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신재생에너지 대출 투자 펀드 10개월째 환매 중단
금융권에선 부동산 개발과 관련됐다는 점에 주목 中
부동산 경기 악화하며 환매 중단 펀드 증가 예상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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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판매한 480억원 규모의 부동산 개발 펀드 환매가 중단되면서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일반투자자들에게 판매된 사모펀드에서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있었던 후폭풍이다.
특히 이번엔 부동산 침체발(發)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잇따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이 판매한 영국 신재생에너지 대출 투자 펀드 '포트코리아 그린에너지 제1~4호'의 환매가 중단됐다. 펀드 자금은 영국 피터보로시에 폐기물 소각 발전소 건설에 쓰일 용도였다. 그러나 발전소 건설을 맡은 업체의 경영 악화로 개발이 차질이 생기면서 투자 원금과 이자가 지급되지 않았다. 이에 해당 상품의 만기는 지난 6월이지만, 지난 3월부터 환매가 중단됐다.
포트코리아 그린에너지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판매사들의 불완전 판매를 주장하고 있다. 운용사와 판매사들이 보험 가입을 이유로 원금 보장이 가능하다고 속여 팔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증권사 측은 상품 판매 당시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고지했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옵티머스·라임 사태 재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두 사태 모두 펀드 부실로 대규모 환매 중단이 발생한 건으로, 이후 운용사가 상품 판매 시점부터 허위 사실로 투자자를 속인 것이 드러나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라임 사태의 경우 피해액은 1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알려진다.
다만, 금융권에선 옵티머스·라임 사태와 같은 불법행위가 드러난 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실질 차주인 KNM그룹이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이자 지급을 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로 보이기 때문이다. KNM그룹이 당초 목적대로 발전소 건설 공사 대금으로 사용했는지 여부가 불법성을 가를 핵심이란 분석이다.
관련업계에선 해당 펀드가 부동산 개발 사업을 위한 대출형 펀드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미분양·공사 중단 등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는 펀드도 잇따라 생길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실제로 투자자산인 부동산이 매각되지 않아 환매 연기된 펀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사모펀드 중 환매 연기된 건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매각에 난항을 겪으며 투자금 회수가 안되는 것들이다. 부동산 부실은 당장 유동화가 안 되다 보니 환매를 못 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부동산 활황기를 누렸던 국내도 부동산 개발 사업에 대출형 펀드로 투자하는 사례가 증가했기 때문에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국내도 부동산 개발 사업에 대출형 펀드로 투자한 경우가 많다. 최근에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며 분양률은 물론 부동산개발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어 펀드 디폴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환매 기간까지 대출금이 미상환되면 펀드는 디폴트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선 상업용 부동산 경기 둔화로 부동산 펀드 펀드환매가 빗발치고 있다. 글로벌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은 간판 투자상품인 부동산 펀드 BREIT (690억 달러 규모) 환매 제한에 들어갔다. 인출 요청 규모가 월 한도(순자산 대비 2%)와 분기 기준(순자산 대비 5%)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으로 자금조달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부동산 업계의 자금 수혈은 더욱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한 부동산시장 관계자는 "이번 부동산 활황기를 떠올리면 다른 방식으로도라도 자금 수혈을 받아 대출을 상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금리 인상으로 자금조달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대출 상환을 위한 자금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