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단계에선 최종 결정 예측 어려워…전망 엇갈려
"추가 조건 제시 후 승인" vs "전례 보면 승인 어려워"
시간 지날수록 아시아나 상황 악화해 시너지 모호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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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을 선언한 지 2년이 다 돼가지만 기업결합의 벽은 여전히 높다. 합병의 분수령으로 고려되는 미국에서 유예 결정을 내리면서 최종 승인 여부를 점치기 어려워졌다. 해외의 요구를 많이 수용하자니 합병의 실익이 줄고, 협상을 끌어가자니 불확실성에 노출된 대한항공과 재무압박이 목에 찬 아시아나항공의 고민이 커질 상황이다.
이달 16일 미국 법무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심사 안을 추가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합병 이후 시장 경쟁성이 제한되는지 집중적으로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당초 미국 법무부의 심사는 이달 중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한(75일 이내)을 넘기게 됐다. 대한항공은 지난 8월말 미 법무부에 자료를 제출하고 이달 임원 인터뷰 등을 진행해 왔다.
앞서 15일 영국 경쟁시장청(CMA)도 “대한항공-아시아나의 합병이 런던과 서울을 오가는 승객들에개 더 높은 가격과 더 낮은 서비스 품질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독과점 해소 방안을 21일까지 제출하라고 대한항공에 요구했다. CMA 측은 28일까지 대한항공 제안을 수용해 합병을 승인할 수 있다. 문제가 있다고 보면 2단계 심사가 진행된다.
추가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 단계에선 기업결합심사 승인 여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전례를 살펴보면 EU(유럽연합), 중국 등에서 불허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최종 합병을 위해서는 임의신고국과 필수신고국 모두 허가를 받아야한다. 한 국가라도 허가를 받지 못하면 합병의 의미가 사라진다.
EU는 최근 스페인 1위 항공사인 IAG와 3위 에어유로파 인수도 독과점을 우려해 불허했다. 작년 캐나다 1위, 3위 항공사인 에어캐나다와 에어트랜셋도 합병을 추진하다가 EU의 기업결합심사 과정에서 제동이 걸리자 합병을 자진 포기했다. EU에선 올초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도 반대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유럽쪽에서 승인이 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일단 미국이 합병승인을 유예했기 때문에 다른 국가에서도 그 전에 승인 결정을 내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무엇보다 미국의 결정이 합병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합병 이후 독과점 우려가 작다고 판단해 기업결합을 승인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다른 주요국 심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에서 심사기간을 연장하고 추가 자료를 요구한 것은 여러 조건을 내걸고 최종적으로는 승인, 혹은 조건부 승인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불승인을 낼 것이라면 연장보다는 아예 ‘반대’가 나왔을 것이란 의견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의 경우 결국 한진칼 지배구조 때문에 산업은행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미국이나 영국 조건부 승인만 나도 딜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며 "불허가 날 것 같으면 로펌, 공정위 등 총동원해 딜을 진행시키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항공업계의 의중이 기업결합 심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미국 입장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쳐져 중복 노선과 슬롯을 줄인다면, 자국 항공사에 불리할 것은 없다. 다만 대한항공-델타항공(스카이팀), 아시아나항공-유나이티드항공(스타얼라이언스)의 항공사동맹체엔 영향이 미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스카이팀만 남는 구조라면 유나이티드항공의 반발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은 미 당국에 국내 항공사 에어프레미아, 미국 항공사 유나이티드항공과 델타항공 등이 미주 노선 운항을 확대하면 시장 경쟁성이 제한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미 당국의 최종 결정 여부는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다”며 “미국에서 낙관적인 시각이어도 자국 이익을 챙기기 위해 추가적인 조건을 내걸 가능성이 높다. 만약 최종적으로 불허가 나서 합병에 차질이 생기면 인수 당시 제시된 계약 내용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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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이든 불허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입장에서는 기업결합심사 결과가 빠르게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시아나 재무 상황이 계속 악화하면서 이를 떠안을 대한항공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올 3분기 여객 수요 회복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이어갔지만 부채비율은 1만%를 넘겼다. 코로나 상황 완화로 실적은 개선되고 있지만 고환율과 금리 상승 추세에 영업외손실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래서는 재무구조 건실한 국적항공사 1곳을 만들겠다는 청사진이 틀어질 수밖에 없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예가 됐지만) 아예 허가가 나지 않은 건 아니라 일단은 딜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다만 된다 해도 언제될 지 예측할 수 없는데,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절차가 늦어질수록 미리 계산해둔 투입 자금 규모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도 아시아나항공 지원 대비는 계속 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기업결합이 늦어지면 아시아나항공이 스스로 자금조달에 나서야 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시장 상황상 자금조달이 쉽지 않지만 저비용 항공사들도 메자닌 채권 발행, 영구채, 증자 등 자금조달 방안을 찾고 있다. 당장 자금 압박이 턱까지 찬 아시아나항공도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다. 이미 '도리를 한' 산업은행도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이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한진그룹의 주변 상황은 어수선하다. 의류업체 영원무역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300억원어치가량(48만주, 0.71%)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우호 주주)'로 매입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영원무역은 지난 8월 반도그룹이 블록딜로 매각한 지분을 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조원태 회장(지분율 5.78%) 및 특수관계자 지분은 18.73% 수준이고, 델타항공(14.78%) LX판토스(3.83%) 네이버(지분 0.99%) 등도 우호 주주로 분류된다. 산업은행(지분율 10.49%)의 지원을 받으며 '강력한 경영 통제 조건'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산업은행을 제외하고 '독자경영' 행보에 나서기는 어렵다. 다만 해외 경쟁당국의 불승인, 혹은 승인이 나더라도 통합 시너지 효과가 전혀 없는 경우라면 '빚더미' 아시아나항공에서 멀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