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당국 '위드 코로나'에 미디어 규제 완화 분위기
'이번엔 진짜?'…다시금 한한령 완화 기대감 올라
"긍정적 요소긴 하나, 주가 모멘텀으로는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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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의 한한령 완화와 리오프닝 기대감에 국내 미디어·엔터·게임업종 주가가 상승세다. 회사마다 온도차가 있지만 일부 관련 업체들은 이달 중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고, 위믹스 사태 이후 단기 급락한 게임주들도 상승세를 보였다. 아직까지 중국 정부의 실질적 정책 변화는 감지되지 않은 가운데 시장에서는 소위 ‘한한령 수혜주’로 꼽히는 업종들의 내년 주가 모멘텀은 ‘중국’보다는 추가 신성장 동력과 실적이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2017년 사드(THAAD) 배치 후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 연예인이 출연한 드라마나 영화, 한국 게임 등 콘텐츠의 수입을 막는 한한령을 유지해왔다. 이후 ‘한한령 완화’ 기대감은 때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가 반등 요소로 작용했는데, 지금까지 중국 당국의 명확한 입장이 이어지지 않으면서 지속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2일 대통령실이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성사된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 OTT에 한국 영화가 상영되기 시작했다고 밝히며 기대감을 다시금 높였다. 지난달 17일엔 중국 모바일 게임이 넷마블의 게임인 ‘스톤에이지’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신규 서비스 허가 판호를 발급받았다고 알려졌다.
과거에도 나타났듯 정확한 정보가 아닌 '기대감'이 앞서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등을 방영한 중국 방송사 ‘안후이위성TV’가 내년 한국 드라마를 다시 방영하겠다고 예고했다고 알려지며 기대감이 커졌는데, 안후이위성TV는 해당 내용에 대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과연 이번엔 다를 것인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한한령 완화는 결국 정책 문제다보니 이번에도 확신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여전하다.
이번에는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 의미 있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중국 내부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중국 국민들의 내부 불만이 크게 쌓였고, 이에 중국 정부가 고강도 봉쇄를 풀고 규제 완화 기조로 돌아서면서 미디어·게임 관련 규제도 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정책이 바뀌기 전까지는 과도한 기대를 갖긴 어려운 가운데 미디어·엔터사들은 내년 신사업과 실적 면에서 투자자들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성과를 내야 유의미한 반등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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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엔터사들은 올해 코로나 팬데믹 ‘비대면 수혜’를 입었던 주가 상승분을 반납했고, 금리인상 및 경기침체 우려가 더해지며 주가가 힘을 쓰지 못했다. 펀더멘털이 견고한 기업들은 실적은 유지했지만 뚜렷하게 ‘신성장 동력’을 보여주진 못하면서 주가 상승 기대감을 내년으로 미뤄둔 상태다.
엔터사들은 그동안 북미·유럽 시장으로 해외 주요 매출처를 넓히면서 중국 시장 부재에 대응해왔다. 글로벌 매출 다변화에 어느정도 성공했다는 평도 나오지만 여전히 엔터업계 소비의 ‘큰손’인 중국 시장 개방을 기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본격적인 중국 리오프닝을 위해선 정책 이슈는 물론 방역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관측이다.
엔터 대표주인 하이브도 방탄소년단(BTS)의 단체활동 중단 선언 이후 급락한 주가가 여전히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멤버들의 군입대가 시작되며 사업면에서 조용한 하반기를 보냈고, 현금 여력이 많지만 추가 M&A 등 주가를 끌어올릴 이벤트는 아직 잠잠한 상황이다. 세븐틴, TXT, 르세라핌, 뉴진스 등 레이블 산하 타 아티스트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펀더멘탈에 대한 의문은 어느 정도 해소했고, 투자자들은 이제 추가 모멘텀을 기다리고 있다.
에스엠엔터도 계속되는 최대주주 지분 매각설과 소액 주주와의 지배구조 개선 갈등이 이어지며 주가 변동폭이 큰 모습을 보였다. 내년 3월 주주총회에 앞서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가 추가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하면서 다시금 표대결이 예고된 상태다. 남은 지배구조 이슈를 해결하는 한편 ‘본업’인 엔터업에서의 본격 확장을 보여줘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 엔터업계 관계자는 “최근 해외 금융사 컨택이 늘어나는 등 해외 투자자들도 한국의 엔터 콘텐츠 산업에 관심이 높아졌는데, 캐쉬 플로우 및 실적도 중요하지만 확실한 성장성을 보여줄 수 있는 ‘한 방’을 기대하는 분위기다”라며 “내년에는 올해 내걸었던 신사업 계획 중 아직 현실화 하지 못한 것들을 진행하기 위해 분주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시장의 기대치에 못미친 기업들은 무엇보다 실적 반등의 숙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실적 압박에 일부 게임·콘텐츠 업체들은 내부적으론 고용 축소, 투자자산 현금화 등 대비에 들어간 분위기다.
미디어 업종 대표주인 CJ ENM 주가는 연초 대비 45% 하락했다. 투자가 지속되는 성장 부문에서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점이 크다는 분석이다. 회사는 3분기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하회하는 실적을 냈다. 미디어 부문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확대 등 비용 증가와 피프스 시즌의 영업손실이 반영되며 지난해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전환했다. 캐시카우 역할을 해야하는 커머스 부문도 영업이익이 57억원에 그치는 등 수익성이 악화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에서 실제 한한령 완화 액션을 취하면 한국 기업들도 나쁠 건 없겠지만, 사실상 이미 ‘잘하고 있는’ 회사들만 의미가 있는 제한적인 영향일 것”며 “내년에는 게임사나 엔터 미디어 업체들이 약속했던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 성장동력을 보여줘야 하고, 내부적으로 시작한 비용관리 효과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