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구조조정은 진행형…"정부 자금 받으려면 불가피"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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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참여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프로그램이 본격 가동하며 신용등급 A2 증권사들의 만기 물량 대응은 숨통이 트이고 있다.
다만 지원을 받으려면 정부 지원금 상환 방법이 담긴 일종의 '자구안' 제출이 선행돼야 한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 시점이 묘연한 가운데 수익화 대책이 딱히 없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4일부터 소위 '제2 채권시장안정펀드(이하 채안펀드)'로 불리는 PF-ABCP 매입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다. 증권사 보증 PF ABCP를 대상으로 한 펀드의 규모는 1조8000억원으로, 산업은행·한국증권금융 9000억원, 국내 9개 대형 증권사 4500억원, 그리고 ABCP 매입 신청을 하게 될 A2 등급 중소형 증권사들이 4500억원씩 참여한다. 해당 프로그램은 6개월 동안 운영된다.
A2 등급에 해당하는 SK증권, 다올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한양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5곳이 일부 물량 매입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A2 등급 증권사들은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지급보증' 자체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인해 높은 금리를 제시해도 ABCP를 발행하기 어려워 차환에 애를 먹었다.
일단 제2 채안펀드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해당 펀드가 가동된 지 이틀 만에 PF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는 11월 발행된 ABSTB 규모의 30%가량을 소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증권사들이 지원을 받기 위해선 ‘자금조달 계획서’ 제출이 선행돼야 한다. 해당 자료는 금융당국 측이 요구하는 자료로, 중소형 증권사에 지원 자금 상환을 위한 자구책을 요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창출안부터 비용절감안까지, 그리고 지원 받은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 등이 담겨 있다.
그간 부동산PF 사업 비중 확대를 통해 성장 궤도에 올랐던 중소형 증권사들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자금 상환을 위한 수익성을 당장 창출해내긴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증권사들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기획서를 받은 후 이를 토대로 선별적으로 지원을 검토하는 분위기이다"라며 "당장 정부 지원이 시급한 중소형 증권사들은 '자기 희생'이 불가피한 내용이 담긴 자구안을 제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비용을 줄여야만 하는데, 인력 구조조정과 법인카드 한도 감액 등 영업비용 절감이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거론된다.
최근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실행되고 있는 인력 구조조정도, 해당 자구안 제출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케이프투자증권이 법인본부와 리서치본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전원 재계약 불가 통보를 한 이래 다올투자증권도 정규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계약직이 유독 많은 중소형 증권사 부동산 PF 부서의 팀장급 인사들이 재계약에 실패하는 사례도 들린다.
SK증권이 해당 펀드에 매입 신청을 해둔 물량 중 일부를 갑작스레 취소한 것을 두고 시장에선 구조조정에 대한 부담 때문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협회 측은 "SK증권은 시장에 매각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 일부 물량에 대해 매입 취소를 결정한 것"이라며 "매입을 신청하는 증권사들로 하여금 작성케 하는 서류는, 구조조정 프로그램 등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업계 차원에서 자구노력을 하는 정도다보니 신청하기 어려운 정도는 결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