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회장 후보에 전·현직·외부인사 총출동…손태승 연임 가능성 안갯속
입력 2023.01.13 07:00
    官 출신 외부인사부터 내부 전직 임원까지 후보 거론
    18일 임추위 예정…후보명단에 손태승 회장 포함될까
    당국 속내 복잡…연임 도전하면 힘겨루기 국면 불가피
    금융당국 주시 지속되는 가운데 지배구조법 개정 등 변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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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우리금융그룹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앞두고 외부 인사는 물론 우리금융 내 전·현직 인사 십수명이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아직 연임 여부를 명확히 확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부 분위기가 선거철을 방불케 한다는 평까지 나온다. 시장에선 오는 18일 열릴 임추위에서 손 회장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릴지 주시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금융당국의 속내는 시장 인식보다 한층 더 불편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 차례 중징계 사유 외에도 문제 삼을 사안이 많은 데다 지배구조법 개정을 앞두고 있어 손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면 본격적인 힘겨루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지난 4일 회동을 갖고 오는 18일 임추위를 열기로 결정했다.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임추위는 사내이사 후보를 주총 소집 통보 이전에 확정해야 한다. 일정이 늦어진 만큼 임추위와 함께 1차 후보군(롱리스트)가 추려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손 회장이 포함될 경우 연임에 도전하는 것으로 풀이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시장에선 우리금융 외부 인사를 포함해 내부에서도 전·현직 임원들이 후보군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위원회에서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가 결정된 뒤 거론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외에도 외부 인사가 부상하기 시작한 모습"이라며 "우리금융 내부에서도 전·현직 인사가 총출동해 마치 선거전이 펼쳐지는 것 같다는 분위기가 전해진다"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금융을 거친 전직 내부 인사만 5명 넘게 거론되고 있다. 황록 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을 시작으로 박영빈 건설공제조합 이사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장안호 전 수석부행장,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남기명 전 우리은행 부문장, 정원재 전 우리카드 사장 등이다. 그룹 내부에서도 이인자 위치인 이원덕 우리은행장을 포함해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사장 등이 잠재 후보군으로 점쳐지고 있다. 

      롱리스트에만 10명 이상의 후보군이 포함될 전망이지만 손 회장은 아직까지 연임 의사나 당국의 중징계에 대한 소송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말에도 용퇴 의사를 밝힐 거란 뜬소문이 돌았지만 여전히 거취 문제를 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후보군에 손 회장이 이름을 올리면 연임과 함께 징계에 대한 법정 다툼이 본격화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우리금융 안팎의 이 같은 분위기를 지켜보는 금융당국의 속내는 예상보다 더 복잡한 것으로 확인된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중징계를 통해 사실상 용퇴를 압박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긴 어렵지만 현재 금융당국의 분위기는 과거와 같은 관치 문화의 부활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라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당국 실무진 차원에서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시스템과 지배구조에 대한 평가가 그다지 좋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위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손 회장이 연임에 나설 경우 불가피하게 힘겨루기 구도로 사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르면 1분기 중 개정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이는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에 대한 책임소재가 더 명확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경우에 따라 추가 징계는 물론 이사회의 책임까지 묻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 법률 개정 작업에 관여한 한 인사는 "지난 3분기 중에도 우리은행이 주가연계신탁(ELT)과 같은 상품 판매를 확대하며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수수료 이익을 20%가량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런 정황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라며 "금융당국에서 우리금융이 소송 문제를 놓고 고심하는 것을 부적절하다고 거론한 배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