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평균 지분율 50% 육박...환율과 역상관관계
투자 심리는 좋지 않은데 외국인 수급 무너지며 급락
내달 해외 NDR서 외국인에 어떤 당근 제시할까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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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환율이 20년 만에 최고치를 돌파하며 외국인 지분율이 높았던 은행주에도 텐트럼(발작)이 일어났다. 환 손실을 우려한 외국인 손절 매물이 쏟아지며 대장주인 KB금융 주가가 이틀간10% 폭락하는 등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한 모습이었다.
원달러환율이 임계점을 넘어서며 주요 은행금융지주 주가와 달러의 가치 사이에 역(逆)의 관계가 성립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율 발작'이 일어나기 전까진 외국인 매수세가 주가의 안전판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10월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NDR)를 앞두고 있는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는 지적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환율 발작'으로 인해 국내 증시가 폭락한 26일부터 28일까지 3거래일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4대 금융지주 주식을 72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지방금융지주와 기업은행까지 시야를 넓히면 순매도 규모는 944억원에 이른다. 이 기간 외국인 코스피 전체 순매도 규모는 3911억원이었다. 순매도의 4분의 1이 은행주에서 나온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두고 환손실 예방을 위한 손절 물량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원달러환율이 14년만에 1400원을 돌파한 건 지난 22일이다. 이후 환율 상승 추세가 꺾이지 않은데다 주말새 영국 파운드화 폭락이라는 충격이 더해지며 외국인들이 급하게 발을 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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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이 은행주에 집중된 건 역시 평소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탓이다. 국내 은행주 평균 외국인 지분율은 현재 50% 안팎으로 코스피 평균 30%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KB금융ㆍ신한금융 등 대장주 외국인 지분율은 70%를 넘어선지 오래다.
이전까지 환율 이슈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응법은 KB금융ㆍ신한금융 매수, 하나금융 매도였다. 하나금융의 경우 이번 하락장이 시작된 8월17일 이후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최대 1400억원에 달했다. 외화자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커 원달러 환율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하나금융의 세전 순이익이 약 100억~120억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26일 이후엔 회사를 가리지 않고 투매가 나왔다는 게 이전과의 차이점으로 꼽힌다. 당국의 개입과 달러 강세의 일시적 안정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인 29일에는 외국인들도 다시 은행주 순매수에 나서며 주가가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나마도 오후 들어 매수세가 주춤하자 주가도 강보합세로 밀리며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이번 하락이 있기 전인 지난 23일 기준, 지난 일주일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은행주를 290억원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에서는 5885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덕분에 코스피 지수는 한 주간 3.9% 하락했지만, 은행주는 0.6% 오르며 지수를 크게 아웃퍼폼(평균 수익률 상회)했다. 외국인 매수가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한 것인데, 환율 이슈로 안전판이 사라지니 주가가 더 크게 폭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8월 이후 예대마진 축소ㆍ부실자산 증가 우려 등 규제 및 사업여건 악화 가능성이 부각하며 주로 연기금이 은행주를 내다 팔았는데, 외국인 자금이 이를 흡수하며 주가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며 "환율이 임계점을 돌파하자 손절 물량이 나왔고 일시적으로 수급 균형이 무너지며 은행주 주가가 크게 밀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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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주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여전히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 26일 이후 급락장에서 외국인ㆍ기관 투매 물량을 떠안은 건 대부분 개인이었다. 3거래일간 4대 금융지주 기준 국내 기관은 204억원을 순매도했다. 연기금이 300억원 가까운 물량을 추가로 털었다. 1000억원에 가까운 외국인ㆍ기관 매도 물량을 개인이 받아갔다.
저원가성 예금이 줄어들며 조달 비용은 늘었고, 대출 가산금리는 낮아지며 지난 8월 잔액 기준 예대마진이 2020년 이후 처음으로 꺾였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3분기 순이자마진(NIM)은 지난 분기 대비 오르긴 하겠지만, 그 폭은 2~8bp(0.02~0.08%포인트)로 크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 금리 상승으로 인한 마진 개선 기대감이 완전히 꺾인 셈이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절대적인 이익의 규모는 늘었고 밸류에이션 척도 역시 역사적인 저평가 구간이라는 점은 맞지만, 이자 마진이 꺾인데다 증권ㆍ보험 등 계열사로부터의 비이자 수익 역시 크게 꺾일 거라는 우려가 있는 것 같다"며 "연 배당수익률이 6~8%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 정도가 호재인데 이는 이미 알려진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번 은행주 주가 급락이 외국인 투자자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10월 중순 해외 설명회(NDR)에 나설 국내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달러 추가 강세에 대한 부담에도 외국인들이 다시 돌아오게 만드려면, 결국 최고경영자의 주주 환원 의지와 향후 사업 청사진으로 설득하는 방법이 최선인 까닭이다.
배당에 대해서는 최근 특별 대손준비금 이슈가 부각하며 주가 약세 요인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특별 대손준비금으로 은행 당 1조원 이상 충당금을 추가로 쌓는다면 배당 재원이 크게 축소되는 까닭이다. 다만 지금은 우려가 완화하는 구간이라는 평가가 많다. 금융당국에서 건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면 배당은 자율적인 결정 사항이라고 밝힌데다, KB금융ㆍ신한금융 등은 이미 3분기 분기 배당 절차에 착수했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배당은 상수고 환율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이니 결국 성장을 어디서 더 끌어올 것인지와 배당 외 주주환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일 것"이라며 "연임을 앞둔 주요 금융지주 최고경영자들 입장에서도 일단 '큰 손'인 외국인들에게 최대한 당근을 제시하려 노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