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증자 이후 엔지켐 주가는 큰 폭 하락 후 횡보
잔여물량 보유에 부여되는 페널티 부담에 '일단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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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KB증권이 올해 유상증자 공모 과정에서 실권 물량으로 떠안은 엔지켐 지분 처분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인수물량을 전액 손실 처리해 재무상 부담은 덜어낸 상태다. 선 손실 반영을 통해 추후엔 매각 때마다 이익 환입이 가능한만큼, 잔여 물량도 최대한 빠르게 정리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앞서 KB증권은 올해 2월 진행된 엔지켐 유상증자를 단독 주관했다. 그 결과 공모 주식 수의 72%에 해당하는 실권주가 발생했다. 총 1685억여원의 조달액 중 대표주관사인 KB증권이 1200억여원을 떠안았다. 지분율로는 28%에 달했다.
이후 KB증권은 지분율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3월 18일에는 투자조합 3곳에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주당 2만9300원)로 넘겨 지분율을 19.21%로 낮췄다. 금융사가 금융위원회 승인 없이 비금융사 지분을 20% 이상 확보할 수 없다는 내용의 '금산분리법' 위반 소지를 없애려는 목적이었다.
이후에도 안팎에서 지분을 꾸준히 처분했다. 최대주주에 가까웠던 지분율을 여름새 10% 안쪽으로 낮췄고, 지난달 24일 장내매도 및 시간외매매로 추가 처분해 9.92%였던 지분율을 4.98%까지 낮췄다.
KB증권은 상반기에 일부 지분을 매도한 이후, 엔지켐 실권주를 모두 평가손실로 처리한 상황으로 전해졌다. 이후엔 매각하면 할수록 이익이 다시 환입되는 구조다. 엔지켐 공모 실패를 인정하고,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상황을 정리하기 위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지분 정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내부 규정상 엔지켐을 털어내는 동안은 해당 부서에 매달 페널티를 적용하는 구조도 갖췄다. 해당 부서 실적을 추산할 때 손실로 잡는 방식이다.
회수액을 고려하면 KB증권이 감내한 전체 손실은 현재까지 약 300억원으로 추산된다. 엔지켐 주가가 회복된다면 추후 더 많은 금액을 회수할 수 있지만, 기다리기가 쉽지 않을 거란 평가다.
엔지켐 주가는 6월말 기준 2670원으로 상반기 최저점에 근접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주가는 계속 하락해 23일 기준 1900원 초반대까지 떨어졌다. 8월 중 무상증자를 결정하며 반짝 5000원대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다시 내리막길을 걸었다.
KB증권은 무상증자 발표 이후 보유 지분의 절반가량을 매각할 수 있었지만 손실을 막을 순 없었다. 주당 처분단가는 각각 2만6150원, 5070원(구주 1주당 신주 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 이후 가격)으로 여전히 취득단가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엔지켐의 주가가 9월 이후 큰 폭으로 하락 후 횡보하고 있어, KB증권이 손절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KB증권의 지분율이 5% 이하로 감소해 추후 보유주식 변동내역을 공시하지 않아도 되지만, 페널티 부담에 나머지 지분도 이어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