없다”라며 “만약 해외 상장 시 법적 분쟁과 관련한 위험 요인을 상세히 공개하지 않을 경우 법적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문제라 (잠재적 주관사들로서도)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교보생명이 또 다른 ‘명분’을 위해 미국 상장을 검토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교보생명이 미국 상장 후에도 득(得)보단 실(失)이 많을 거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국내 상장 시도 당시에도 어피너티와 분쟁에서 유리한 지점을 차지하기 위한 ‘보여주기식’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 상장 가능성이 낮았지만 애당초 주주간 계약에 포함되어 있던 IPO 조건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우려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 상장을 맡아줄 글로벌 주관사가 구해진다면 시도는 해볼 수 있겠지만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며 “외국계 IB에 지불해야 할 수수료가 만만치 않은 데다 해외 보험사 사이에서 교보생명이 소외당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