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회장 용퇴 배경 존중…'인사부' 힘 재확인 평도
자경위 이은 부행장 인사 주목…18명 중 13명 임기 만료
세대교체 의지 드러날 대목…최근 쏟아진 하마평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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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용퇴하며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차기 회장으로, 한용구 부행장은 새 은행장으로 내정됐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그룹 안팎이 술령였지만 일단은 자연스럽게 세대교체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이다. 조 회장은 연임을 포기했지만, 이번 계열사 CEO 인사에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전후해 제기됐던 예상은 대부분 빗나갔다. 계열 최고경영자(CEO) 인선도 내부 승진으로 채워졌다. 시장의 시선은 곧 이뤄질 신한은행 부행장 인사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20일 신한금융 이사회는 자경위를 열고 10개 계열사에 대한 CEO 후보를 추천했다. 한용구 부행장이 차기 신한은행장으로 내정됐고 신한카드와 신한라이프, 신한자산신탁 등 계열사도 새 수장을 맞게 됐다. 지난 수년 동안 매해 연말 인사에서 외부 인사를 깜짝 영입해온 것과 달리 새 CEO 자리는 모두 그룹 내부 출신이 차지했다.
가장 이목을 끌었던 한용구 신한은행장 내정자에 대해선 조용병 회장에서 진옥동 내정자로의 세대교체를 고려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부행장은 그룹 내부에서 조용병 회장이 직접 발탁한 인사로 통한다. 이번 인사에서도 조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을 거란 관측이 전해진다. 1966년생으로 1961년생인 진옥동 행장보다 젊고 신한은행 부행장 내에서도 어린 편에 속한다. 조용병 회장은 용퇴 배경으로 후계 구도에 대한 고민을 드러낸 바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비교적 젊은 인물이 새 행장으로 올라섰다는 분석이 많다.
신한금융 내부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진옥동 행장이 회장직에 내정된 이후 새 행장 후보군에 대한 여러 추정이 오르내렸지만 한 부행장의 비중은 그리 높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다시금 신한금융그룹 인사에서 '신한은행 인사부'의 힘이 드러났다는 평가도 있다. 한용구 부행장은 지난 2005년부터 2년간 신한은행 인사부 부부장을 지냈다. 예전부터 발령권을 보유한 시중은행 인사부는 그룹 경영진으로 향하는 핵심 관문으로 꼽혔다. 조용병 회장과 글로벌사업부문에서 함께 일한 인연도 회자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새 행장으로는 진옥동 내정자와 연고·경력이 겹치지 않고 보다 어린 인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많았는데 결과적으로는 신한금융에서 다시 한 번 인사부 경력의 중요성이 드러난 것 같다"라며 "조용병 회장이 진옥동 내정자의 연임 길을 터준 상황에서 본인이 잘 알고 있는 인물 중에서도 진 내정자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을 선임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신한카드 대표 역시 깜짝 인사로 꼽힌다. 문동권 신임 대표 내정자는 LG할부금융으로 입사한 정통 카드맨이다. 신한카드는 그룹에서 은행 다음가는 핵심 계열사인만큼, 은행 출신의 영향력있는 인사가 대표로 부임하는 일이 많았다. 이번에도 이인균 지주 부사장, 전필환 은행 부행장 등이 카드 대표 후보로 언급됐다.
이번 발탁 인사 역시 조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회장은 비은행 계열사는 해당 부문에 정통한 인재가 경영을 맡아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해왔다. 신한투자증권에 외부 출신 CEO를 앉힌 게 대표적이다. 이번에는 2007년 LG카드의 그룹 편입 이후 15년만에 처음으로 LG출신 '카드맨'을 CEO에 기용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카드의 CEO는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도 손꼽히는 등 지배구조 측면에서의 의미도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내부 출신ㆍ실무 중심 CEO 선임으로 신한카드는 사기가 올랐겠지만, 은행 고위 임원들은 다소 실망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한금융 안팎의 시선은 연말 예정된 신한은행 부행장 인사를 향하고 있다. 한용구 부행장을 제외하면 18명의 신한은행 부행장 중 13명의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된다.
부행장 전반의 나이는 진옥동 내정자(1961)와 한용구 부행장(1966) 사이에 포진해 있다. 대부분이 한용구 부행장보다 나이가 많다는 얘기다. 세대교체를 고려한 이번 인사의 구체적 윤곽이 부행장 인사에서 더 구체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면 자경위를 앞두고 계열 CEO와 함께 부행장급 인사 전반이 새 행장 후보로 갑작스레 조명을 받은 것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계열 CEO 인선의 경우 외부 영입 인사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내부 승진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자회사 수장보단 다음주 있을 부행장 인사에 더 관심이 가는 상황"이라며 "다가올 부행장 인사에서 진옥동 내정자 시대를 맞는 신한금융의 세대교체에 대한 의지가 명확히 드러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