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옵티머스 사태와 달리 불법성 불확실…주주들로부터 '배임' 지적 가능
구상권 청구 녹록지 않을 수 있단 지적도…최근 대법원 판례 변수 떠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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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투자증권이 독일 헤리티지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원금 전액 배상 권고를 받아들일지 고민하고 있다. 해당 상품의 판매 시점에 '명확한 불법성'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주주들로부터 '배임'이란 지적이 나올 수 있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반투자자들에게 전액 배상을 한다고 하더라도 최근 대법원 판례에 따라 독일 헤리티지 DLS를 발행한 KB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에 구상권을 청구하기 녹록지 않을 수 있단 지적도 나와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증권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어 금융당국의 '독일 헤리티지 펀드 투자 원금 전액 배상안' 수락 여부를 논의했다. 일반투자자와 기관투자자에 대한 배상안과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쟁점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이사회는 금융당국의 권고에 대한 수락 여부를 결정하지 못해 답변 시한 연장을 신청했다. 추가적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장고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때와 달리 펀드 판매 시점의 불법성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신한투자증권 측에선 투자 원금에 대한 전액 배상 결정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현재 밝혀진 내용만을 두고 금융당국이 독일 헤리티지 펀드 판매와 관련,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한 것에 대해 의문이라는 반응이 많다. 애초부터(판매 시점부터) 잘못된 판매였다고 판단할 만큼의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결정을 받아들인다면 주주들로부터 '배임'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단 지적이다. 독일 헤리티지 펀드 사태로 발생한 피해 금액은 약4300억원으로 5대 사모펀드 중 가장 크다. 신한증권이 금융당국의 원금 전액 배상안을 수용한다면 앞서 투자자들에게 가지급한 50%를 제외하고도 2272억원을 추가로 지급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증권은 충당부채 항목으로 자금을 쌓아뒀다는 입장이다.
다만, 금융권에선 신한투자증권이 투자자들에 전액 배상을 할 거라는 관측이 우세한 분위기다. 신한증권이 독일 헤리티지 펀드 관련 투자 원금 전액 배상안이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대형로펌들에 구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신한증권 입장에서도 금융당국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란 추측이다.
관건은 투자자들에게 전액 배상을 했을 경우 독일 헤리티지 DLS를 발행한 증권사들(KB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에 책임을 물어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지다.
이에 대해선 지난 10월 부당이득 반환 범위와 관련한 대법원의 판례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당 판례는 계약 무효로 인한 투자손실액 상당 부분을 투자중개업자가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게 골자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펀드 관련 사례는 아니지만 구상권 청구 시 참고할만한 사례가 지난 10월 대법원의 부당이득금반환 관련 판결이다. 해당 판례를 대입해보면 신한투자증권이 투자 원금 전액을 배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며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하게 되면 판매사 측은 부당이득 반환 의무가 있다. 그 범위는 '투자 원금'이다. 그러나 지난 10월 대법원 판례를 보면 부당이득반환 범위가 '정산 이후 잔액'이다. 이런 논리를 적용해보자면 신한투자증권이 투자자들에게 100% 배상을 하더라도 DLS 발행 증권사들에 구상권 청구가 어려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