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둔화 전망 가득한데 더 내야 할 이자는 조 단위
당장 유동성 대응은 양호…ROA 등 지표 하락 불가피
수익성 방어 시급하지만 자산 건전성 부실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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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연간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신용카드업계 전반에 우려가 가득하다. 금리와 물가가 오르는 가운데 소비심리가 더욱 꺾일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지난해 실적은 물론, 올해 전망 역시 암울한 상황이다. 카드사 전반이 추가로 지불해야 할 이자비용이 조 단위로 예상되는 가운데 연체율 등 자산 건전성 저하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새해를 맞아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입을 모아 금리·물가·환율 등 '3고(高)' 속 올해 경영 환경에 대한 우려를 거론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졌는데 시장에선 카드 업계의 위기감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데이터·플랫폼 사업 등 미래 먹거리보다는 실적 저하와 건전성 우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많다.
올해 카드사 실적은 경기 침체로 인한 성장률 둔화 우려도 적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늘어날 이자 비용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연말 카드사의 회사채 신규 발행 금리와 만기도래 금리 간 격차는 4% 포인트를 오갈 정도로 확대했다. 업계 전체 차입부채 규모가 약 100조원가량으로 추정되는데 올해 만기 물량만 약 30조원에 달한다. 한국기업평가는 카드채 발행 금리가 현 수준에 머무른다고 가정할 때 차환만 이어가더라도 카드사 전체가 추가로 부담할 이자비용이 1조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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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이자 비용은 곧 발표할 4분기 실적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3분기 말 카드사 이자 비용은 2021년 연간 수준으로 불어났다. 이 기간 전체 영업비용의 10% 안팎을 차지하던 이자 비용은 13% 안팎으로 늘었다. 채권 시장이 위축되며 조달 금리가 치솟자 카드사 전반이 장기 기업어음(CP) 등으로 우회하며 조달 전략을 단기화하며 대응했지만 4분기 중 이자 비용은 3분기보다 더 높은 폭으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올 상반기 중 기준금리가 추가로 올라도 스프레드(가산금리)는 크게 늘어나지 않을 수 있지만 카드채 발행 금리가 언제 예전 수준으로 빠질지 가늠하기 어렵다"라며 "카드사 신용등급이 대부분 AA인데, 해가 바뀌어도 1년물 스프레드가 여전히 200bp(1bp=0.01%) 부근에 머물러 있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카드사의 조달난이 지속될 전망임에도, 다행히 유동성 대응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신평사들의 전망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전체 카드사의 1년 이내 원화유동성비율은 200% 이상이고, 90일 커버리지(즉시가용유동성을 90일 이내 만기도래 부채로 나눈 값)도 1배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달 시장이 재차 경색을 보이더라도 자산 회수를 통한 부채 상환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자 비용 증가만으로도 ROA(총자산순이익률)가 뭉텅 깎여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평가는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등 7개 카드사의 내년 합산 ROA가 올해 1.7%에서 1.3%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력인 카드업은 물론 비카드 영업 확장 당분간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이자 비용만 더 물어야 하는 탓이다.
지난 5년 동안 카드사는 할부금융과 리스, 대출 등 비(非) 카드 영업 자산을 키우는 식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왔다. 정부가 3년 주기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깎으며 신용판매는 더 이상 수익성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업계 선두 중에선 삼성카드가 예외적으로 신용판매에 집중한 것을 제외하면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는 할부금융 성장에 집중했고, 롯데카드는 캐피털사와 거의 겹치는 수준으로 비카드 사업을 강화하는 식으로 전략을 짜왔다.
그러나 할부금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신차 할부 역시 경쟁이 치열해 그리 높은 수익성을 보장하진 못하는 편이다. 이마저도 조달 금리가 치솟으며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팩토링이나 대출 역시 영업 확대가 쉽지 않다는 평이다.
시장에서 결정되는 조달 금리를 통제하기 어려운 만큼 자체 비용을 줄이고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해야 하는데, 현금서비스(단기대출)나 카드론(장기대출) 등 고수익 이자 영업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올라갈 것이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카드사의 경우 비교적 신용도가 낮은 차주를 상대하는 만큼 시중금리 인상에 후행해 한계차주가 더 가파르게 늘어날 수 있다.
3분기 말 카드사 전반 연체채권비율은 1% 내외로 확인된다. 고정이하 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도 평균 360%에 달해 당장은 자산 건전성이 우량한 편이다. 그러나 지난 3분기부터 시작된 조달난과 함께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의 다중채무자 연체율과 리볼빙 잔액도 증가 추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전체 카드대출 중 채무가 3건 이상인 다중채무자 비중은 80~90%에 달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카드론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에 포함된 데다 대출 금리가 추가로 올라갈 예정인 터라 아직 반영되지 않은 부실이 올해부터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