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설득, 낮은 경쟁률에 운용사 선정도 지연
얼어붙은 기관 투자심리, 민간 자금 매칭이 과제
사실상 복지부의 실기(失期) …투자처 물색도 어려움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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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주도 하에 조성되는 '케이(K)-바이오백신 펀드'의 출자자(LP) 모집이 시작됐다. 오랜 시일에 걸쳐 운용사(GP) 선정은 가까스로 마쳤지만 펀드 결성과 그리고 투자와 회수 단계에 이르는 실제 운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해당 펀드는 정부출자 비중(40%)이 상대적으로 낮은 탓에 민간 기관의 출자자 모집(60%)이 필수적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관투자가들이 돈 줄을 죄고 있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선 펀드레이징 자체부터 난항이 예상된다는 평가와 함께 투자처 물색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1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복지부가 K-바이오백신 펀드의 운용사로 선정한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최근 출자자(LP) 모집에 돌입했다.
국내 '백신 허브'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 주도 하에 진행되는 해당 펀드는 총 5000억원 규모로 조성한다. 복지부와 국책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3곳이 각각 1000억원씩 총 2000억원을, 운용사 두 곳은 총 450억원을 출자한다. 운용사들은 펀드 전체 규모의 60%가량은 민간 부문에서 조달해야 한다.
정부는 펀드의 신속한 결성 및 투자를 위해 패스트클로징 제도를 도입했다. 전체 규모의 75% 이상의 자금이 모아지면 펀드를 우선 결성한 뒤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
정부의 유인책에도 불구하고 펀드 결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백신 허브 조성은 지난해 중순부터 거론되던 핵심 사업인데, 지난해와 달리 현재의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심리는 크게 위축했다. 코로나19 사태 직전 백신 개발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강하게 작용할 당시 펀드가 조성됐다면 투자자 모집 뿐만 아니라 투자처 선정도 어렵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사실상 복지부의 ‘실기(失期)’로 평가 받는데 복지부가 금융당국을 설득해 출자를 이끌어 내는데 까지 시일이 오래걸린 점, 그리고 GP 선정 과정에서 경쟁률이 상당히 저조했던 점이 사업 지연의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 비상장사 투자에 대한 열기가 한 풀 꺾인 상황에서 대규모 바이오 관련 펀드를 조성하는 것이 놀랍다"라며 "가뜩이나 주요 기관들도 자금줄이 마르는 등 여러 VC 하우스들이 펀드레이징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오 비상장사 투자를 위한 펀드에 자금을 댈 곳이 많을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운용사 2곳이 펀드 결성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마땅한 투자처를 확보해야하는 숙제를 안게 된다.
투자 대상은 ▲백신·신약 개발 등을 위해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은 제약·바이오 국내 기업 ▲백신 분야(원부자재, 장비 등) 국내 기업 등 2가지 내용으로 한정돼 있다. 물론 실제 투자 범위는 더 넓을 수 있지만 주목적 투자 비중을 맞추기 위해선 해당 조건에 부합하는 기업을 물색하는게 우선이다. 즉 비상장사 가운데 '초기 투자단계'에 해당하면서, '백신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곳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실 최근 비상장 바이오 기업들은 투자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비상장 바이오 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크게 늘었다. 기술특례상장의 문턱이 높아져 바이오 기업의 증시 입성은 상당히 까다로워졌다. 이에 따라 상장 전 투자(Pre-IPO) 단계는 물론 IPO를 목표로 투자했던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가 불투명한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엔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시리즈A 수준의 초기 투자 단계가 아니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벤처캐피탈(VC)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같은 '밸류 하락기'에 몸값이 쪼그라든 바이오기업에 투자해 미래 차익을 기대하려는 벤처캐피탈(VC) 하우스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주로 '시리즈 A' 이하 단계다"라며 "운용자산(AUM)이 1조원이 넘는 운용사들도 바이오 기업 투자는 아예 멈춘 곳도 있는 등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는 굉장히 싸늘한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