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 다른 길 택한 KB와 신한…도마위 오른 금융권 매트릭스 체계
입력 2023.01.17 07:00
    KB금융 사업부문제 강화…AM부문 신설
    반면 신한금융은 겸직 체제 일부 폐지
    ‘라임사태’ 관련 내부통제 이슈 의식한듯
    매트릭스 문제점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평도
    •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작년 연말 금융지주별 조직개편이 시행되면서 금융권 매트릭스 체계를 둘러싼 논의에 다시금 불이 붙고 있다. 신한금융이 일부 사업부문에 겸직 체제를 없앤 반면 KB금융은 사업부문제를 외려 강화하는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근 금융권 내부통제 이슈가 수면 위로 부각되면서 금융권 매트릭스 체계의 영향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떠오른다. 

      신한금융지주는 2023년 조직개편 과정에서 퇴직연금, GMS(고유재산 운용), WM(자산관리) 부문에 도입했던 매트릭스 체제를 해체했다. GMS그룹은 폐지됐고 퇴직연금그룹은 연금사업그룹이 일부 사업을 대신하게 됐다. WM그룹은 개인부문 겸 개인·WM그룹으로 이관 및 통합됐다. GIB(투자금융)그룹과 글로벌그룹은 그대로 매트릭스 체제를 유지한다. 

      반면 KB금융그룹은 기존 매트릭스 체제를 그대로 둔다. 자산운용(AM) 사업부문을 신설해 오히려 매트릭스 규모를 확대하는 모양새다. 부회장 직속으로 3곳 사업부문을 두고 자본시장과 CIB부문을 이끄는 박정림 총괄부문장이 AM부문도 같이 맡게 된다.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이 글로벌과 보험, 양종희 부회장이 개인고객과 WM, 연금부문 등을 맡고 이동철 부회장이 디지털 및 IT부문을 책임지는 형태다. 

      이처럼 국내 대형 금융지주 두 곳이 각각 매트릭스 체계 개편을 두고 상반된 행보를 보이면서 금융권 겸직체제를 둘러싼 시선들이 엇갈리고 있다. 매트릭스 체제의 도입 논의가 시작된 지 10년이 넘는 동안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던 만큼 해당 체계의 장단점이 다시금 회자되는 모양새다.

      국내 금융권에 매트릭스 체계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0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주회사 전환을 준비하던 시중은행들이 글로벌 금융그룹을 벤치마킹해 지주사와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증대하기 위해 도입을 고려했다. 하나금융이 2008년 국내 최초로 매트릭스 체계를 시도했고 신한금융과 KB금융 역시 수년간 해당 겸직 체계를 강화해온 바 있다. 

      매트릭스 체계의 필요성은 명확하다. 국내 금융그룹의 덩치가 커지면서 사업별로 기능을 한 데 묶고 이를 지주사에서 효율적으로 관리해야하기 때문이다. 시장 정보를 더욱 효과적으로 모으고 이윤 극대화를 꾀한다는 장점도 있다. 이런 이유로 JP모간은 2000년부터, 시티그룹은 2002년부터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해 운영해왔다. 

      하지만 신한금융이 이번 조직개편에서 매트릭스 체계를 일부 폐지하게 된 데는 내부통제 문제의 원인으로 매트릭스 체계가 지목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2021년 초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신한금융의 ‘라임사태’ 원인 중 하나로 매트릭스 조직체계를 꼽은 바 있다. 금융상품 판매자와 발행자가 동일한 데 따라 상품 판매의 리스크 관리가 미흡했고, 한 계열사의 리스크가 지주 등 그룹 전반으로 퍼졌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문제점은 매트릭스 체계 도입이 논의되던 시절부터 이미 경고된 바 있다. 지주사→계열사 간 수직적 의사체계에서 벗어나는 만큼 의사결정상의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한 사업부문 성과를 두고 계열사간 알력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사업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누리기보다 성과를 둘러싼 ‘공 가로채기’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에서 금융지주의 매트릭스 체계를 연구하고 도입한 지 10년이 넘었다”라며 “초창기 도입 당시에도 책임 소재 불분명 등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있어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적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다만 매트릭스 체계를 없앤다고 해서 내부통제가 강화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신한금융이 일부 사업부문의 겸직체제를 없애기는 했지만 효율성 강화의 차원일 뿐, 매트릭스 해체 기조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크지는 않다는 평이다. KB금융이 AM파트를 추가해 사업부문제를 강화한 점 역시 매트릭스 기조 유지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은 퇴직연금이나 고유재산 운용(GMS) 부문의 매트릭스 체계를 없앴지만 GIB나 글로벌부문은 오히려 규모를 늘렸다. 이를 통해 볼 때 매트릭스 체계를 보완해나가는 과정일 뿐, 체계 자체를 약화시키려는 목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이다. 

      신한금융 한 관계자는 “매트릭스 체제 자체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시너지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사업부문에 한해 겸직 체제를 해제한 것”이라며 “사업부문별로 매트릭스 체제의 효율성이 잘 드러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걸러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또 다른 관계자는 “내부통제 부실을 매트릭스 체계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라며 “내부통제 그 자체를 강화해야 하는 문제지, 겸직 시스템을 없앤다고 해서 성공적인 내부통제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매트릭스 체제 하에서도 지주의 지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계열사들이 지켜야할 것은 유지돼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