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계약직 늘린 증권사들"
절반 이상 계약직인 증권사도 다수
낮은 고용 안정성, 증권가 구조조정 위기감 확산
근로자 '갱신기대권', 證 실적 악화에 보호 어려울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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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구조조정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증권사는 연봉 계약직 비중이 높은 구조라서 그 불안감이 더 큰 분위기다" (A 증권사 부동산PF 관련 부서 관계자)
증권업계 내 구조조정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증권업은 업종의 특성상 연봉 계약직의 비중이 높은 탓에 고용안정성이 낮은편에 속하지만, 사실 이제까지 경기의 활황이 이어지며 고용에 대한 위기감은 드러나지 않았었다. 유동성이 급격히 말라가고,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이 나타나자 최근들어 분위기가 반전하기 시작했다.
계약직에 대한 구조조정은 회사측이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경우 회사측이 '정당한 이유'를 제시해야 하는데, 자금 시장 경색으로 인한 손실 확대란 명분이 쌓이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 2일 케이프투자증권이 법인 영업과 리서치본부를 폐지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증권업계 내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히 커진 상태다. 계약직 비중이 높은 증권사일수록 구조조정이 용이한 구조를 갖고 있다. 사실 증권사들의 계약직 비중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꾸준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자산운용사 한 고위 관계자는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증권사들은 팀 체제로 개편하기 시작했고 이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곤 비정규직을 늘려왔다”며 “그동안 시장이 호황기를 유지해 고용 안정성이 낮은 점이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10년 전인 2012년에 비해 2022년 각 증권사들의 계약직 비중은 크게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년간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증권사들을 비롯해 하나증권, 하이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등의 계약직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다올투자증권이 계약직 비중 64%로 가장 높았고, 메리츠증권(63%)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하나증권과 한양증권(각각 52%), 하이투자증권(40%)과 대신증권(35%)도 계약직 비중이 높은편에 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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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의 연봉계약직 비중이 높은 것은 '성과급 차등지급'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직접 영업과 실무를 담당하는 이들을 '백오피스(Back Office)' 직원들과 성과급에 있어 차등을 두겠다는 것이 계약직 채용의 주된 명분으로 작용해왔다. 실제로 대신증권은 최근 공채도 '연봉 계약직' 형태로 채용하기도 했다. 또한 실무에 투입될, 투자업계 내 경험을 보유한 경력직들을 계약직의 형태로 '허리기수'에 대거 투입해온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개인에 따라 정규직과 연봉계약직 등 고용형태에 따른 실익은 다르다.
증권사 시니어급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대체로 대리급 이상부터는 전부 전문계약직이라고 볼 수 있고 증권업계 구조조정은 중소형 증권사부터 시작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며 “중소형 증권사들의 계약직 비중이 높기 때문에 계약 갱신 거부를 통한 구조조정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재계약 실패 사례가 속속 나오는 분위기다.
국내 A증권사는 '사내 분위기를 흐린다'라는 이유로 일부 직원들에 대한 계약 갱신을 거절했다고 전해진다. 주로 실적이 미미한 부서들과 계약직 형태로 고용된 임원급들을 위주로 긴장감은 확산하고 있다.
대다수의 증권사 계약직들은 12월 중순 즈음에 계약을 갱신한다. 한 달 전까지는 증권사 측에서 재계약 여부를 통지해야 하기 때문에 이달 중순에 들어선 본격적인 구조조정 시작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단 평가도 나온다.
근로기준법상 인정받을 수 있는 '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을 보호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있다. 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은, 고용 형태가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계약직 등)'이더라도 매년 문제 없이 갱신해왔던 경우 인정되는 권리다. 근로자가 이를 바탕으로 권리를 주장함에도 사용자(증권사) 측에서 갱신 거절권을 행사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요즘은 숨만 쉬어도 평가 손실이 늘어난다'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것이 사내 분위기다. 신규 거래 수임은 꿈도 못꾸고 기존 딜 관리만 한다'
'할 일이 없으니 회사에 있기 눈치가 보여서 주로 밖으로 나가려 한다'
등의 푸념들이 이어지는 분위기 속에서 시장 경색으로 인한 각 증권사의 손실 확대 추이가 계약갱신 거절의 그럴싸한 명분으로 활용될 여지도 충분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