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CEO 되든 결국 정부가 금융지주 실질적 관리에 나선단 평가 나와
이자 이익 중심의 단순 수익구조…누구든 실적 영향 크지 않단 지적도
국내 은행업 PBR은 0.3~0.4배…"자산규모에 비해 저평가 특히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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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의 '회장 깜짝 교체'에도 주가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유능한 최고경영자(CEO)의 거취가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해외의 사례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 주가가 '관치에 따른 고질적 저평가' 상태에 있다는 분석이다. 예대마진까지 국가가 통제하는 마당에 CEO 교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외압설 논란이 신한금융을 넘어 주요 금융지주 전반에 퍼지며, 추가 디스카운트(할인)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당분간 상장 금융지주 주가는 의외의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는 평가다.
지난 8일 11시32분,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물러난다는 소식이 시장에 알려졌지만 신한금융 주가는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등락을 거듭하던 주가는 오후 들어 소폭 하락했다가 상승 전환하며 보합세(전날보다 0.4% 상승)로 마감했다. 다음날인 9일엔 전날보다 1.6%(600원) 오른 3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연말 배당 기대감에 힘입은 주가 상승세에 조 회장의 용퇴가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후에도 신한금융 주가에는 이렇다할 변화가 없었다.
해외의 경우 갑작스러운 리더십 변화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기업 경영 및 비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세계 3대 사모펀드의 하나인 칼라일 그룹의 이규성 CEO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돌연 사퇴하자 당일 칼라일 주가는 6% 이상 급락했다. 이규성 CEO는 칼라일그룹 공동창업자와 갈등 끝에 사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2013년엔 회장과 CEO직 분리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의 사임 가능성이 제기되자 JP모건 주가가 10%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제이미 다이먼 공백으로 인한 경영상 허점이 발생할 수 있고 뚜렷한 후계자도 없다는 분석이다.
조 회장의 연임이 금융권 안팎에서 점쳐졌던 만큼 용퇴를 결정한 것을 두고 신한금융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을법 하다는 시선이 제기된다. 조 회장은 지난 8일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면접 직후 사임 의사를 밝히며 부자연스럽게 퇴장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에 대해 외압설, 주주와의 마찰설 등 신한금융 리더십에 대한 갖은 소문이 돌고 있어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단 분석이다.
이런 부자연스러운 상황을 두고 국내 금융주의 고질적 '저평가'가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이 오랫동안 금융사의 인사, 지배구조를 비롯해 경영 전반을 압박한 사례가 많아 국내 금융주는 국내 및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은행업 PBR은 KB금융, 신한지주 모두 0.4배에 그치고 우리금융은 0.3배 수준인데 자산규모에 비해 저평가가 특히 심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CEO의 급작스러운 사임이 주가 악재인 미국과 달리 (국내는) 리더십 교체로 인한 주가 급락 사례가 거의 없다.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라고 할 정도로 금융업에 미치는 관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리더십이 바뀐다고 한들 한계가 있다"라며 "금융주 저평가 현상이 심한 가운데 이번 신한금융 주가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지주는 이자 이익 중심의 단순 수익구조로 되어 있어 리더십 변화로 인한 실적 영향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리 변동 등 외부 요인이 실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금리 상승으로 각 금융지주의 이자 이익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 4대 금융지주별로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KB금융 64.8%, 신한금융 60.1%, 하나금융 78.7%, 우리금융 83%로 모두 절반을 넘는다.
관치 우려가 본격화함에 따라 추가적인 주가 하락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2016년 이후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이전과는 달리 역동적인 '리딩뱅크' 경쟁을 벌일 수 있었던 건, 내부 승계 절차를 거쳐 경쟁력있는 CEO를 선임할 수 있었던 영향도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예컨데 상장사이기도 한 BNK금융지주는 지역 기반 경제에 대한 이해와 복잡한 내부 현안에 대한 이해가 필수 자격 요건으로 꼽히고, 이 때문에 CEO 승계 원칙 역시 내부 인사 우선 승계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며 "관료 출신이나 정치권 출신 인사가 낙하산으로 내려온다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은 뻔한 결과"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