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내부선 '안정' 택할 듯…시장혼란 부담 클 전망
대안도 마땅치 않은 실정…후계 위한 거버넌스 고민도
CEO 10명 임기 무더기 만료...부행장급 인사 거취 관심
-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을 앞두고 그간 성과나 다시 불거진 당국 징계 리스크에 대한 이사회 시각에 시장의 관심이 높다. 비(非)은행 확충 의지에 비해 성적표는 부진하단 평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사회 내부에선 비교적 지배구조 안정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마땅한 대안도 없어 연임 문제가 도마에 오를 때는 아니라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반면 계열사 최고경영진에는 중폭 이상의 교체 가능성이 점쳐진다. 우리금융그룹에서는 손 회장을 포함해 10명에 달하는 CEO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고 있다. 비금융계열사 확장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연차가 높은 부행장급들의 거취와 향후 후계 구도가 관심을 받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을 두고 우리은행에 대한 제재안을 논의 중이다. 지난 4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라임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게 문책 경고를 내린 만큼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을 거치면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금융사 임원은 문책 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으면 3~5년 동안 취업이 제한된다.
연임이 가려질 주총을 수개월 앞두고 있는 만큼 이사회 의중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미 한 번 불복 소송을 통해 징계로 인한 법률 리스크를 빠져나간 전적이 있지만 재차 징계 절차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임을 위해선 과점주주들의 기대치를 충족하기 위해 비은행 M&A 성적표가 필요하단 분석이 많았다. 다만 손 회장의 이번 임기 중 비은행부문의 확장이 그리 공격적으로 이뤄지진 못했다. 여러 거래에 잠재 인수 후보로 언급되긴 했지만, 대내외 변수로 인해 실제 결과물은 마땅찮다는 평가다.
-
시장 안팎의 불안한 기류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내에선 손 회장의 연임 이슈와 관련해 안정에 무게를 싣는 기류가 느껴지고 있다는 게 복수 그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M&A 성적표에 있어서는 이사회에서도 당장 결과물을 요구하는 건 아닌 상황이다. 이사회에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두루 합류한 만큼 좋은 매물이 아니면 보지 말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올해 지주 차원에서 이사회를 열고 증권사와 생명보험사, 벤처캐피탈 등 인수 후보군을 추려 M&A 전략을 밝혔지만 통과하지 못했다. 인수 후보기업에 대한 지주 차원의 전략이나 설득 논리가 몇몇 사외이사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는 여러 생명보험사 대표이사를 지낸 윤인섭 사외이사와 증권사 대표이사를 거친 신요환 사외이사 등이 합류한 바 있다.
투자 업계 한 관계자는 "이사회 내에서 후보군으로 거론된 벤처캐피탈에 대해선 긍정적 의견이 모아졌지만 이 역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낮아 현실화하지 못했다"라며 "외부에서 보자면 지주 회장의 주도권을 쥐기 힘든 모습으로 비칠 수 있지만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가 지주 경영진과 함께 의사 결정에 나서는 게 당연한 구조다. 이사회에서도 당장 성과에 급급하기보단 좋은 매물을 중심으로 살펴보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징계 리스크의 경우 결과에 따라 불복 소송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손 회장은 과거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문제로 한차례 문책 경고를 받은 적이 있지만 징계 취소 행정소송에서 연거푸 승소한 바 있다.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손 보기엔 이사회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사회 내에서도 손 회장의 역량 자체에 대해선 인정하는 기류가 우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도 당장은 손 회장을 대체할 만한 인재풀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룹 지배구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사회 구성이 점차 다양해지는 데다 확장 전략이 시급한 상황인 것에 비하면 그룹 경영진 내에서 적극적으로 M&A 전략을 두고 소통할 만한 인물이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라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 손태승 회장을 대신해 지주 회장직에 오를 만한 대안도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반면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는 세대교체 등 다소 변화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말부터 내년 1월 사이 손 회장을 제외하고도 우리금융 계열사 8곳 9명 CEO의 임기가 만료된다. 특히 현 시점에서 빅3 비은행 계열사로 구분되는 카드, 캐피탈, 종합금융의 CEO 임기가 모두 만료된다는 점이 변수다.
실적만 보면 3분기말 기준 지난해 대비 30% 이상 순익이 늘어난 캐피탈이 가장 눈에 띈다. 우리금융지주 경영기획 총괄 부사장을 거쳐 2021년 1월 부임한 박경훈 사장의 연임 가능성은 낮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카드와 종금은 성과가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매크로 상황이 녹록치 않긴 했지만, 두 계열사 모두 지난해 대비 2%대 순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손 회장이 한때 우리은행장 후보로 점찍었던 김정기 우리카드 대표와, 올해 초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김종득 우리종금 대표가 연임될지, 아니면 지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가 이번 자회사 인사의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1962년생인 이원덕 행장과 비슷한 연배인 1963~1964년생 부행장들이 차기 계열사 CEO 후보군으로 관심사에 오른다. 이 중 지주 부사장을 겸직하고 있는 황규목 부행장과 정석영 부행장, 전략통으로 은행 영업을 총괄해온 이석태 부행장 등이 언급된다.
일련의 인사 과정에서 그룹 최고경영자(회장) 후보 양성 구도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지도 관심이다. 신한금융이 내년 초 부회장 직제를 만들게 되면, 4대 금융그룹 중 부회장 직제가 없는 그룹은 우리금융 혼자만 남는다. 만약 부회장 직제를 만들게 되면 현 은행장 및 주력 계열사 CEO들이 후보군에 들게 되는만큼 중폭 이상의 연쇄적인 인사 이동이 불가피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손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후계 문제에 대한 고민은 이어질 것"이라며 "은행 출신, 손 회장의 복심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그룹 경영진에 상당수 포진한 만큼, 전문성 측면에서 이사회 구성과 불균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