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배당 공격해 때아닌 화제몰이...'얼라인' 둘러싼 엇갈린 시선들
입력 2023.01.12 07:00
    은행주 배당은 해묵은 과제…주총 앞두고 이슈
    한 회사 아닌 금융권 전체 겨냥, 파급효과 커
    이슈메이킹은 ‘일단 성공’…현실성은 주목해야
    금융지주 상황 달라…국내 실정 반영 지적도
    '지배구조 불편' 금감원장 등에 업었다는 평판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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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행동주의 사모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이 은행주 배당과 관련한 캠페인을 벌이면서 시선을 끌고 있다. 과거에도 꾸준히 제기돼온 국내 은행주의 저평가 담론으로 즉각적인 주가 반응으로 이어지자 놀랍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문제는 국내 금융지주들의 화답 여부다. 얼라인의 목표수치가 다소 공격적인 데다 전체 금융권을 겨냥한 행동주의 전략은 전례가 없었던 만큼 금융지주의 대응을 섣불리 예측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일 얼라인이 국내 7곳 금융지주에 보낸 행동주의 전략 관련 주주서한을 두고 ‘일차적 성공’은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무겁기로 소문난 국내 은행주들이 급격히 올랐다. 지난 9일 KB금융지주 주가는 지난달 29일보다 17.9%, 하나금융지주 15.7%, 신한지주 14.6%, 우리금융지주 7.79%로 큰 폭 상승했다. 외국인 매수세가 은행주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주가가 뛰자 증권가 주요 애널리스트를 비롯한 업계 전문가들은 앞다퉈 주가 상승의 배경을 내놓았다.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의 다른 요인이 거론되는 가운데, 얼라인이 은행주 배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시점이 잘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 많다.

      국내 은행주의 디스카운트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배당 역시 불과 작년 말까지 일부 국내 은행들은 직접 나서 상향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분위기가 무르익긴 했으나 중장기적인 목표 설정인 탓에 얼라인이 주주서한을 보낸 직후에만 하더라도 ‘금융당국이 버티고 있는데 효과가 있겠냐’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얼라인의 전략이 파급효과가 생긴 데는 ▲금융권 전체를 겨냥했다는 점 ▲금융당국의 완화된 스탠스 등이 적절히 맞물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국내 행동주의 펀드들은 대부분 기업 한 곳을 대상으로 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최근 트러스톤자산운용이 겨냥한 태광산업, 안다자산운용의 KT&G 상대로 한 요구사항 등이 그 예다.  

      반면 얼라인은 KB국민이나 신한 등 전체 금융권 이슈로 부각해 더 많은 주주들의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평이다. 다수 주주의 여론 형성을 통해 금융사의 공공성이 부각되는 국내 정서를 제대로 자극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얼라인 온라인 기사나 동영상에는 의결권을 위임하겠다는 개인투자자들의 반응이 적지 않다. 얼라인은 금번 행동주의 전략의 배경으로 가계부채 절감, 국부 창출 등과 같은 거대 담론을 거듭 거론한 바 있다. 

      미국과 달리 은행수가 많지 않은 국내 현실을 반영했다는 해석도 있다. 금융사간 합병(Consolidation)이 빈번한 만큼 한 회사에 집중하더라도 세부적인 전략을 제안하기가 용이한 미국과 달리 국내 사정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부분의 국내 금융사들이 지닌 문제로 치환하는 편이 행동주의 전략의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판단했을 공산이 크다. 마침 금융감독원(금감원)을 비롯한 당국에서 은행주 배당과 관련해 강경했던 입장에 다소 변화를 줬던 만큼, 국내 금융권 아젠다로 풀어내기에도 알맞은 시기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은 대부분 수익이 예대마진에서 비롯되고 비이자수익이 적은 데다 은행수도 많지 않은 편”이라며 “행동주의 관점에서 다양한 전략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다. 마침 얼라인이 여러 금융지주 지분을 들고 있으니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전략을 펼치는 편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얼라인이 금융권 전반의 아젠다로 산정한 점을 두고 우려섞인 의견도 나온다. 초반 인기몰이엔 성공했지만 외려 방법론적인 측면에서는 실효성이 낮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각 금융지주별로 자본적정성이나 자산건전성 및 이에 따른 경영 전략이 달라져야 하는데, 동일한 배당성향 목표치가 적용되는 점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국내 시중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은 신한금융 12.7%, 하나금융 12.7%, KB금융이 12.6%, 우리금융 10.9% 순으로 소폭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주가 상승폭 역시 우리금융을 제외한 세 곳의 금융지주에 더욱 부각되어 나타나기도 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주주환원 확대여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얼라인은 현재 우리금융지주 지분 1%(약 900억원), JB금융지주 지분 14%(약 25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현재 핵심 상장 은행지주사인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지분 보유 규모는 크다고 보기 어렵다. 얼라인은 KB금융 10만주,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각각 5만주를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시가로는 약 55억, 20억, 24억원 규모다. 

      이렇다보니 이보다 더 큰 주주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얼라인이 얼마나 대표성을 띌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얼라인의 요구에 대해 소액주주들은 환영을 표하고 있지만, 일부 대형 기관은 다소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JB금융지주를 제외하면 공시 의무가 없어, 단기 차익을 노린 행동인지 여부도 알 수 없다는 평가도 있다. 

      현 은행금융지주들의 지배구조를 불편해하는 금융당국과 얼라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점도 부담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금감원장이 애널리스트를 만난 자리 전후로 얼라인이 관여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며 "금융권 일각에서는 얼라인이 금융당국의 이해에 편승했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들의 평균 배당률이 20%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주주환원율 50%라는 목표치가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본적정성은 비슷한 수준으로 두되 대출자산규모를 조정한다는 얼라인의 전략을 두고서는 일시적인 은행권의 수익 저하를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는 얼라인이 은행업을 과연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으로도 이어진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시중은행들이 배당성향을 30% 정도로 잡고 있는데 (얼라인이 목표치로 제시한) 50% 수준을 단번에 맞추기는 어렵고, 시간을 두고 장기적으로 높여야 현실성이 뒷받침될 것”이라며 “대출자산을 급격히 줄이면 일시적인 수익성 저하를 감수하거나 향후 인수합병 재원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얼라인 관계자는 “금융지주에 제시했던 주주환원율 등의 목표 수치를 그대로도입할 것을 요구했다기보다는 각 금융사의 상황에 맞게 적절히 반영해달라는 차원”이라며 “다만 기존의 기업설명회(IR)를 통해서 구두로만 약속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사회 논의, 공시 등의 좀 더 구체적인 행동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점에 방점을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