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전반으로 대주주 책임경영 강화 계기될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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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사태가 재계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보험사 유동성 문제를 넘어 기업 지배구조 이슈로까지 사안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다. 비상장사 계열사들이 자금지원에 나서기로 했지만 여전히 업계 반발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주주 사재출연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는 계기가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21일 흥국생명은 태광그룹 계열 비상장사인 티시스와 티캐스트가 총 23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공시했다.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세부적인 방안을 결정한 것이다.
흥국생명은 그룹 내 비상장사 계열사의 지원을 받으며 ‘급한 불’을 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그룹 전반적으로 재무적인 리스크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비상장사라 하더라도 태광산업과 마찬가지로 흥국생명을 지원해줄 명분이 딱히 없는데다, 나머지 계열사가 져야할 부담도 만만치 않은 탓이다. 태광산업을 제외하고는 다른 계열사들이 수천억원 규모의 자금동원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계열사들의 흥국생명 자금지원 이후에 궁극적으로 태광산업이 이들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룹의 핵심적인 캐쉬카우가 태광산업이란 점에서 어느 계열사가 흥국생명을 지원하더라도 궁극적으론 태광산업의 부담이 커지는 구조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태광산업 역시 당초 흥국생명에 자금지원을 할 계획이었지만 무산된 바 있다. 시민단체와 태광산업 소액주주들이 들고 일어나면서다.
사단법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성명을 내고 "태광산업과 흥국생명이 표면적으로는 같은 태광그룹 계열사로 분류돼 있긴 하나, 태광산업은 흥국생명 주식을 단 1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라며 "동일한 지배주주를 갖고 있다는 것 말고는 사실상 관계가 없는 흥국생명의 유동성 위기를 왜 태광산업이 해결해야 하는지, 아무런 타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태광산업 지분을 갖고 있는 트러스톤자산운용, 경제개혁 연대도 태광산업의 증자 참여를 반대했다.
결국 흥국생명 이슈를 풀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대주주인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던 배경이다. 이 전 회장의 경우 흥국생명 지분 56.7%를 비롯해 태광산업 지분 29.48%, 대한화섬 지분 20.04%, 티알엔 지분 51.83%, 흥국증권 지분 68.75%를 보유하고 있다.
더구나 금융당국에선 연말까지 증자를 마무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건전성 비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연말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자구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감독당국은 증자 방식에 대해선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대주주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더불어 흥국생명의 자본구조가 금리 변화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태광그룹이 회사를 계속해서 끌고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말까지 증자를 마무리해 건전성 비율을 끌어올리기로 회사 측이 약속한 바 있다"라며 "증자 재원 마련은 흥국생명이 알아서 할 일이지 감독당국이 개입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