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의 방위산업 중심축으로
"재무부담 가중할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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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화그룹이 14년만에 대우조선해양 경영권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대우조선해양 경영권 인수의 중심은 김동관 부회장이 대표이사이자 사내이사로 재직중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다. 전체 2조원에 달하는 인수자금의 대부분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계열사에서 부담해야 하고, 현재로선 외부 자금 차입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전반적인 재무 부담이 증가함과 동시에 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칠 우려도 제기된다.
한화는 국책은행의 숙원 사업을 해결하는 반대급부로 채권단의 전폭적인 금융 지원을 약속 받았다. 당장의 재무부담은 경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추후 대우조선해양을 정상화하기까지 막대한 자금 소요에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업은행은 26일 이사회를 열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권을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매각금액은 총 2조원 수준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조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시스템이 5000억원을 출자해 각각 25%, 12.3%의 지분을 확보한다. 나머지 5000억원은 오너 3세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한화에너지의 자회사(3곳)와 손자회사(한화임팩트파트너스)에서 출자한다.
이번 거래는 채권단 측이 인수자를 우선적으로 확보하고 공개경쟁입찰을 거쳐 추가적인 인수후보자를 모집하는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진행한다. 주로 채권단 관리절차(워크아웃) 또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놓인 기업들의 경영권을 매각할 때 사용하는 방식으로 거래 종결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된다. 경쟁 입찰을 진행해도 추가적인 인수후보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채권단과 한화그룹은 11월 말 경 본계약(SPA)을 체결한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한화그룹이 보유하는 대우조선의 지분율은 약 49%가 될 전망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 경영정상화를 위해 기존에 시행중인 금융지원 방안 등을 채권단과 협의해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채권단의 금융 지원은 대출, 선수금환급보증(RG), 수입신용장(LC), 긴급운영자금(크레디트라인) 등 총 2조9000억원에 달한다. 대우조선은 올해 1분기 약 49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이를 통해 지난해 말 390%였던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기준 546.6%까지 치솟았다. 채권단이 금융 지원을 연장하는 것은 인수후보자, 즉 한화그룹의 재무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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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의 금융지원이 유지된다는 전제가 유효하다면, 한화그룹 차원에서 당장 추가적인 자금소요에 대한 고민은 다소 줄어들 수 있다. 당장 1조원 이상을 출자해야 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금 마련 방안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2분기 개별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보유한 현금은 약 1270억원에 불과하다.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방안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00% 자회사 한화디펜스를 올해 11월 흡수합병한다. 한화디펜스의 보유 현금은 지난해 말 기준 약 3400억원, 합병이 완료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자체적으로 약 47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해당 현금을 모두 대우조선의 신주 인수대금으로 사용할 수는 없는 만큼 차입 또는 현금 마련을 위한 조달 방안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분 46.7%를 보유한 한화시스템이 5000억원의 자금을 출자해야 하는데 이번 인수를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및 자회사가 총 1조5000억원을 현금을 마련해야하는만큼 재무부담에 대한 우려, 이에 따른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현재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한화그룹 측에 자세한 자금조달 계획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자회사의 자금소요가 1조5000억원에 달하는만큼 추후 차입금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현재로선 ㈜한화에서 자금 지원에 나설 움직임이 없는데 대규모 자금 지출이 현실화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신용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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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선 대우조선해양의 인수 시너지를 명확히 예단하긴 어렵다. 대우조선해양이 제작하는 잠수함 등을 제작하는 방위사업부문, LNG선 사업 등에서 사업적인 시너지 효과가 나기까진 상당기간 소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방위사업 부문의 마진율은 제한적이다. LNG선 부문에서 유의미한 현금흐름이 나오기까지 향후 수 년간 발생할 수 있는 자금소요에 대응하는 것이 한화그룹의 과제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업적인 부분을 차치하면 한화그룹은 국책은행의 금융지원을 업고 지배구조 개편을 한층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산업은행은 제조업을 보유한 국내 대기업 그룹 대부분에 인수 의사를 타진했고, 한화그룹이 인수 의사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사실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그룹에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최종 성사하지 못한 만큼 삼성그룹(삼성중공업) 또한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화그룹이 유일한 백기사로 나선 모양새가 됐다.
최근 한화그룹의 사업부 분할과 합병, 계열사 이동 등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선 ▲방산 ▲화학▲금융 ▲리테일 등의 분야로 명확한 구획이 나눠지고 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한화그룹의 경우 김승연 회장과 오너 3세(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부사장, 김동선 상무)의 경영권 승계가 가장 큰 과제이기도 하다. 현재로선 김동관 부회장이 방산(한화에어로스페이스), 화학(한화솔루션) 부문의 경영 전반을 담당하고, 김동원 부사장은 금융부문에 힘을 싣고 있다. 3남인 김동선 상무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문에서 경력을 쌓아나가고 있다.
한화그룹이 방위산업 기업으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하겠단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김동관 부회장이 직접 경영하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체로 나섰다는 점은 추후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계기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최근에 진행한 한화솔루션과 한화갤러리아의 인적분할 등 일련의 지분 정리 과정을 비쳐보면 비주력 계열사의 정리 작업도 병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는 평가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