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발행금리에 조달 방법 강구하는 LCC들
진에어는 '영구채', 제주항공은 '주주배정 유증'
항공수요 회복돼도 말라붙은 자금시장에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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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수요 회복세에도 고환율, 고유가 등으로 경영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조달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 시장을 찾거나, 실패 가능성을 무릅쓰고 주주배정 후 실권주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에 나서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이마저도 어렵다고 판단한 LCC는 영구채 발행을 택했다.
더 높은 금리를 매겨서라도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시급하지만, 급격히 얼어붙은 발행 시장에서 조달 방안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을진 미지수다. 우량 등급을 보유한 기업 조차 채권 발행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재무건전성이 비교적 열위하고, 보유자산이 넉넉치 않은 LCC들의 자금조달 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금리 조금이라도 낮춰야”…메자닌으로 눈돌린 LCC들
"최근 LCC 항공사들 중심으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 채권 발행 수요가 늘고 있어 증권사 내 항공사 담당 실무진들은 분주해지고 있다" (A증권사 ECM 부서 관계자)
일부 LCC들은 비교적 발행금리가 낮은 반면, 평가받은 신용 등급이 없어도 발행이 가능한 메자닌 상품 발행을 고려하고 있다. 메자닌 상품은 채권과 주식이 혼합한 형태로, 일정 수준의 금리를 보장하고 추후 투자 규모만큼 주식으로 교환 또는 전환 할 수 있는 옵션이 붙는다. 발행 금리는 다소 낮은편이지만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점이 위험성(리스크)을 상쇄하는 요인이된다.
지난 7월 에어부산은 자본잠식률 50%를 넘는 것을 막기 위해 100억원 규모의 영구 CB를 발행했다. 영구 CB는 만기가 30년 정도로 길다는 점에서 영구채와 유사하지만 향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LCC들이 메자닌 시장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평가다. 대부분의 LCC들은 신용평가사들로부터 부여 받은 유효 신용등급이 없다. 항공사들은 주로 운용 항공기를 리스 방식으로 도입하는 까닭에 금융권에 담보로 맡길 만한 자산도 많지 않은게 현실이다.
과거에 비해 메자닌 시장에서 발행사, 즉 기업 측의 협상력은 크게 떨어졌다. 지난 수년간 유동성이 풍부하던 시기엔 CB의 발행금리는 사실 제로(0)에 가까웠으나 최근 메자닌 시장에선 신용등급이 우량한 기업도 발행 금리를 상향 조정하는 추세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재무건전성이 열위한 LCC의 메자닌 상품에 투자할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에 메자닌 발행을 위해선 현실적으로 금리를 높은 것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산운용사 한 고위급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회복이 더디고 정상화를 위해 운영자금이 필요할 LCC들이 조달 비용을 아끼고자 금리를 조금이라도 더 줄이려 메자닌 채권을 발행하고 싶어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며 "그러나 채권 시장 자체가 경색되면서 메자닌 조차 발행 금리를 올려도 소화가 안 되는 경우가 생기고 있기 때문에 발행 금리를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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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후 금리 5%P 올라'…영구채 발행 택한 진에어
최근 진에어는 자본확충을 위해 62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 계획을 밝혔다. 1차적으로 47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하는데 만기는 30년, 표면 이자율은 8.6%다. 영구채는 통상 금리가 가산되는 '스텝업'(Step Up) 조항이 있어 이자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로 설계된다. 진에어가 1차로 발행할 영구채도 2023년 10월 31일부터 연 13.6%로 금리가 조정된다.
스텝업 조항은 발행후 3~5년차에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진에어는 스텝업 기일을 '1년 후부터로' 설정했다. 이는 지난 5월 제주항공의 영구채 발행 조건과 유사하다. 제주항공은 해당 사모 영구채(연 7.4%) 발행 당시 1년 후 연 12.4%로 금리를 가산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를 두고 "장기 재무개선 목적보다는 당장 필요한 자금을 빌리는 모양새"라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일각에선 진에어가 최근 CB 발행을 위해 다수의 자본시장 관계자들과 접촉을 시도한 것을 감안해 CB발행보단 영구채 발행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었을 것으로 유추하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 한 운용역은 "메자닌 발행에 어려움을 느낀 LCC 항공사들의 최종 종착지는 영구채가 됐다"라며 "고환율과 고유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들의 차환 부담은 없는지, 금리 부담이 커지진 않을지 고려해봐야한다"고 말했다.
또다시 유상증자 택한 제주항공, "흥행 여부 지켜봐야"
LCC 부문 1위 제주항공은 2173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제주항공은 당초 3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고자 했는데, 유상증자 실시 소식에 주가가 하락하며 1차 발행가액을 하향조정, 3063억원으로 발행규모가 줄어든 데 이어 또 규모가 줄었다.
이번 유상증자는 시장의 자금이 넘치던 2020년 8월 실시한 유상증자 규모(1500억원대)보다도 큰 규모로 흥행에 대해선 아직 예단하기 어렵단 평가가 지배적이다. 증시의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유인도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 변수다.
기존 주주들이 청약에 나설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인 신주인수권 '제주항공 16R'의 평균 단가가 하락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기존 주주들은 지난달 18일부터 24일까지 팔지 않아야 유상증자 청약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신주인수권의 평균단가는 400~500원대에서 100원대로 하락했다.
국내 증권사 ECM 부서 관계자는 "아직 공모가 진행되진 않은 상황이지만 실권주 발생의 우려가 없지 않다"라며 "항공수요가 점차 회복되면서 LCC들의 실적도 점차 늘어나는 것은 틀림이 없겠지만, 하락장이 이어지고 있고 공모 물량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