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난 주가에 평가손실 두려운 기업들…단순투자·지분법투자 여부에 희비 갈릴 듯
입력 2022.11.15 07:00
    고점 투자한 기업들, 주가 하락에 평가손실 커져
    올해 사업보고서 반영 불가피…기업들 골머리
    '지분법' 적용에 따라 '당기손익' 반영은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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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주식 시장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기업들은 향후 받게 될 ‘투자 성적표’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이 좋았을 때 투자한 곳들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올해 사업보고서에 평가손익 반영이 불가피하다. 투자 규모에 따라 대규모 손실도 예상되는 가운데 ‘당기손익’에 반영돼 실적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각 기업별 평가손익 규모는 올해 결산 사업보고서가 나오는 내년 3월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규모가 큰 상장회사들은 분기보고서에도 반영을 하지만, 분기 감사에는 감사인들이 ‘기말때까지 지켜보자’는 의미에서 비교적 ‘느슨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비상장사의 경우에도 몸값이 급락한 비상장사들이 많아 평가손실이 크게 반영될 수 있다. 비상장사들은 통상 12월 기준으로 감사보고서가 나오기 때문에 올해 몸값 변동에 따른 평가이익이나 손실을 올해 결산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들어 기업들 주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고가에 투자를 한 곳들은 올해 사업보고서에 인식될 손실이 꽤나 클 것”이라며 “벌써부터 기업들이 골치가 아픈 상황인데, 상장사의 경우 내년 3월 결산보고서가 나오고 시장에서 ‘당기손실이 크게 났다’고 인식할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규모, 목적 및 전략에 따라 평가손실의 중요성이 다르지만, 실제당기손익에 반영돼 시장에서 ‘유의미한 숫자’로 받아들여질 지 여부는 투자 방식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IFRS(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기업이 연결재무제표 작성시 투자법인의 피투자법인에 대한 투자계정을 처음에는 취득원가로 계산한다. 이후 ‘단순 투자’인지 혹은 ‘지분법’ 적용 대상인지에 따라 피투자법인의 경영성과를 연결재무제표에 반영하는 방식이 다르다. 

      20% 이상 지분을 출자했거나 이사 선임 등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계회사면 지분법이 적용된다. 지분법에 의하면 주식취득일 이후 피투자법인의 주가 하락, 기업가치 하락 등을 투자계정에 반영해 정기적(보통 결산기)으로 수정해야 하고, 당기손익에 반영하게 된다. 20% 이상 투자가 아니고 이사선임도 없는 단순투자면 평가손익을 당기손익에 적용하지 않고 자본 및 자산에 인식한다.

      올해 사업보고서에서 큰 폭의 평가손실 반영이 예상되는 사례는 지난해 11월 초 수천억원 규모의 하이브-두나무 지분스왑이 대표적이다. 하이브는 5000억원에 두나무 지분 2.48%를 샀는데, 산정된 두나무 시가총액은 20조1600억원 규모였다. 당시 장외시장에서 두나무의 시총은 19조원 규모였다. 현재 장외시장에서 두나무의 시총은 5조55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4분의 1수준으로 폭락했다. 

      하이브의 두나무 투자는 지분법이 적용되지 않는 전략적 투자로, 평가 손실이 기타포괄손익중 ‘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당기손익 영향은 제한적이다. 평가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자본 및 자산상으로 반영을 한다면 ‘실적’ 면에서 충격이 가해질 가능성은 적다. 

      다만 두나무의 하이브 투자는 당기손익 영향이 불가피하다. 두나무는 하이브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7000억원을 투자했다. 현재 두나무는 5.6% 하이브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로, 지분율은 20% 미만이지만 이사회 중 1인의 이사를 임명할 수 있는 계약적 권리를 갖고 있어 지분법 적용이 된다. 비상장사는 통상 일반기업회계기준을 적용하지만 두나무는 IFRS를 적용한다.

      올해 하이브 주가는 지분 스왑이 이뤄졌던 지난해 11월에 비해 급락했다. 지난해 11월 중순 42만1500원까지 올랐던 하이브 주가는 이후 하락세를 보였고, 지난달엔 10만원대까지 내려앉았다. 현재 기준 하이브 주가는 13만1000원으로 공모가인 13만5000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물론 회계상으로 평가손익이 단순 '시가'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회계기준상 비상장사의 가치 평가는 시가를 활용할 수도 있고, DCF(현금흐름할인법)을 활용해서 둘중 규모가 큰 것으로 재무제표에 적용한다. 시가를 상당부분 고려하긴 하지만 미래의 실적 및 현금흐름을 고려해서 기업 측에서는 ‘높은 가치’를 내세울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기업들의 ‘방어 논리’에 대해 감사인들이 반대 의견을 낼 수가 있다. 이에 기업들이 감사인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