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강점 희석…은행 중심 지형 내년에도 지속 전망
미뤄진 빅딜·리캡 및 외국계 PE 국내 진출효과 기대감도
금리 향방 따라 하반기까지 보릿고개 이어질까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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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국내 M&A시장은 금융시장 경색으로 인수금융 시장의 지형가 뒤바뀌었다. 간신히 성사시킨 거래들이 '인수금융'을 못구해 연기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과거 공격적 행보를 보인 증권사 전반이 부진한 가운데 그나마 몇몇 시중은행이 겨우겨우 빈자리를 채웠다. 갑작스러운 고금리와 거래 위축으로 조달 금리와 자금운용한도(book)에서 격차가 벌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시중은행들조차 신규 거래에 참여하는 움직임이 극히 적어 M&A자금 수급 '보릿고개'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하반기 중 올해 결성한 펀드 자금의 집행이나 지난 거래의 자본재구조화(리캡)·차환(리파이낸싱) 수요에 대한 기대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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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연간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인수금융 시장 규모는 약 28조6616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거래 총액으로는 지난해(약 28조6829억원)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거래 대부분이 상반기에 쏠리면서 하반기엔 대부분 증권사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말부터 예상된 거래절벽 우려가 현실화하며 증권사 중에선 KB증권 정도만이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예상보다 가파르게 기준금리가 치솟으며 인수금융 주선 경쟁에서 증권사의 강점이 많이 희석됐다는 분석이 많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받은 대형 증권사들이 발행어음 자금을 활용해 은행보다 공격적으로 총액인수에 나서고, 신속하게 투자확약서(LOC)를 끊어주는 등의 전략이 어려워졌다"라며 "2분기 진행한 거래의 재매각(셀다운)도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니 영업을 자제하라는 분위기가 지속됐다"라고 전했다.
3분기 이후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그간 리그테이블 선두를 다툰 증권사는 인수금융 시장에서 종적을 감추듯 했다. KB증권이 3분기 9000억원 규모 주관 실적을 올린 것을 제외하면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이 상위로 올라섰다. 금리 인상과 금융권 전반 조달 부담이 커졌고 채권 손실이 커지며 한도 문제가 뒤따르자 은행을 찾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 같은 상황은 내년에도 이어지거나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준금리 인상이 막바지에 달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진행 중이거나 주식매매계약(SPA)을 마친 거래도 줄줄이 진통을 겪고 있다. 수익률 문제로 대출 비중을 낮추는 추이도 관측된다. 아직은 기업 가치가 충분히 떨어지지 않았다는 평과 함께 고금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차환에 나설 때가 아니란 말도 나온다.
은행 투자금융부 한 관계자는 "많이 담을 수 있는 은행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맞지만 대주단 요청에 따라 차주 사정에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는 않다"라며 "열심히 하는 몇몇 은행을 제외하면 지금 준비하는 것들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내년 상반기에 금리가 내려갈 수도 있겠지만, 부정적으로는 내후년에야 분위기가 바뀌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결국 여력이 있는 은행 중에서도 영업 의지가 강한 곳 정도가 주관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부 시중은행의 경우 이미 국내 진출에 힘을 싣고 있는 외국계 PE와 관계 형성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펀드 자금이 달러 등 외화로 구성된 만큼 환율 효과를 볼 수 있는 데다 은행으로서도 부가 파생거래를 노릴 수 있어 이해관계가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대형 운용사(GP) 입장에서도 은행과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전해진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계 PE와 경쟁하면서 거래 과정이 6개월 이상씩 길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LOC를 끊어 준 금융사가 막판까지 따라와 주는 게 중요하다"라며 "증권사에서 하기 힘든 영업 방식이다 보니, 빅딜의 경우 은행과 호흡을 맞추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