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금융사 내부통제 강화 분위기 강해질 듯
금리인상 가능성 지속, 금융사들 수익성 저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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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연말 조직개편을 두고 새해에도 규제의 압박이 금융사들을 향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많다. 그간 은행권 사건·사고가 많았던 만큼 새해부터 금융사 관련 내부통제 규제도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사들은 다가오는 경기침체 국면 속에 규제환경마저 악화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증권범죄 등을 다루는 자본시장조사단(자조단)을 자본시장조사총괄과, 자본시장조사과 두 개 부서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자본시장 규모가 늘어난 데다 소셜네트워크(SNS) 등을 통한 증가한 증권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위는 불공정거래 조사 기능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자본시장조사단과 자본시장정책관을 통합해 별도의 자본시장국으로 격상시켰다. 자본시장국이 부활한 것은 2018년 7월 이후 4년 만이다.
지난 14일 조직개편을 실시한 금융감독원(금감원) 역시 금융사를 대상으로 하는 검사 기능을 강화했다. 기존 은행검사국을 2국에서 3국으로 확대하고 외환검사팀도 2곳에서 3곳으로 확충하기로 했다. 은행검사1국과 2국, 3국에서 차례대로 시중은행, 지방·특수은행, 외국계·리스크검사 등을 맡게 됐다.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금융권 횡령 등 각종 금융사고를 사전 예방하기 위한 조직개편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사의 이중규제를 풀어주기 위해 감독국과 검사국을 통합해 검사국의 기능이 약화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반대로 검사국을 늘리며 금융사 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며 “아무래도 검사 출신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부임한 뒤로 검사국 내 지위가 점차 강해지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회사들을 향한 당국의 규제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금융당국이 내놓은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움직임이 이번 당국의 조직개편과 맞물리면서다. 금융사 내부통제 이슈가 더욱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금융위는 지난 11월 말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관련 논의 결과에서 중대 금융사고의 책임을 최고경영자(CEO)나 금융지주 회장에 묻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대규모 횡령사고나 금융사고가 벌어질 경우 앞으로는 통제 권한을 가진 사람들의 책임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예금보험공사에서 착오 송금 반환액을 기존 1000만원에서 5000만원까지 올리기로 하는 등 금융권 관련 소비자보호 여론이 강화되는 추세”라며 “금융판 중대재해관련법까지 만들어지는 등 내년에는 리스크관리나 내부통제 관리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에 규제 이슈까지 고민해야 하는 금융회사들은 풀 죽은 모습이다. 연말 들어 당국에서는 금융권 유동성 리스크는 다소 사그러들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당장 내년부터 ‘먹거리’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라는 점에서 여전한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최근 주요 대기업들이 실적 부진으로 인해 잇따라 성과급을 줄이며 은행 영업점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해당 대기업들이 밀집한 지역의 지점들은 당장 내년 영업 성과에 압박을 받을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연말 반도체 부문(DS) 성과급을 기존 100%에서 역대 최저 수준인 50%로 절반 가까이 줄였다. SK하이닉스 역시 내년 성과급이 삭감될 것으로 관측된다.
뿐만 아니라 악화된 매크로 환경으로 인해 투자은행(IB) 부문도 사실상 거래가 ‘올스톱’ 분위기로 굳어지고 있다. 거래를 검토하더라도 승인이 안 나거나, 진행 과정에서 금융비용 상승으로 인해 엎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 등 당국의 입장으로서는 ‘레고랜드’나 ‘흥국생명 사태’ 등의 사건·사고 여파를 수습하거나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금융권 실무자들로서는 내년 영업 성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최근 금융시장 상황을 진단하는 과정에서 입장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