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자산 부담 클 것…삼성전자는 현금흐름 양호해서 대응 가능"
되레 생산능력 저하가 '긍정 요인' 됐다…증권가도 실적 컨센 하향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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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신용평가사(이하 신평사)들이 대내외 리스크가 산적한 SK하이닉스를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자 지난 3년간 차입을 크게 늘려왔는데, 그 효과가 빛을 발하기도 전에 반도체 업황 불황에 직면했다. 재고는 늘고 수익성은 악화하면서 평가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금주 국내외 신평사들의 주도로 진행된 신용 리스크 관련 세미나에선 국내 반도체 산업의 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전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인해 반도체 수요가 부진해졌고 이는 곧 실적에 반영됐다. 올해 3분기부터 꺾이기 시작한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다가올 4분기 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됐다.
SK하이닉스 신용리스크 우려에 대한 주목도가 특히 눈에 띄었다. 글로벌 신평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SK하이닉스의 재고부담과 2021년 솔리다임(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 부담을 문제로 꼽았다. S&P는 지난달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Positive)에서 '안정적'(Stable)로 조정한 바 있다.
12월 정기평가 시즌을 맞아 SK하이닉스 신용등급을 재검토 중인 국내 신평사들은 이같은 분위기에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일단 글로벌 신평사들이 꼽은 리스크 요인들 모두 국내 신평사들도 꾸준히 제기해 온 부담요인들이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유효했던 솔리다임 인수 효과 기대감은 하반기 들어 현실화가 어려워졌다. D램 판가도 국내 신평사들이 예견한 것처럼 기업들의 재고자산 급등에 따라 한 달만에 20%대 하락률을 보였다.
그간 투자를 위해 늘린 차입금이 가장 큰 트리거란 지적이다. 무차입 기조를 유지해왔던 SK하이닉스는 2019년 이후 매그나칩파운드리 인수를 위한 사모펀드(PEF) 출자(2073억원), 솔리다임 인수대금 납부(7.3조원), 긴축우려에 따른 선제적 유동성 확보 등을 위해 5.6조원이 달하는 순차입을 단행했다. 올해 3분기말 기준 SK하이닉스의 순차입금은 11조7000억원에 육박한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2021년 반도체 업황이 일부 회복되면서 EBITDA(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가 개선된 부분이 있다. '순차입금/EBITDA' 지표는 그나마 양호한 수준으로 관리될 수 있던 이유다"라며 "그러나 실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반도체 산업 불황을 고려하면 해당 지수 관리 또한 쉽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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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영업환경에 놓인 삼성전자가 다소 결이 다른 평가서를 받아든 이유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신평사들로부터 신용등급을 부여받고 있는데, 무디스는 9월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을 'Aa3'에서 'Aa2'로 한 단계 상향 조정하고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부여했다. 향후 위기 대응 능력에 대해서도 평가가 후하다. S&P는 "삼성전자는 현금 흐름이 좋기 때문에 충분히 위기 대응능력이 있다고 본다"라고 언급했다.
재무건전성에 대한 상이한 평가는 곧 각 사의 '감산 전략'에 대한 엇갈린 평가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S&P는 삼성전자가 그간 '인위적 감산은 없다'라는 입장을 고수한 데 "추후 시장 지위를 공고하게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마이크론 등 세계 반도체 제조기업들처럼 '감산 결정'을 내린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차라리 생산능력 저하된 것이 긍정적인 요인이다"라고 평가했다. 성장성보다는 재무건전성 관리에 힘을 쏟아야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국내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보유현금이 많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자회사를 거느리는 등 하고 있는 사업이 많다는 점이 반영됐을 것이다"라며 "올해 상반기쯤 SK하이닉스가 청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투자비용 확대에 주목한 바 있는데 이를 보류하기로 결정한 것은 일부 신용도에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에 대한 싸늘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연일 최저가를 기록하는 가운데,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적자 규모가 최대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실적 컨센서스 하향조정이 아직도 충분히 주가에 반영돼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