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물가의 변동성...현 시점선 11월 美 '빅스텝' 유력
금리인상 일단락되는 내년 1분기, 안도랠리 이어질 2분기
수익성 하락 탓 고점 제한...'크레딧 리스크' 변수는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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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글로벌 증시는 환호했다. 하루만에 미국 나스닥지수는 7%,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5% 이상 급등했다. 코스피ㆍ코스닥도 3% 이상 급등하며 축포를 터뜨렸다. 이날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덕분이었다. 투자자들이 그토록 바라마지않던 '인플레이션 완화의 증거'가 이날 발표된 수치에 포함돼있었던 까닭이다.
때맞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인사들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 의견도 쏟아져나왔다. 시장은 이를 피봇(Pivot;통화정책 변경)의 신호로 받아들였다. 돈줄을 죄는 힘이 약해지고, 조만간 다시 돈을 풀 것이라는 기대감이 치솟았다.
20년만에 되살아난 인플레이션 악몽을 드디어 해치운 것일까. 그럼 글로벌 증시, 더불어 국내 증시는 내년 상승할 일만 남은 것일까.
증시에서 아직 환호성이 다 가시지 않은 지난 14일, 모건스탠리 트레이딩데스크는 "미국의 근원인플레가 2023년까지 지속 상승한다면, 오는 12월ㆍ내년 1월ㆍ3월에도 연준이 기준금리 75bp(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최종 금리는 6% 안팎에 달할 것이며, 내년 1분기에서 3분기 사이 미국은 경기침체에 접어들게 된다."라는 코멘트를 내놨다.
미국 클리블랜드 연준에서 집계하는 중앙값 CPI(Median CPI) 역시 물가에 대한 경계감을 지속시키고 있다. 중앙값 CPI는 양쪽 극단값을 제외하고 구성품목별 중간값만 집계하는 물가지표인데, 10월에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물가의 변동성이 핵심인 셈이다. 지난 물가 급등에 큰 영향을 준 에너지ㆍ주택ㆍ중고차 가격이 모두 잡힌만큼 11월 CPI는 전달보다 더 하락세가 클 거라는 긍정론과, 중앙값 CPI 및 경직성물가지수(Sticky-Price CPI)이 아직 하락세로 돌아서지 않은 점을 들어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이 여전히 부딪히고 있다.
미국 국채 선물 시장에 반영된 미국 기준금리 최종값은 5~5.25% 안팎이다. 현재 기준금리는 3.75~4%로, 12월 중 예상대로 빅 스텝(50bp) 인상이 이뤄지고 나면 추가 인상 여력이 크지 않다. 현재 내년 글로벌 경제 및 증시에 대한 전망은 대부분 ▲물가지수가 현 추세대로 하향세를 유지하고 ▲미국 기준금리가 5% 내외에서 고점을 형성하며 ▲주요 은행이나 국가의 파산 등 신용 리스크가 불거지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삼고 있다.
이런 전제 하에 산출한 내년 코스피 지수 전망은 대체로 상저하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정책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쳐 상반기에는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겠지만, 하반기에 연준이 금리 동결 및 인하로 정책 방향을 선회하면 지수가 단계적으로 오를 것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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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의 내년 코스피 밴드(예상 등락 범위)는 전망치는 2000~2600포인트 선이다. 경제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2023년은 2022년 성장률을 밑도는 경기둔화·침체가 지속될 전망이다.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소비둔화가 예상되면서다.
김효진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빠른 긴축과 이미 시작된 주택가격 하락세는 경기 연착륙 가능성을 없앴다"며 "2023년 역성장이 예상되나 금융위기로 비화될 가능성이 낮은만큼 경기 침체의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및 반도체 산업 비중이 높은 국내 증시 구조상 이익 증가세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는 지속 하향 조정 중이다. 연초 대비 10월 기준 2022년과 2023년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는 각각 마이너스(-)14%, -26% 낮아졌다. 이 중 상당부분이 하반기 이후 반영됐다.
현재 전망대로 미국 연준이 내년 1분기 중 금리인상을 마무리짓고, 한국은행 역시 3.5% 안팎에서 기준금리를 묶는다면 국내 증시는 내년 1분기 중 저점을 찍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2분기에는 금리인상 마무리에 따른 안도 랠리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2분기 중 시장금리 피크아웃(정점 통과)과 랠리를 지나고 나면, 다소 지지부진한 박스권 장세가 형성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하락 속도는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미국 중심으로 수요가 견조한데다, 에너지 가격 역시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변수가 남아있는 까닭이다.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되진 않겠지만 이전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이자 비용 부담으로 인해 기업들은 수익성에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긴축적인 금리가 지속되면 신용 및 경기싸이클의 회복 탄력도 크지 못할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KB증권은 '저속 주행'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결국 증시 상단의 경직성을 만들게 될 전망이다.
다만 산업별로는 성과가 다를 수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발효되며 국내 그린에너지·스마트 인프라 등 산업이 중장기적으로 투자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리쇼어링(기업의 자국 유치) 등 미국우선주의 정책이 지속된다면 산업재ㆍ자동차ㆍ2차전지 등 미국의 산업정책에 부합하는 섹터에서 장기 트렌드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국내 증시에서 핵심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의 업황 부활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23년 반도체 산업의 순이익 전망치는 32.5조원으로 전년 대비 -26.8% 감소할 전망이다. 제품 가격 하락과 수요 부진이 결합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반도체의 재고 조정이 진행되어 2023년 상반기 이후 업황이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새어 나오고 있다. 매크로 지표상 반도체 재고 증가율은 줄기 시작했고 출하 증가율도 크게 하락하면서 재고순환지표가 거의 바닥에 진입했다는 판단이다.
이런 전망은 고금리 지속으로 인한 신용 경색, 여기서 이어지는 시스템 리스크가 불거지지 않는 전제가 최우선이다. 하이투자증권은 2023년 전망자료를 통해 "고금리가 지속될수록 크레딧 리스크(신용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부담이 점점 쌓이므로 주의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며 "미국 레버리지론 등 그림자금융, 영연방 국가 부동산 시장, 유럽 정부부채, 가상화폐 시장 등이 주요 리스크 지점으로 거론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