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상황 제로금리도 가능해 발행사 매력 충분하고
공모는 전환가액 상향 규제 예외...내년 발행 증가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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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정부의 규제 강화와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공모 메자닌 시장이 10년 만에 부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지금의 극단적인 위험 회피 상황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공모 전환사채(CB)ㆍ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규제가 덜한 중위험ㆍ중수익 시장이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다만 최근에 있었던 대규모 청약미달의 여파로 증권사들이 쉽사리 총액인수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 시장 활성화의 난제로 꼽힌다. 연말 글로벌 기준금리 인상 추세가 주춤해지고, 증시가 바닥을 확인하고 나면 서서히 '2009년 기아자동차 BW'급의 빅딜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CB 발행규모는 3조4000억여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5조4000억여원 대비 36% 줄었다. 규제 강화 전 막바지 발행 수요가 몰렸던 지난해 하반기 6조원과 비교하면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BW 발행규모는 CB의 10분의 1 수준으로, 사실상 큰 의미가 없는 상태다.
연초 이후 시장 금리가 치솟고 주가가 급락하며 메자닌 발행 규모는 더욱 줄고 있는 상황이다. 10월 국내 CBㆍBW 발행 규모는 2900억여원에 그쳤다. 투자 수요가 말라붙으며 일부 코스닥 상장사는 유상증자를 통해 1~2년전 발행한 CB의 차환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상황은 예견됐다는 평가다.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 등 매크로 환경 악화도 악화지만, 사모 메자닌 시장에 규제가 잇따라 도입된 까닭이다. 당장 지난해 말부터 ▲주가 상승시 전환가액 상향조정 의무화 ▲콜옵션 행사한도 제한 등 추가적인 제한이 가해졌다. 전자는 투자자에게, 후자는 발행사에게 각각 발행 매력을 떨어뜨리는 핵심적인 요소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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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일부 대형증권사 영업담당(RM) 부서는 내년 공모 메자닌 시장의 확대를 전망하며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11년 사이의 BW 발행 붐(boom)같은 큰 시장이 다시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임원급 관계자는 "기업공개(IPO)나 부동산금융 부서는 조직 축소와 인력 감축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채권 발행 쪽에서도 메자닌 관련 부서는 오히려 일거리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인력 충원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 같은 어려운 조달상황이 계속된다면 2009년 기아자동차 4000억 BW처럼 메자닌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는 대기업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발행시장의 상황은 메자닌 발행에 나쁘지 않은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평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중 국내 예금은행의 기업 신규대출 가중평균금리는 4.66%로 한 달 동안 20bp(0.2%포인트), 연초 이후 1.52%포인트나 상승했다. 그나마도 건전성을 우려한 은행들의 몸 사리기로 적시 자금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메자닌의 경우 채권은 사실상 원금 보전 정도의 역할을 하며, 실제 수익은 주식옵션을 통해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발행된 35건의 메자닌 중 25건의 채권 만기보장수익률(YTD) 3% 이하였고, 이 중 11건은 아예 금리가 '제로' 였다. 최근 중소기업 은행 대출 평균 금리가 5%를 훌쩍 넘는 점을 감안하면, 발행사 입장에선 이자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셈이다.
투자자들의 발길을 머뭇거리게 하는 가장 큰 난관인 '전환가액 상향조정 의무화' 규제는 공모 발행의 경우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최종 반영됐다. 공모에 한해 투자자들은 이전 같은 투자 매력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국내 양대 지수가 고점 대비 30% 이상 떨어진데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도 연내 일단락 될 것으로 예상되며 추가 하락 여지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으로 원금을 보장하며 주가가 오르더라도 전환가액이 따라 오르지 않는다는 점은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공모 메자닌에 투자 수요가 충분하다는 점은 어느정도 증명됐다. 지난 6월 HLB생명과학 400억원 규모 BW 청약에 4조1000억원의 수요가 몰린 것이다. 지난해 CG CGV가 발행한 3000억원 규모 CB 공모 땐 일반에 배정된 2113억원에 16조원에 달하는 청약이 들어왔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2009년 개인투자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사상 최초로 500억원 규모 CB와 BW 동시 공모해 성공한 LG이노텍은 정관상 메자닌 발행 한도까지 늘려 2013년 3000억 CB 조달에 나서기도 했다"며 "대기업 발행-개인투자자 인수가 중심이 되는 공모 메자닌 시장이 10년만에 다시 크게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 대기업의 대형 공모 메자닌 발행이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CJ CGV의 지난 7월 CB 발행 흥행 참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매크로 변동성이 폭발하는 과정에서 4000억원 모집에 청약은 312억여원에 그쳤고, 3688억원에 달하는 물량을 미래에셋증권 등 인수단이 떠안아야 했던 것이다.
같은 회사의 대규모 CB가 1년도 되지 않는 간격으로 연이어 나온데다, 매크로 환경이 복잡하게 돌아가며 생긴 결과였다.
문제는 이후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스(PF) 부실 우려까지 겹치며 증권사들이 투자한도(북;book)을 여는 데 보수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대규모 공모에 총액인수로 나서는 '베팅'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른 증권사 IB 관계자는 "지금은 북에 들어와있는 자산의 건전성을 점검하기에도 여념이 없어서 새로운 리스크를 떠안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연말이 지나고 매크로 변동성도 좀 잦아들면 본격적으로 영업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