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삼성생명 앞서는 아우 삼성화재…존재감 커지는 삼성전자 배당 수익
입력 2022.11.11 16:31
    삼성화재-삼성생명 간 당기순이익 격차 1.7배까지 벌어져
    삼성생명 보험이익 하락하는 추세…삼성전자 배당 의존도↑
    영업환경 녹록지 않아…4분기 실적은 '부동산 매각 대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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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실적 격차가 커지고 있다. '아우' 삼성화재가 '형'인 삼성생명을 뛰어넘어 삼성금융계열사 연간 당기순이익 1위를 차지할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생명의 보험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추세여서, 삼성전자의 특별배당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화재, 삼성생명의 3분기 실적이 잇따라 발표됐다. 삼성화재는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서 양호한 실적을 거두며 올해 삼성금융계열사 당기순이익 1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326억원으로 삼성생명(5332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자연재해, 폭우 등의 사고 발생 증가로 3분기 손해율은 올랐지만, 누적 손해율은 지속적으로 개선된 영향이다.

      반면 삼성생명의 누적 당기손이익은 533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8.8%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삼성전자 특별배당금(6000억원 수준)으로 인한 역기조 효과란 설명이다. 아울러 변액보증준비금 손실도 확대되며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순이익을 기록했다.

      삼성생명의 보험판매 실적이 감소하는 가운데 삼성전자 배당금 의존도가 높아졌단 관측이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삼성생명은 보험사업 이익(1조2390억원)이 22.8% 감소했음에도 삼성전자 특별배당금에 힘입어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 지난해 삼성생명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1조469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6.1% 늘어나 실적 개선세가 이어졌다.

      그간 삼성생명은 높은 이익수준에 힘입어 줄곧 삼성금융사의 '맏형'으로 인식됐다. 삼성화재는 삼성생명보다 먼저 설립됐음에도 보험료가 낮은 손해보험업 특성상 '아우'였다. 그러나 삼성생명의 보험영업 실적 하락으로 삼성화재에 삼성보험계열사 당기순이익 1위 자리를 내주고 있다는 해석이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삼성생명은 올해도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이날 삼성생명 IR에선 향후 실적과 배당여력에 대한 질문이 제기됐다. 영업환경이 비우호적으로 전개되면서 충분한 배당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증권가에서 의구심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생명은 작년보다 올해 배당성향을 높일 계획이다.

      다만, 삼성생명은 부동산 매각 이익 대금 등을 통해 2019~2020년도 수준의 이익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선 삼성생명 경영지원실장(CFO)은 "4분기 손익은 6000~7000억원의 개선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라며 "리츠 사업을 확대하며 부동산 매각이익이 4500억원 발생하고 주식 관련 매각 이익도 15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변액보험 보증 관련 손익도 1000억원 정도인데다 보험손익도 견조할 것으로 예상돼 2019~2020년도 수준의 이익을 시현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발생하는 유동성 문제와 저축성보험 해지와 관련해선 아직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고금리 저축성상품을 파는 대응책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 다만 저축성보험 해약이 지금보다 급격히 증가하거나 기간이 길어지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다"고 했다.

      한편, 새국제회계기준(IFRS17) 상에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을 어떻게 분류할 것인지에 대한 질의도 있었다. 일각에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자본'으로 분류해 유배당 계약자에게 돌려줄 돈을 배당하지 않으려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삼성생명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과 관련해선 IFRS17이 도입되더라도 매각 이익을 유배당 보험 계약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고 밝혔다.

      김현환 삼성생명 재경팀장은 "평가 손익의 계약자 배분에 대해선 회계적 문제가 아니라 보험업법과 감독규정에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어 IFRS17으로 전환되더라도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IFRS17 상에서 삼성전자 주식은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하고 평가 변동에 대해서는 OCI(기타포괄손익누계액) 자산으로 분류하게 될 예정이다. 손익엔 영향이 없다"고 했다. 이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게 되면 매각 실현 이익은 잉여금 증감으로 표시될 예정이다. 잉여금에서 바로 배당할 수 있기 때문에 배당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전날 삼성화재 IR에선 IFRS17 도입 영향, 이후의 실적에 대해 질문이 집중됐다. IFRS17으로 이익이 늘어날 전망이지만, 이후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화재는 IFRS17이 도입되면 장기보험을 비롯해 전 사업 부문의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홍성우 삼성화재 경영지원실장(CFO)은 "장기보험 측면에서 신계약비 이연 상각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비용 분산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 보험 사업 전반적으로 이익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손보험 손해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실손보혐료 인상 필요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곽승현 삼성화재 장기상품개발팀장은 "9월 누계기준 실손보험 손해율은 현재까지 118% 수준이다. 1, 2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과거 대비 다소 둔화된 측면이 있지만 여전히 120%대이고 3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 역시 118%까지 올라와있다"라며 "내년 1월 적용 예정인 2, 3세대 실손보험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10%이상의 인상률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올해와 같은 호실적을 예상하긴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홍 실장은 "IFRS17이 도입되는 상황에서 성장해 가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지만 내년 봄 영업 환경 자체가 올해보다 훨씬 더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닌 것 가다"라며 "올해 수준의 시장 환경에서 삼성화재가 확장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