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자문 비용도 부담"…성공보수 제안도
없던 관행은 아니지만 호황기엔 문제 적어
시장 꺾이면서 실제 수익 영향줄까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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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새로운 거래는 자취를 감췄고, 진행되던 거래들도 완결 여부가 불투명해진 사례가 늘었다. 어느 때보다 거래 종결 가능성이 줄어들다 보니 거래 당사자들은 자문 비용을 지출하는 데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보통 M&A 거래와 같이 성공시 보수를 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있는데, 자문사들도 수임을 위해 이를 거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작년까지 호황을 누린 국내 부동산 시장은 올해 들어 급냉했고, 부동산 관련 거래도 거의 중단됐다. 투자자들이 몰려들던 서울 도심의 일부 부동산 매물들도 매각 거래가 완주까지 가지 못하고 결렬되는 분위기다. 올해 최대 거래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매각은 무산됐다. 신규 리츠 상장이 없고 기관들은 대규모 리츠 지분 매각도 고려 중이다. 부동산 매매 거래는 물론 개발 프로젝트도 완주를 점치기 어려워졌다. 계약금을 걸고도 진행을 머뭇거리기도 한다.
부동산 운용사들은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부 자문사 도움을 받아 전체 포트폴리오의 EOD(기한이익상실) 여부를 검토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실행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시나리오 검토를 하고 대비 계획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운용사, PEF 등 투자기관들이 보수적 기조로 돌아서면서 거래 과정에서의 법률 자문 비용 등 외부 비용도 통제 수위가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들어서는 ‘성공보수’를 조건으로 내거는 기관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의뢰인이 소송에서 이겼을 때 혹은 거래가 완료가 됐을 때만 자문료를 지급하는 것이다. 부동산 딜의 경우 펀드가 모이지 않는 등의 이유로 거래가 무산됐을 때 자문료를 지급하지 않는 식이다.
물론 최근에 새롭게 생긴 이슈는 아니다. 부동산 딜에서도 성공보수가 등장한 것은 오랜 일이다. 과거 국내 모 부동산 전문 운용사에서 성공보수 조건을 처음 걸었다. 투자은행(IB)처럼 부동산 거래 자문사들은 성공보수 기반으로 수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일부 대형 로펌들도 이에 가세하며 업계에서 ‘관행 아닌 관행’으로 굳어졌다는 설명이다. 자문사는 수임을 하는데 유리하고, 고객은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난다.
갈수록 시간당 비용청구를 해서는 수임이 어렵다보니 ‘버티던’ 일부 대형 로펌에서도 이 행렬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한 대형 법무법인 부동산 금융 변호사는 “(부동산 딜에선) 성공보수가 일반적이지 않았는데 몇 년 전부터는 사례가 꽤나 늘어나다보니 계속 거부할 수는 없어 일부 받아들이고 있다”며 “처음 수임한 고객들보다는 원래 관계가 있는 고객들 위주며, 다음 거래 자문은 우리에게 달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런 방식은 부동산 시장이 호황일 때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거래가 무산되는 경우가 드무니, 일종의 ‘할인’을 해준다고 치고 여러 거래를 따내면 크게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었다.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성공보수 방식으로 수임을 많이 한 하우스는 수익성에 영향이 갈 가능성이 커졌다.
딜이 무산되면 회사 자체가 휘청일 수 있는 중소형 운용사들은 성공보수 제안이 대부분이라고 전해진다. 대기업 계열, 금융그룹 계열 운용사와 같은 대형사들도 ‘성공보수 우대’를 내걸고 자문사 선정에 나서고 있다. 수천억짜리 해외 딜 같은 대규모 딜이 클로징 직전 깨져버리면 법무법인, 회계법인 등을 포함한 자문사들 비용만 해도 꽤나 부담되는 금액일 수밖에 없다.
다른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거래마다 고객마다 다 다르긴 하지만, 부동산 파이낸싱 부문에서 성공보수 조건으로 딜을 수임하기도 한다”며 “부동산 펀드 같은 경우 펀드 설정이 안되면 돈이 아예 모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보니 그런 니즈가 있는 고객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