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투자자들도 상장 계획에 반발…회사 측"상장 철회 언급한 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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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선식품 배송 플랫폼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의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분위기다. 규정상 기업은 예비심사(이하 예심)를 통과일 기준 6개월 이내에 납입을 비롯한 모든 상장 일정을 마쳐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소 15영업일의 금융감독원 실질심사를 고려하면 적어도 지금으로부터 2주 안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상반기 중 상장이 가능하다. 기한이 끝나면 컬리는 다시 예비심사부터 절차를 새로 밟아야 한다.
4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상장 예비심사 효력 기한을 2개월도 채 남기지 않은 현 시점에서도 상장 진행 여부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꺾여버린 IPO 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몸값을 크게 낮춰야만 했던 까닭에, 홍콩계 사모펀드(PEF)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를 비롯한 기존 투자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거란 평가다.
물리적으로도 일정이 빠듯하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기업은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로부터 예심 결과를 통보받은 날로부터 6개월 내 상장 일정을 마쳐야 한다. 지난해 8월 중순 예심을 통과한 컬리에겐 2월 22일이 그 기한인 셈이다. 금감원 심사와 기업설명회(IR) 일정, 수요예측, 납입 등을 감안하면 1월 중순에 신고서를 제출해도 빠듯한 일정이다.
그러나 현재 회사 안팎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컬리가 지금으로부터 일주일 안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 기관투자자들로부터의 투자 유치를 원한다면 135일 룰 등을 고려해 금주 내엔 서둘러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시간이 빠듯하다"라며 "이달 중순까지 증권신고서를 내 상장을 완료하는 것도 사실 최상의 시나리오긴 하다. 거래소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 회계 감리 가능성을 고려하면 상장 기한을 넘겨 상장을 할 수 없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간 컬리는 기업가치를 둘러싼 이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주식시장 급락에 따른 IPO 시장 침체 여파로 추정 기업가치가 지속 하락하면서다. 2021년 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2500억원의 투자를 유치받았던 컬리는, 상장 채비를 하던 1년 사이 1조원보다 낮은 수준으로 기업가치가 거론되는 중이다. 장외시장에서의 추정 시가총액도 1조원대로 내려왔다.
기업가치 산정에 필요한 비교대상(피어그룹)도 마땅찮다. 미국 내 기술주 주가 하락 여파에서 주요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들 또한 자유롭지 못했다. 아마존의 주가는 1년 만에 171달러에서 84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알리바바의 주가도 130달러 수준에서 88달러로 하락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회복되지 않은 유통시장의 현황이나 지속되는 공모주 펀드 규모 감소 추이를 고려하면 컬리의 공모 물량이 시장에서 모두 소화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진다"라며 "이번에 상장을 강행해 몸값이 책정되면 추후 재도전할 때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되레 컬리는 지난해 7월부터 런칭한 '뷰티컬리'에서 일부 빛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VC업계 내에서도 뷰티컬리에 대한 세간의 반응이 긍정적인 배경 등을 유심히 살피는 중이다. 컬리 내부적으로도 뷰티컬리에 무게를 두고 사업을 전개해나가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사업을 키워 추후 상장을 재도전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상장하려 기한을 맞추려면 뷰티컬리의 실적이 완전히 반영될 가능성이 적다"라며 "VC업계는 이제 IPO 보단 지분매각이나 인수합병(M&A)을 통한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더 비중을 두고 있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상장과 관련해 컬리 관계자는 "경영진이 상장 철회 계획을 언급한 일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