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성 보험 판매 증가 수혜는 은행이?...방카슈랑스 판매 반짝 증가
입력 2023.01.13 07:00
    유동성 확보 위해 저축성 보험 판매 나선 생보사
    고금리 저축성 보험 출시로 방카슈랑스 판매 ↑
    다만, 생보사 수익성에 도움 되는 건 '보장성 보험'
    유동성 문제 있는 생보사의 '울며 겨자 먹기' 식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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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보험사들이 유동성 확보 전쟁을 위해 저축성 보험 판매에 나서면서 방카슈랑스가 반짝 호황을 맞고 있다. 방카슈랑스는 그간 규제의 틀에 갇혀서 판매채널로서 중요도가 감소하던 터였지만, 최근 고금리 저축성보험 출시가 이어지면서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생명보험사들의 방카슈랑(은행을 통한 보험 판매) 초회보험료는 7조237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5%가 증가했다. 흥국생명, 하나생명은 방카슈랑스를 통한 초회보험료 증가가 각각1869%, 1090%로 나타났다. 비단 이들뿐 아니라 대부분 생보사가 방카슈랑스를 통한 초회보험료가 3분기에 크게 늘었다.

      그 이유는 고금리 저축성보험 판매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동양생명은 지난해 7월부터 무배당 엔젤확실한저축보험을 판매했고, 지난해 9월부터는 무배당 엔젤더확실한저축보험 판매를 시작했다. 이들의 금리는 5% 수준이 넘기도 했다. 비단 동양생명뿐 아니라 대부분의 생보사가 저축성보험 판매에 팔을 걷어 올렸다.

      이들 저축성보험은 방카슈랑스의 주력상품이다. 상품구조가 예·적금과 비슷해 금리 수준만 보고 고객들이 고를 수 있다는 점에서 방카슈랑스로 팔기에 적합한 상품이다.

      국내에 방카슈랑스는 지난 2003년 도입되었는데,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도입 20년이 지났음에도 규제에 발목이 잡혀 판매 수익은 제자리걸음 하다 감소추세였다. 정부에서 특정 보험사에 상품 판매를 몰아줄 수 없도록 규제를 하는 데다,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을 보험사들의 판매 니즈가 줄었다.

      숫자로 살펴보면 5대 시중은행의 방카슈랑스 수수료 수입은 2020년 2646억원에서 2021년 2456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2분기 방카슈랑스 수수료 수익은 전년 대비 6.25%가 감소한 75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하반기 접어들면서 금리가 치솟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금리가 순식간에 치솟으면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저축성보험 보유계약액은 422조3453억원으로 지난해 9월 말 445조604조원 대비 5.1% 감소했다. 금액으로 23조원에 이른다. 은행으로의 머니무브가 일어나면서 저축성보험 고객 이탈이 일어난 까닭이다. 이를 메우기 위해서 보험사들은 경쟁사 대비 높은 금리에 저축성보험 판매에 나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방카슈랑스 판매에 따른 수혜는 은행에 집중될 것이란 분석이다. 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 판매에 나서는 것은 수익보다는 유동성 위기를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시행된 IFRS17에서는 저축성보험은 부채의 성격이 강한 상품이다. 이전에는 판매 후 들어온 보험료를 수익으로 인식했지만, 새로운 회계제도에선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 보험사 입장에선 팔아도 당장 이익으로 잡히지 않은 상품을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 팔아야 하는 실정이다.

      반면 은행들은 판매에 따른 수수료 수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방카슈랑스가 많이 팔릴수록 이들의 수수료 수익은 늘어나게 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은행들 수수료 수익은 올라가겠지만, 해당 상품 판매로 보험사들이 가져가는 수익은 보장성보험에 한참 못 미친다"라고 말했다.

      최근 생보사들 주가가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에 따른 기대감으로 크게 올랐다. 한화생명을 비롯해 상장 보험사들 주가가 두 자릿수 증가했는데 새로운 회계제도 하에서 금리 상승기 자본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주가 상승을 위해선 수익에 도움이 되는 보장성 보험 판매를 늘려야 하지만, 유동성 문제가 있는 보험사들은 이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이 관계자는 "생보사들의 주가 상승을 위해선 보장성 보험 판매가 필요하지만, 대형 몇몇 보험사를 제외하고는 저축성보험 판매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생보사를 중심으로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