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통한 지배구조 개편과 구조 유사
오너일가 지배력 강화, 상장 자회사 확보 효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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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가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을 추진한다. OCI의 주력사업을 인적분할해 신설법인을 설립하고, 이후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해 신설법인을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물적분할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자 이를 우회하겠단 의도로 풀이된다.
OCI는 베이직케미칼·카본케미칼 등 주력사업인 화학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법인을 설립하는 안건을 23일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이번 인적분할로 OCI는 존속법인 지주사 'OCI홀딩스'와 신설법인 화학회사 'OCI'로 분리된다. 분할 비율은 OCI홀딩스 68.81%, OCI 31.18%다. 분할기일은 내년 5월 1일이다.
물적분할과 달리 인적분할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현재의 OCI 주주들은 OCI홀딩스와 OCI의 지분을 동일하게 보유한다. 현재 OCI의 최대주주는 이화영 유니드 회장으로 지분 5.43%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이복영 SGC그룹 회장과 이우현 OCI 부회장이 각각 5.40%, 5.04%를 보유중이다. 이복영 회장과 이화영 유니드 회장은 그룹의 창업자인 고(故) 이회림 명예회장의 둘째, 셋째 아들이다. 이우현 OCI 부회장은 이회림 명예회장의 손자이다.
OCI홀딩스는 향후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해 신설법인 OCI를 자회사로 편입 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분할 회사인 OCI 주주를 대상으로 보통주식을 현물출자 받고, OCI홀딩스의 신주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공개매수를 완료하면 '오너일가→OCI홀딩스→OCI'의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지분율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오너일가가 최상위 회사를 지배하고, 최상위 지주회사가 사업회사를 거느리게 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것과 유사한 형태를 띠게 된다.
주식교환 및 신주발행 과정에서 오너일가 외의 모든 주주가 참여할 것으로 보긴 어렵다. 즉 오너일가가 사업회사인 OCI의 주식을 현물출자해 OCI홀딩스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한다면 그룹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함과 동시에 상장 자회사를 확보하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OCI측은 인적분할의 배경을 ▲다양한 사업의 수평적 분산으로 인한 사업별 합리적 가치평가의 한계로 투자매력 감소 ▲사업 간 이질성으로 자원 배분과 신속한 의사 결정의 어려움 등 성장 역량 분산 등을 꼽았고, 분할을 통해 ▲핵심 사업군인 화학부문의 독립 경영으로 역량 집중 및 기업가치 재평가 ▲투자와 사업을 분리하여 전문역량 강화 및 성장기반 마련하겠단 목표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회사측 발표에도 불구하고 지난 24일 주가는 전일 대비 5.96% 하락했다. 통상 인적분할이 투자자들에게 호재로 작용하는 것과는 달리 주가의 흐름은 내림세다.
지난 9월 현대백화점그룹도 이와 유사한 분할 및 공개매수를 통한 지배구조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이 기업의 물적분할 및 재상장 기업들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제재를 예고한 상황이기 때문에 당시에도 주주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번 지배구조개편 방안이 이우현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주식교환 과정을 통해 이 부회장의 지분율이 다소 높아질 가능성, 그리고 추후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충분히 열어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OCI 분할을 위한 주주총회는 내년 3월 말로 계획돼 있다. 회사의 분할은 주주들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 특별결의 사안이다. OCI 측이 보다 명확한 분할의 목적과 배경, 주주환원책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