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트스위스, 근소한 차로 삼일PwC 제치고 재무자문 1위
뒷심 발휘한 회계법인…거래 지연에 어깨 못펴는 글로벌 IB
상반기 순위가 연간 순위로 굳어질 듯…회계·법률자문도 비슷
인수금융 실적 '1건' 올린 증권사 수두룩…은행은 반사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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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은 계속되는 시장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로 급격한 거래 절벽을 마주했다. 지난 상반기 말 고개를 든 걱정이 현실화한 모습이다. 영역을 가리지 않고 기업 가치 전반이 쪼그라드는 가운데 시장 자금마저 씨가 말라 사실상 상반기 순위가 올해 연간 순위가 될 것이란 비관적 분위기가 감돈다. 재무자문에서 크레디트스위스(CS)가 1위로 올라선 것을 빼면 법률자문과 회계실사, 인수금융은 사실상 변동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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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CS는 근소한 차이로 삼일PwC를 추월해 M&A 재무자문 1위에 올라섰다. 3분기 미국 SMR 설계 기업 테라파워의 투자 유치와 IMM인베스트먼트의 에코매니지먼트 매각 등 비교적 큰 거래를 맡은 덕이 컸다. 크레디트스위스는 3분기 모건스탠리와 함께 비바리퍼블리카(토스)의 증자 작업도 자문하며 주목도가 높은 거래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KT클라우드 소수지분 매각을 진행 중이며, IMM PE의 에이블씨엔씨 매각 주관도 맡았다.
상반기 1위를 지킨 삼일PwC는 2위로 내려왔다. 3분기 현대자동차그룹의 포티투닷 인수을 자문한 것 외엔 잠잠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분기 조 단위 대형 거래에선 존재감이 덜했지만 중소·중견기업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수 거래에 활발히 참여했던 것과 대비된다. 삼정KPMG 3분기 들어 1000억원 안팎 중소형 거래에 가장 많이 참여했다. 올해 조 단위 거래에 한 건도 참여하지 못했지만 전체 자문 액수에서 삼일PwC를 바짝 뒤쫓고 있다. EY한영과 딜로이트안진은 각각 쌍용자동차 매각 작업, 포스코O&M의 잭니클라우스GC 인수 등에 참여해 6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2분기 이후 반등을 점쳤던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다소 부진한 모습을 이어갔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일진머티리얼즈와 메디트 등 대형 매각 주관으로 주목받았지만 3분기에는 실적을 쌓지 못했다. JP모건이 맡은 SK온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도 다소 지연되는 모습이다. MBK파트너스와 해외 PEF의 참여 여부에 올해 실적이 갈릴 전망이다. JP모건은 롯데카드 매각도 맡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MBK파트너스의 카카오모빌리티 인수를 도왔으나 결실이 없었다. 롯데그룹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1조원대 에어퍼스트 소수지분 매각 주관사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UBS증권은 아모레퍼시픽의 미국 화장품 업체 '타타 내츄럴 알케미' M&A의 매각과 인수를 각각 도왔는데 거래 규모는 크지 않았다. 하반기로 갈수록 투자 시장이 위축되고 있어 올해 '대형 거래'로 역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연간 리그테이블 순위는 사실상 상반기 때 이미 다 정해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M&A 거래에 소극적인 분위기"라며 "연말까지 남아 있는 거래를 두고 실적 경쟁이 치열할 테지만 상반기 때 벌어진 격차를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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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실사와 법률자문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상반기 순위 그대로 삼일PwC가 1위를 이어갔고 삼정KPMG가 2위, 딜로이트안진과 EY한영이 그 뒤를 이었다.
삼일PwC는 상반기에 비해 회계실사 건수가 크게 늘어나진 않았지만 조 단위 거래인 SD바이오센서의 미국 메리디언바이사이언스 인수전에 참여했다. 삼정KPMG는 상반기 두 배 수준의 회계실사를 맡으며 재무자문과 마찬가지로 뒷심을 발휘한 모양새다.
딜로이트안진은 3분기 브룩필드자산운용의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산업가스 생산설비 인수 작업에 참여하며 경쟁자인 EY한영을 따돌렸다. EY한영은 상반기까지만 해도 딜로이트안진과 3위 자리를 다퉜지만 3분기 회계실사 건이 많지는 않았다. 최근 발표된 대우조선해양 M&A에선 EY한영이 산업은행, 삼정KPMG가 한화그룹에 자문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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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자문 시장에서 1위 김앤장의 독주는 두드러졌다. 김앤장은 3분기 국내 시장에서 첫 선을 보인 한앤컴퍼니의 컨티뉴에이션펀드(Continuation Fund)를 비롯해 원매자가 교체된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인수 법률자문 등 조 단위 딜을 독식했다. 롯데그룹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돕고 있다.
태평양도 케펠그룹의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EMK) 인수와 SK에코플랜트가 발행하는 상환전환우선주(RCPS) 인수 등 굵직한 거래를 맡으며 2위 자리를 지켰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에서 산업은행을 도왔다. 광장은 상반기 SK홀드코 매각에 이어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설비 매각 작업 및 SK텔레콤과 하나금융지주 간 지분 거래 등 SK그룹 일감을 두루 따내며 3위에 올랐다.
4위 세종은 상반기 말 SK에코플랜트 투자 유치 자문에 이어 3분기 포티투닷과 쌍용자동차 매각 등 주목도 높은 거래들에 참여했다. 상반기에도 TES 인수와 SKC 필름 사업부 매각 등 조 단위 거래에 꾸준히 참여했던 터라 자문한 거래의 총액으로는 광장과 태평양과 어깨를 나란히 견주고 있다.
5위 율촌은 한화그룹의 고려아연 지분 투자와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캐롯손해보험의 유상증자 참여를 자문했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도왔다. 화우는 KG컨소시엄의 쌍용자동차 인수 자문과 CJ제일제당의 네덜란드 바이오 기업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 인수를 도우며 6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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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금융 시장은 증권사를 중심으로 주관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KB금융지주 계열사인 KB증권과 삼성증권을 제외하면 그간 리그테이블 상위를 다투던 증권사 전반의 실적이 1건에 그치거나 전무했다. 대부분 증권사가 금리 인상으로 기존 인수 자산의 재매각에 골머리를 앓으며 영업에 나설 여력이 없는 탓으로 풀이된다.
KB증권은 3분기 9000억원에 달하는 인수금융을 주선하며 다시 인수금융 주관 1위를 탈환했다. 올해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에 이어 인수금융까지 리그테이블 3관왕 달성을 코앞에 두게 됐다. 상반기까지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던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 KKR의 리프레스코 인수금융에 참여하는데 그치며 격차가 벌어지는 모습이다. 상반기 3위였던 NH투자증권 역시 주관 실적이 1건에 그쳐 하나은행에 추월당했다. 삼성증권은 2건의 주관 실적을 쌓으며 순위를 높였다.
3분기 KB증권과 함께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KB국민은행은 5위로 올라섰다. 3분기 주관 액수만 놓고 보면 KB증권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증권사 내 담당 실무진 사이에서도 당분간 영업에 나서기 어려울 거란 우려가 큰 만큼 인수금융 시장에서 은행의 존재감은 계속해서 커질 거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