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리스크 해소 기대…'본업' 성과 주목
SM 주가는 반등…경영권 매각 영향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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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의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주주들의 압박에 다시 백기를 들었다. 에스엠 측은 지난달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이 요구한 ‘라이크기획’ 문제 해결에 대해 “프로듀싱 계약 조기 종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총괄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 SM엔터의 계약 문제는 2019년 KB자산운용이 공론화한 후 시장의 지속적인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 문제가 해결된 후의 에스엠의 향방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16일 에스엠은 보도자료를 통해 “총괄 프로듀서가 라이크 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을 금년 말에 조기 종료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며 "당사는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프로듀싱 계약 조기 종료 의사를 전한 부분에 대해 향후 사업 방향 등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논의를 거쳐 추후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15일 에스엠은 계약 조기 종료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얼라인 측은 16일 오전 “프로듀싱 계약을 연내에 조기 종료하고자 하는 최대주주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의 의사를 존중한다”며 “당사는 에스엠 이사회에 이메일을 통해 이번에 발표된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조기 종료와 관련하여 후속 논의와 이사회 결의를 포함한 확정 공시를 늦어도 지금으로부터 2주 뒤인 9월 30일까지 마무리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저평가 해소 기대감에 에스엠의 주가는 16일 7만6500원으로 전일 대비 18.6% 급등했다. 이번 에스엠의 입장에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자발적 의사가 강하게 반영된 만큼, 증권가에서도 실질적인 ‘오너 리스크 끝’을 기대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과거 에스엠이 라이크기획에 지급하던 수수료를 고려하면 내년 영업이익이 297억원 늘어날 수 있다고 추정했다. 하나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에스엠의 목표가를 각각 11만원, 10만3000원으로 상향했다.
일각에서는 이 총괄 프로듀서가 지배주주로 있는 다른 에스엠 자회사를 통해 이익을 얻는 등 ‘제2의 라이크기획’이 나올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앞으로 발생하는 회사의 새로운 계약 등에 감사가 조사할 수 있고, 얼라인을 비롯한 주주들까지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상황이라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3월 에스엠 정기 주주총회에서 얼라인 측이 올린 감사가 소액주주를 포함한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아 선임된 바 있다.
프로듀싱 계약이 종료되면 이후 이 총괄 프로듀서의 ‘역할’에 대한 궁금증도 있다. 아직 이 총괄 프로듀서가 콘서트에 직접 등장하고 소속 아티스트의 헤어스타일까지 정해줄 만큼 영향력이 큰 만큼, 프로듀싱 계약이 조기 종료돼도 단기간 내에 전반적 역할이 축소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에스엠은 입장문을 통해 “(이 총괄이)25년간 구축한 프로듀싱 시스템이 잘 운영되어 확신이 생겼고, 물러나라는 소액주주들의 의견 또한 대주주로서 겸허히 받아들이는 게 도리라고 말해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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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시장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에스엠 앞에 놓인 과제가 많다. SM·JYP·YG엔터가 ‘3대 기획사’로 불리던 시대가 끝나고 BTS(방탄소년단)를 앞세운 하이브가 단숨에 1위에 올랐다. 이달 JYP엔터는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CJ ENM의 시가총액을 추월했다.
증권가 및 투자업계에선 오너 리스크 해소로 에스엠이 ‘본업’에 박차를 가하길 기대하고 있다. 동방신기, 엑소 등 ‘남자 아이돌 명가’로 불렸던 에스엠은 그 이후 이렇다 할 ‘대박’을 치지 못하며 다소 아쉬움을 남기고 있는 상태다. 다가올 BTS의 군대 공백기를 과연 어느 소속사의 그룹이 주도할 지 관심이 모인다.
에스엠은 2016년 NCT 데뷔 이후 남자 아이돌을 내놓지 않았다. ‘무한확장’ 시스템인 NCT는 'NCT재팬’, ‘NCT할리우드’ 등 예고된 프로젝트가 남아 있다. 16일 NCT 127의 정규 4집 ‘질주(2Baddies)’가 발표됐다. 4세대 여자 아이돌에서는 에스파가 선방하고 있지만 워낙 걸그룹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 계속해서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최근에 벌여 둔 사업들에서 어떤 시너지 효과와 수익을 낼 수 있을지도 과제다. 올해 4월 신기술사업금융업자(신기사)인 ‘SM컬처파트너스’, 6월엔 LG전자와 홈트레이닝 서비스 합작법인인 ‘피트니스캔디’와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사 ‘스튜디오 광야’를 설립했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에스엠 경영권 매각에 다시 나설 지도 관심이 모인다. 지분 약 18%를 보유한 이 총괄은 지난해 CJ ENM,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과 매각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거래 철회의 가장 큰 장벽(?)으로 이 총괄의 ‘현재 수준의 동일한 지위와 대우’ 요구가 꼽혔다.
프로듀싱 계약이 종료되면 이 총괄 입장에선 매년 받아갈 돈은 줄어들지만 주가가 오른다는 점은 반길 만하다. 이 총괄은 회사를 자녀들에 물려주겠다는 의지가 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경영권 매각에 다시 힘을 실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