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손 떠나면서 그룹이 유동성 대응 직접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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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앞두고 롯데그룹이 롯데건설 신용등급 방어에 매진하고 있다.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된 롯데건설이 스스로 신용도를 개선하기 어렵다고 판단, 그룹 차원의 지원 의지를 시장에 강조하고 있다. 여러 계열사들이 이미 롯데건설을 지원하고 있는 만큼 롯데건설의 향후 신용도 방향성이 롯데그룹 신용도의 바로미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롯데건설의 신용등급(A+)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일제히 조정했다. ▲지급보증 규모가 상당한 점 ▲PF 유동화증권 차환 필요성으로 인해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점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신평사들이 내건 신용도 개선 조건을 만족하지 못할 경우 등급이 A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 AA급 정도 돼야 우량 건설사로 인식되는 점을 감안하면 롯데건설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자금조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커진다.
롯데건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침체 조짐이 나타난 올해 중순까지도 대규모 개발사업에 공격적으로 참여해왔다. 한기평에 따르면 2022년 11월말 기준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연대보증, 자금보충, 채무인수 합산)는 5.8조원으로 개별 건설업체 중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시장에선 롯데건설을 '가장 공격적으로 확장하던 건설사'로 기억하고 있다.
지급보증의 불신을 키운 레고랜드 사태는 롯데건설 PF 우발채무 현실화에 도화선이 됐다. ABCP 금리는 급격히 상승했고, 고금리에서 차환이 쉽지 않았다. 이에 10월 유상증자와 11월 롯데케미칼(5000억원), 롯데정밀화학(3000억원), 우리홈쇼핑(1000억원) 등 계열사 대여금으로 만기도래 유동화증권 일부를 매입하며 차환에 대응, PF 우발채무 신용위험이 현실화했다. 12월13일 기준 롯데건설이 매입한 PF 우발채무는 약 2.5조원이다.
롯데건설은 자체 신용도로 은행 일반대출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본사 사옥을 담보로 하거나 롯데물산의 자금보충약정을 통해 국내외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또 조만간 롯데케미칼의 지급보증을 받은 공모회사채를 발행, 2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수요예측 미매각 우려를 덜고자 8곳의 대규모 주관사단을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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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시장에선 롯데건설의 차환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 3개월 동안 계열사와 금융사로부터의 차입을 늘리면서 순차입금이 1.8조원에서 3조원대로 불어났다. 당장 내년 1분기에 만기가 도래할 PF 우발채무 규모는 3조2400억원 수준인데, 그 중 미착공 사업장 우발채무의 비중이 84%다. 미착공 PF 사업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실이 커져 리스크가 더 크다고 평가된다.
계열사로부터 빌린 자금은 만기가 짧아 우리홈쇼핑에 조기 상환을 한 것처럼 곧 상환을 해줘야 한다. 애초에 보유현금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며 자체 신용도로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다.
롯데건설은 미착공 단계인 개발사업의 착공을 추진해 문제시되고 있는 브릿지론의 비중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통상 시행사들은 개발사업 목적의 토지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브릿지 론(대출)을 받는데 이에 건설사들이 지급보증에 나서왔다. 착공이 시작되면 금융권으로부터 건축비 대출(본PF)를 받아 브릿지론을 상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평사 측은 이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한 신평사 연구원은 "롯데건설이 생각한 대로 착공이 되면 브릿지론 비중을 줄일 수 있겠지만 생각하는 것만큼 충분히 될지는 명확치 않다"라며 "그렇다고 착공이 안 될 것이라고 단정짓기도 어려운 상황인 만큼 지켜보려 한다"라고 말했다.
롯데건설의 대책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미분양 증가 같은 부동산 경기 저하 국면에 진입하고 있어 브릿지론 상환을 기대했던 것만큼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이에 롯데그룹이 전면에 나섰다. 그룹 차원에서 단기적으로 필요한 유동성 규모를 가늠해 어떤 식으로든 자금을 마련해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신평사들을 대상으로 설명에 나서고 있다. 신평사들은 롯데건설 지원사격에 나선 계열사들의 유동성 점검을 위해 업종별 담당 연구원들의 협업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금융업계에서도 그룹 차원의 지원 의지를 파악, 추가 차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켜보고 있다.
신평업계에선 이번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 대응 성과를 바탕으로 롯데그룹 계열지원 여력이 재평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룹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 등을 감안하면 롯데건설의 유동성 문제는 해결가능한 수준이긴 하다. 다만 최근 롯데그룹 자체의 자금 여력이 다소 축소된 데다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등 대규모 투자 계획도 진행 중이어서 그룹 전반의 신용도와 조달 플랜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른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은행 등 금융권에서도 롯데건설에 자금을 빌려주고 있는 건 롯데그룹의 강력한 지원 의지를 수용했기 때문이라고 본다"라며 "물론 극단적인 상황이 오면 그룹 내 계열사 전반적인 신용도 하락 압박이 있겠지만, 아직은 롯데그룹이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