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방 불투명해진 왓챠 투자유치에 애타는 기존 주주들
밸류는 '3300억→200억'…일각선 "어디든 인수만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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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인 왓챠의 행선지가 막판까지 오리무중이다. 왓챠 인수를 긍정적으로 봤던 LG유플러스는 아직까지 최종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 기업이 컨소시엄을 꾸려 지분투자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기존 투자자들은 결론이 나길 노심초사 기다리는 분위기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왓챠 인수에 뛰어들었다. 신주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르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최근 회사와 투자 세부 조건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아직 협상 테이블은 치우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왓챠는 2020년 시리즈D 투자유치에서 1000억원대, 작년 브릿지 라운드에선 3300억원대 몸값을 인정받았다.
최근 LG유플러스와의 협상에선 투자유치 전 기업가치가 200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 10월 박태훈 왓챠 대표가 38억원의 긴급자금을 조달하면서 인정받은 몸값(780억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당시 회사는 "급히 투자 유치를 받는 과정에서 책정된 것으로, 밸류와는 다르게 봐야한다"는 입장이었다. 한껏 낮아진 몸값에 일부 주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OTT 등 신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왓챠 인수 시너지도 높이 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관심을 들인 것에 비해 인수 결정은 늦어지고 있다.
시가총액 1000억원대 코스닥 기업인 모비데이즈도 컨소시엄을 꾸려 왓챠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중순 상장했고 벤처투자업 진출을 위해 금융감독원에 신기술사업금융업(신기사) 라이선스를 신청한 상태다.
왓챠를 인수할 원매자 측은 왓챠가 지난해 발행한 48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상환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소형 상장사가 나서기에 위험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B 상환 등 투자 위험부담이 큰 왓챠의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모비데이즈의 행보에 놀랐다"라며 "소수지분보단 경영권 확보를 고민할 가능성이 큰데, 박태훈 대표가 매각보단 투자유치가 우선이라고 언급한 걸 감안하면 박 대표가 경영권을 쉽게 놓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투자유치가 지연되면서 왓챠 기존 주주 사이에선 "어떻게든 인수만 됐으면 좋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당장의 몸값은 낮추더라도 일단 현금이 유입돼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왓챠는 지난해 24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년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국내 OTT 경쟁사들이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어, 왓챠가 돈을 써도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왓챠의 판관비는 392억원으로 2년 만에 3배가량 늘었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왓챠 주주들 사이에서도 주로 투자금액이 크지 않은 기관들이 일부 손해를 보고 밸류를 낮추더라도 사업이 유치될 수 있도록 빨리 투자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