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자, 윤 회장 신뢰감 탄탄…배당성향 등에 주목
연말 임기 채울지도 관심…금융권 ‘외풍’에 투자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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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연말을 맞아 올해 마지막 해외투자자(IR) 행보를 마무리 지었다. 그간꾸준히 해외 IR 활동을 해왔던 윤 회장은 금번 출장 역시 해외투자자를 독려하는 한편 주주환원정책 등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파악된다.
은행권이 연말 배당시즌을 맞은 가운데 KB금융그룹이 기존 약속대로 배당성향을 끌어올릴수 있을지를 두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또한 그간 해외투자자들과 직접 만나며 신뢰를 쌓아온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연임 여부에도 상당한 촉각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회장은 최근 런던, 싱가포르 등지의 해외투자자 설명회(IR)에 참석하기 위해 출장길에 나섰다가 지난 10일 귀국했다. 이번 IR은 지난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B20 서밋에 참석한 데 이어 약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진행된 일정이다.
윤 회장은 지난 10월에도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출장길에 오른 바 있다. 올해 하반기에만 3차례나 해외 IR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연말 배당성향과 관련한 주주환원정책을 두고 투자자의 기대감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KB금융은 그룹 차원에서 꾸준히 밝혀온 대로 약 30%까지 배당성향을 올리는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재임 기간 해외 IR 일정을 통해 꾸준히 주주환원 확대 정책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왔다. 영어, 일본어에 능통한 윤 회장이 직접 해외투자자와 꾸준히 스킨십을 늘리며 신뢰도 형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에서 연말 배당성향에 대한 제한을 완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해당 계획 실현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번달 초 은행의 주주환원과 관련해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존중하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말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통해 수치를 지켜봐야할 것”이라면서도 “규제비율을 충족한다면 제재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금융권에 ‘관치금융’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해외투자자들은 윤 회장 임기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데 이어 농협금융 역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회장으로 선임된 가운데 금융권 인사에 ‘외풍’이 거세지고 있다는 지적 탓이다. 이 때문에 내년 11월 임기가 끝나는 윤 회장 역시 연임은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이 현재 지배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그룹의 해외 IR에 참석해보면 투자자들의 단골 질문 중 하나가 ‘윤 회장 연임여부’일 정도로 윤 회장과 신뢰감이 상당한 편”이라며 “연임여부에 따라 투자 결정을 달리 내리겠다고 하는 투자자들도 많다”라고 말했다.
과거 국내 금융사 수장들은 회사 자체의 수익성보다는 정책적인 입김에 좌우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러한 한국의 정책금융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예로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에 관해 국내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것을 두고 해외투자자들이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그간 윤종규 회장이나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전 회장 등 장기적ㆍ안정적인 금융지주 경영 구조가 정착하며 우려가 다소 해소되는 모습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금융지주 인사 과정에 관치금융 논란이 불거진 데 따라 국내 금융사를 바라보는 해외투자자의 평가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한 글로벌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신용평가사들이 국내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한 평가 항목 중 ‘경영진 항목’이 별도로 있어 해당 CEO(최고경영자)가 실질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지, 혹은 정부와의 관계에 휘둘리는지 등을 살펴보기도 했다”라며 “지금은 과거와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새로 임명되는 수장들이) 실질적인 회사의 경영 성과를 내기 위한 선택을 하는지는 중요한 평가 요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