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네파 인수금융 해결책 요구…대출금리 상향조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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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디지털 구강스캐너 기업 '메디트'의 새 주인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인수금융 주선에 관심을 보이는 금융사를 대상으로 '네파 인수금융 차환(리파이낸싱)' 관련 해결책을 요청하고 있다. MBK는 2013년 네파를 인수하며 대금의 절반을 금융사로부터 차입했다. 올해 2분기 내 만기가 돌아올 인수금융에 대한 리파이낸싱이 MBK의 임박한 과제다.
금융사들은 부담감을 내비추는 분위기다. 자금시장 경색으로 네파 인수금융 또한 대출금리 상향조정이 불가피한데, 이 경우 네파의 금융비용이 크게 불어나게 된다. 담보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 메디트 인수금융 거래 달성이 필요하다보니 MBK의 요청을 어디까지 감내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분위기다.
1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MBK는 메디트 인수금융 주선을 희망하는 금융사들에게 네파의 인수금융 해결책을 같이 포함시켜달라고 제안했다. 이에 응할 경우 가산점을 부여하려는 분위기였다는 전언이다.
네파는 MBK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통상 5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했던 MBK가 10년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 포트폴리오다. 2013년 네파 지분 94.2%를 9970억원에 사들인 MBK는 그 중 절반(4800억원)가량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다. 이후 아웃도어 시장의 열기가 사그라들면서 네파의 실적은 급감했고 매각 추진은 쉽지 않았다.
이후 MBK는 차입금 일부를 상환하고 만기를 연장하면서 인수금융 규모를 줄여나갔다. 문제는 2020년 리파이낸싱한 인수금융의 만기가 올해 2분기 중 도래한다는 것이다. 당시 1800억원 규모를 리파이낸싱하며 만기를 3년으로 설정했다. 선순위 대출 금리는 6% 중반 수준으로 기존 차입금 금리 수준과 유사했다.
다만 자금 시장 경색으로 인해 기관투자자(이하 기관)들은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 리파이낸싱을 할 경우 대출금리를 대폭 상향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기업금융(IB)업계에서는 적어도 10%대 금리가 적용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네파의 금융비용 부담은 크게 확대된다. 2021년 말 기준 네파의 영업이익은 180억원으로 적자를 면했지만, 금융비용만 264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네파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은 기존 대출금리를 크게 상향조정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두자릿수까지 금리를 올리면 기관들이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네파가 그 금융비용을 모두 떠안게 되면서 회사 자체가 망가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사 사이에서는 난감하단 반응이 오가고 있다. 일단 메디트 인수금융 주선자리를 둔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어서다. 대부분의 국내 인수금융 주선사들이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배경으론 먼저 올해 첫 빅딜인 점이 꼽힌다. 세부적인 자금 조달 계획이 확정되진 않았으나 투자업계에서는 MBK가 투자금(2조4000억원) 중 1조원 미만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까지 높은 시장금리, 유동성 불안에 인수금융 주선이 쉽지 않았던 금융사들에겐 연초부터 실적을 만들 기회기도 하다.
또한 많은 드라이파우더를 보유한 MBK파트너스가 이름을 올린 딜이다. MBK를 비롯한 PEF들은 작년에 투자활동을 줄이며 드라이파우더를 쌓아놨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부터는 본격 투자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이후 MBK와의 추가 거래 가능성을 고려하면, 관계를 사전에 만들어둘 기회다.
일각에선 은행보단 증권사가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딜 자체가 쉽지 않다는 평가가 짙은 네파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은 증권사만이 소화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다만 지난해 증권사 또한 인수금융 등 투자자산 셀다운(재판매)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의사결정 기간이 다소 늘어지는 분위기다. 증권사만의 차별성이 옅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인수금융 주선사 자리를 '하사'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서 그런지, 상당한 긴장감이 깔려 있다"라며 "다만 네파 인수금융 리파이낸싱까지 맡아야할 정도로 메디트가 우량한 자산인가에 대해서는 회의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